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의 초보

by 신경은

나는 운동신경이 없다.

소위 말해 몸치.


자전거도 탈 줄 모른다. 자신 있는 체력장 종목은 오래 매달리기.


나는 느린 사람이다.

습득력과 이해력, 응용력 모두 더디다.


나는 겁이 많다.


위 3가지 이유에, 결혼 전까지는 생활 반경이 서울 사대문 안이었고, 차를 살 계획도 없었기 때문에

운전면허가 필요 없었다. 부지런하고 적극적인 남편이 아니었다면 여전히 면허는 나와 관계없는 일,

생각하고 말았을 것이다.


남편 손에 이끌려 운전면허학원을 등록했다. 그리고 오늘은 도로주행시험을 본 날이다.

매일 하는 생방송, 행사 등 긴장되는 상황에 익숙한 사람인데 운전의 영역은 달랐다.

머릿 속 공식과 손과 발이 따로 움직였다. 본능은 브레이크를 밟고, 핸들은 야속하게 말을 안 듣고.

도로 진입 전부터 신나게 해매는 나, 시험관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겨우 마음을 가다듬고 중간쯤 왔나.


제발, 차선 좀 잘 지키세요!

시험관의 짜증과 우려가 섞인 제발 두 음절에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시험은 보란 듯 불합격. 운전석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은 15분 이었다.


학원으로 남편이 데리러왔는데, 눈물이 쏟아졌다. 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시험관의 제발, 그 목소리가 계속 머릿속에 맴맴 돌았다.

놀라고, 두렵고, 민망하고, 서럽고, 창피한 마음이 뒤섞여 좀처럼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놀란 남편을 옆에 두고 한참을 울었다. 울음 끝이 잦아들자 남편이 물었다. 왜 그렇게 눈물이 났어?

나는 마음 장벽이 얇아졌나봐, 하고 대답했다.


사회생활 10년 차, 30대 중반.


누군가 나에게 짜증섞인 목소리로 고함을 칠 일이 있을까? 최근 5년간 없었다.


하지만 조직생활, 사회생활, 회사생활의 생리가 그렇다. 아니, 인생, 삶, 일상의 생리가 그렇다.

타인에게 위로와 기쁨을 얻기도 하지만, 상처도 받는다.

말이 품은 분위기든 어조든 내용이든 그 안에 뾰족한 촉이 담겨 있어 생채기를 내기도 한다.

때로는 나 자신이 스스로를 할퀴기도 한다.


이만큼 했으면 더 잘해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과

이만큼 했으면 욕심내기 싫은 마음이 혼재된 나.

딸, 아내, 며느리로서 낙제점인 것 같은데

사회인으로서도 만 점이 아닌 것 같은 나.


마음장벽이 잔뜩 얇아져있나보다.




매거진의 이전글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