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금 소설이 읽고 싶어지는 이유

by 이월생

오랜만에 소설이 읽고 싶어졌다.

읽던 책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로 또 다른 책을 시작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지만, 사회적 경제 이야기를 읽기엔 요즘 내 머릿속이 잔잔하지가 못하다.

골치라는 말을 달고 산다.

누군가 내게 골치라는 말을 왜 이렇게 자주 쓰냐고 물은 적이 있다.

보편적으로는 머리가 아프다. 같은 표현을 쓰니 말이다.

덕분에 생각해봤는데, 나는 비슷한 말 중 어감이 가장 하찮은 단어를 내 상황에 적용시키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이름하고 나면 괜히 내가 겪고 있는 상황까지 덩달아 조금은 하찮아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머리가 아픈 상황보다 골치가 아픈 상황이 조금은 해결하기 쉬울 것 같은 그 느낌을 의도적으로 노린 것이다.

물론 어감을 바꾼다고 상황이 수월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황을 마주하고 해결해내야 하는 나의 마음가짐은 조금 달라진다.

그것부터 바꾸는 게 경험상 꽤나 괜찮은 전략이었으니, 다들 한번 사용해보기를 추천하며 오늘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늘은 꼭 소설이 읽고 싶었다.

그래서 포털 검색창에 소설을 검색했다.

너무 무겁지 않고 너무 가볍지도 않은 보통의 사람들이 각자의 문제를 이겨내며 살아가는 그런 이야기를 보고 싶었다.

설령 픽션일지라도 그런 류의 스토리는 여전히 위로가 된다.

소설 속 등장인물이 픽션인 것조차 잊은 채 그들에 공감하고 응원하다 보면 결국 현실을 사는 내가 힘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게 잘 쓰인 착한 소설을 계속 찾게 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오늘의 내가 고른 책의 제목은 [하쿠다 사진관]이었다.

힘들게 살아낸 오늘을 내려놓고 변화된 내일의 ‘진짜 모습’을 촬영하는 사진관 “여기는 제주 ‘하쿠다 사진관’이우다!”
‘하쿠다’는 제주 말로 ‘무언가를 하겠다’, ‘할 것이다’라는 뜻이다. 영어로 표현하자면 ‘will do’. 그러니까 ‘하쿠다 사진관’은 ‘무엇이든 멋지게 촬영하는 사진관’이다.
고단한 오늘을 살아낸 우리가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고 휴식할 수 있는 곳, 어두컴컴하기만 한 내일을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을 얻으며 위로받을 수 있는 곳. 다시 말해, 힘들었던 오늘의 모습을 내려놓고 변화된 내일의 ‘진짜 모습’을 촬영해 한 장의 사진으로 남길 수 있는 곳. 이곳이 바로〈하쿠다 사진관〉이다.

제법 긴 분량의 장편소설이지만, 책장을 펼치는 순간 당신은 멈추지 않고 이 이야기를 읽어 내려갈 것이다. 『하쿠다 사진관』은 단순히 흥미로 시작해 재미로 끝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함께 공감하고 함께 걸어 나아가야 할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힘들게 오늘을 살아낸 우리에게 다정한 위로와 포근한 미소를 선물하는 소설. 이야기의 끝에서 진정 어린 눈물을 마주하게 하는 소설. 슬픔과 절망의 눈물이 아닌, 희망과 공감의 눈물을 이 소설을 통해 지금 바로 따뜻하게 마주하시길 바란다.

이 출판사 서평이 내가 이 책을 고르게 만들었다.

펼치는 순간 멈추지 않고 읽어 내려갈 이야기가 오늘만큼은 간절했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오늘 같은 날에도, 여전히 나는 있어야 할 곳에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하기 싫은 일을 안 할 수 있는 게 권력이라는 어떤 드라마의 명대사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원할 때 선택할 수 있음은 가히 특권에 가까운 일이다.

보통은 그런 마음과 무관하게 그날의 과업이 있고, 별다른 수 없이 마음을 누르고 있어야 할 곳에서 내 몫을 해내야 하니 말이다.

이런 순간들을 마주했다고 오늘의 나를 가여워할 생각은 없다.

여전히 할 일이 있음을 아는 스스로도 기특하고, 마음과 무관하게 있어야 할 곳에 있어주는 내게 고마워하기만 할 거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한 겹 더 단단해질 것은 분명하니 오히려 좋은 일인지도 모른다.

아니 이건 아니다.

사실 오히려 좋을 건 없다.

결국 월급에 저당 잡혀 오늘의 할 일을 하러 나온 거면서 너무 거창하게 포장했다.

얼른 이 직장을 나올 방법을 간구해서 자유로워져야지!!!

그러기 위해 이 직장을 다니면서 몇 배로 부지런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굉장한 진입장벽이지만 여하튼 얼른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옵션을 내게도 주고 싶다.

이게 최종 최종 최종 진짜 마음속 깊은 곳 진심이다.


아무튼, 오늘은 별수 없이 내 과업을 해내는 중이며,

틈틈이 달아나 보려 시작한 이 소설의 배경은 고맙게도 제주였다.

덕분에 머릿속이 조금씩 조금씩 푸른색으로 바뀌는 듯한 해방감마저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은 소설을 찾게 된 이유에 관해 너무 많이 적었으니, 내일부터 본격적인 독후감을 시작해보아야겠다.

언젠가 픽션 속으로 말고 정말 물리적인 어떤 곳으로 훌쩍 떠날 수 있는 그날을 바라보며, 오늘의 글을 끝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