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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월생 Nov 22. 2022

세컨핸드 플랫폼이 더 잘되길 바라는 이유

앞선 글에서 적었듯, 나는 내가 가진 것들을 비워내는 과정에 있다.

물론 종종 비운 곳을 다시 채워버리기도 하지만, 여전히 '비우겠다' 하는 의지와 마음은 유효하며 

그래서 열심히 방법을 찾는 중이다.


첫 번째로 선택했던 방식은 당근 마켓이었고, 여전히 그 플랫폼만을 사용하는 중이었다.

굳이 다른 곳을 찾지 않아도 될 만큼 판매가 원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무려 보름째, 당근 마켓에서 아무런 알림이 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계절에 맞춘 의류를 올리고, 매번 가격을 세심하게 조절하는 과정을 통해 판매에 신경 썼기에,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이런 식이라면 이번 당근 가계부에는 0원이 찍힐지도 모를 일이다.

고물가에 '짠 테크' 열풍이라는 기사를 봤을 때만 해도 이게 나의 당근 마켓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줄은 몰랐는데.. 다름 아닌 당근 마켓으로 고금리 고물가 불경기를 몸소 실감하는 중이다.


당근 마켓에서 꽤나 많은 물건을 판매했지만 여전히 그곳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도저히 우리 동네 당근 마켓 이용자들을 종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게 팔릴까?' 하는 건 팔렸고, '이걸 이 가격에 파는 게 맞나?' '이 정도에 팔 거면 그냥 가지고 있는 게 좋지 않을까?' 싶은 건 팔리지 않는다.

덕분에 그냥 가지고 있게 되었으니 오히려 좋다고 해야 할까..?

당최 구매 기준을 알 수 없으니, 무려 1년이 넘도록 올라가 있는 제품들의 판매를 이제는 포기할 때가 온 것이지 싶다. 그 물건에 관심 있는 누군가가 동네에 이사 오기를 기다릴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 나는 다른 플랫폼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었다.

다시 검색해본 중고 거래 어플들은 비움을 처음 결심했던 그때보다 더 다양해져 있었다.

판매자 입장에서 판매가 조금 더 수월해진 플랫폼이 많았으나 당근 마켓과 다르게 수수료가 있거나, 거래 과정에서 의심과 오해가 완전하게 없기는 어려워 보였다.

물건을 직접 볼 수 있는 당근 마켓보다는 물건의 검수가 확실해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지 싶다.

그래서인지 해당 마켓들은 '입던 옷'을 판매하는 곳이라기보단, '입으려고 택을 떼고 보관했는데 입지 않게 되어 파는 옷'을 판매하는 플랫폼인 느낌이었다.


리세일 플랫폼의 수 역시 정말 많아졌다.

럭셔리, 즉 중고 명품만을 취급하는 플랫폼도 별도로 생겨났다.

가격적 메리트보다 정품 여부에 대한 부분을 믿을 수 있냐가 가장 중요한 품목이니만큼 수수료가 있더라도 기꺼이 그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수요가 있기 때문이지 싶다.

대표적으로 아워스. 쿠돈, 에쎄모, 필웨이, 콜렉티브 등등의 플랫폼들이 있었다.


명품이 아닌 물건은 여전히 당근마켓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었고,

중고나라, 번개장터, 헬로마켓, 옥션 중고장터, 마켓인유 등이 뒤를 이었다. 

당근 마켓 다음 내가 물건을 판매하려고 계획 중인 곳 중 하나는 번개장터이다.

무려 회원수 1000만 명이라고 하니, 이 중 누군가는 내 물건에 관심을 보이지 않을까 하는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앱을 이용한 거래가 수월해 10대 이용객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내게 장점일지가 고민이라, 결정을 보류하고 있다.

또 다른 후보는 마켓인유.

직접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며, 매입을 업체가 직접 한다.

계절보다 2달 빠르게 옷을 매입해 판매한다고 하며, 이런 독창적 운영방식 덕분에 현대백화점 세컨드 부티크에 입점하기도 했다고.

아직은 어느 곳에 판매할지 정하지 않았지만, 선택하게 된다면 그 경과를 이곳에 또 공유해보아야겠다.


이렇듯 많은 회사들이, 무려 백화점이 중고 상품을 판매한다는 것 자체가 이 사회에 무척이나 고무적이라고 생각된다.

계속해서 이 시장이 커지면, 언젠가는 특별한 이유 없이 새로운 물건을 생산할 필요가 없어지는 날까지 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MZ세대의 가치소비 트렌드가 확산하며 세컨핸드 제품의 수요가 늘어나, 중고거래 시장 규모가 올 해는 무려 24조 원이라고 한다.

이 소식을 들으니 나의 중고 옷들도 머지않아 숫자로 치환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된다.


계속해서 이런 플랫폼들이 더 많아지고, 또 더 활성화되었으면 좋겠다.

나도, 남도, 환경도 좋을 수 있는 그런 곳들이 말이다.


부지런히 팔아, 옷장과 신발장, 그리고 내 방 서랍을 원하는 만큼 비워내리라는 희망을 다시 한번 가져보며,

머지않아 당근 마켓이 아닌 플랫폼에서 물건을 팔아 냈다는 글을 적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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