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블로그 '전문상담사 잇슈'
이른 새벽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러
잠시 나갔다.
통에 있던
무엇이었는지 모를
덩어리들이 사라지고 나니
악취의 잔향만 남았다.
집으로 올라가기 전
컴컴한 어둠과
가을의 낮은 기온이 만나 만든
찬 공기가 마음에 들어
몇 걸음 걷다 돌아가기로 했다.
한 발 두 발마다
코 끝을 타고 들어서는
청명한 냉기가
폐부를 맑게 씻어줬고
내 오른손에서
달랑달랑 흔들리던
스테인리스 통의
잔잔하고 시큼했던 냄새도
금방 훔쳐가 주었다.
재활용 쓰레기도
음식물 쓰레기도
폐기물들도
이렇게 버리기 간단한 것들인데
인간의 마음에 남는
색색의 생각들과
다채로운 감정들과
셀 수 없는 심상들은
왜 그리도 떨치기 어려운 것인지
비우기 쉽지 않은 것들을
비우기 위해 노력한 오늘
스스로 얼마나 많은 애를 썼는가
자신의 노고에 대견하다
갈채와 자찬을 보내며
잘했다 고생했다
발 도장을 쿵쿵 찍으며
미소와 함께 귀가했다.
*제목 사진 출처: iStock 무료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