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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계정을 보호하자

성폭력 범죄 관련 현장 경험담 <1>

by 잇슈 Jan 21. 2025


"엄마(아빠) 휴대폰에서 봤어요."


이 대사는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인 아동 청소년들의 답변이다.

그리고 나는 이번 편의 일화가 어쩌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도 감히 추측해 본다.


하지만 우리가 이 사실을 알고 나면, 더 많은 아이들을 성범죄에서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결국 나는 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경찰서에서 성범죄 문제로 오는 소년범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나는 때때로 성범죄 피해자들을 만날 때도 있다. 앞서 밝혔듯이 나는 범죄심리사이기 이전에 전문상담사로서 심리상담 현장에서 오랜 기간 종사해 왔기에. 내 주 대상자가 가정폭력 피해자와 성폭력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과거보다 현재에 더 많은 상황들이 성범죄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그러기 시작하면서 과거에는 성범죄가 아니었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사용하던 '욕설', '비속어' 등도 이제는 성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사회가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범죄가 눈에 띄게 줄었냐고 누군가 묻는 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를 우연히 다음의 상황에서 발견했다.

그리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각색해서 전달해 보고자 한다.


아래는 나와 성범죄로 잡혀온 소년범과의 대화이다.


"OO아. 근데 선생님이 궁금한 있어. 물어봐도 될까?"

"?? 뭔데요?"

"너도 사실 알고 있잖아. 요즘에는 게임하다가 욕만 해도 잘못하면 성범죄로 잡혀올 수 있다는 거. 맞지?"

"네. 학교에서 배웠어요."

"그니까. 근데 네가 생각할 때는 너가 알면서도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눈치를 보며) … 호기심 때문에."


대다수의 소년범들은 자신의 비행 행동의 원인을 '호기심'이라고 대답하고는 한다.

그런데 그 대답이 너무 뻔하다 보니, 어떨 때는 누군가가 그걸 정답이라며 대대손손 가르쳐준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그러니까 나는 더 이상, 아이들이 주장하는 '호기심'이 아이들의 비행 행동에 대한 원인이 되지 않으리라고 믿고 있다. 아니, 알고 있다.


"하아…. 근데 OO아. 그건 너희 모두가 하는 말이라서. 이유가 되진 않을 거고… 그치…."

"네…."

"왜일까? 왜 호기심이 생겼을까?"

"(얼굴이 빨개져서는 당황하며) … 야, 야… 그…."

"야? 야동?"

"네네! 야동. 야, 야동을 봤더니 호기심이… 생겨서…."

"…."


순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에게 다시 물어보니.


"너 그거 어떻게 봤는데? 너 미성년자잖아."

"다 보는 방법이…."

"… 이럴 거야? (웃음)"

"아, 쌤! 근데 저 이거 말하면 좀 그래요!"

"뭐가? 뭐가 좀 그래?"

"(고개를 꺾으며) 아아…!"


잠시만 기다려도 아이는 곧 자발적으로 입을 떼고는 한다.


"아, 근데 이게 좀…."

"뭔데."

"엄… 마 폰에서…."

"뭐?"

"엄마 폰에요. 그… 그냥 엄마 폰 만지고 있는데. 엄마 SNS 들어가니까 보였어요."

"…."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보니, 딱히 놀랍지는 않았고, 그냥 입맛이 좀 쓰다고 느껴지긴 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랬다.

성범죄 사건으로 피해자 또는 가해자인 아동 청소년을 면담하다 보니, 아이들이 가끔 이런 공통된 발언들을 하는 걸 들을 때가 있었다.


'아빠(엄마) 폰에서 봤어요.'

'아빠(엄마) 핸드폰 사진첩에 동영상(사진)이 있었어요.'

'엄마(아빠) 노트북(아이패드)에서 할거 없어서 그냥 유튜브 들어갔는데 동영상이 바로 떴어요.'


아이들이 말하는 '자신들이 처음으로 야한 동영상(또는 사진)을 보게 된 계기'.


기술이나 문명의 발전과 함께 아이들이 점차 위험에 노출되는 공간도 루트도 다양해졌다.

그중 하나가 온라인 성범죄 문제였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훨씬 더 '자극에 취약'했다.


나는 SNS나 온라인 활동을 거의 안 해서 몰랐지만.

우리가 SNS에서 하트, 좋아요 등을 누르면, 나의 팔로워들도 그 게시물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의 선호도에 따라, 알고리즘이 유사한 콘텐츠를 계속해서 내게 추천해 주는 구조.


그래서 나는 온라인의 어떤 공간에서도 성인물에는 하트도 좋아요도 재게시도 누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하지 않으며, 이 글을 그러한 의도로 작성하지도 않았다.


그저 어른들에게 작게나마 당부하자면.

  첫째, 부모와 아이 모두 서로의 개인 계정에는 허락 없이 접근하면 안 된다는 '경계 세우기'를 철저하게 교육하면 좋다는 점.

  둘째,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건 어른들의 계정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이를 대비할 만한 자기만의 방법들(자동 로그아웃 등)을 만들어두면 좋다는 점.

이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아이들을 지키고 싶다는… 단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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