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범죄 관련 현장 경험담 <1>
"엄마(아빠) 휴대폰에서 봤어요."
이 대사는 성폭력 범죄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인 아동 청소년들의 답변이다.
그리고 나는 이번 편의 일화가 어쩌면,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도 감히 추측해 본다.
하지만 우리가 이 사실을 알고 나면, 더 많은 아이들을 성범죄에서 보호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결국 나는 이 글을 쓰기로 결심한다.
경찰서에서 성범죄 문제로 오는 소년범들을 만나기도 하지만, 나는 때때로 성범죄 피해자들을 만날 때도 있다. 앞서 밝혔듯이 나는 범죄심리사이기 이전에 전문상담사로서 심리상담 현장에서 오랜 기간 종사해 왔기에. 내 주 대상자가 가정폭력 피해자와 성폭력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과거보다 현재에 더 많은 상황들이 성범죄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그러기 시작하면서 과거에는 성범죄가 아니었기 때문에 무분별하게 사용하던 '욕설', '비속어' 등도 이제는 성범죄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하는 사회가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범죄가 눈에 띄게 줄었냐고 누군가 묻는 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를 우연히 다음의 상황에서 발견했다.
그리고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일부 각색해서 전달해 보고자 한다.
아래는 나와 성범죄로 잡혀온 소년범과의 대화이다.
"OO아. 근데 선생님이 궁금한 게 있어. 물어봐도 될까?"
"?? 뭔데요?"
"너도 사실 알고 있잖아. 요즘에는 게임하다가 욕만 해도 잘못하면 성범죄로 잡혀올 수 있다는 거. 맞지?"
"네. 학교에서 배웠어요."
"그니까. 근데 네가 생각할 때는 너가 알면서도 왜 이런 행동을 했을까?"
"(눈치를 보며) … 호기심 때문에."
대다수의 소년범들은 자신의 비행 행동의 원인을 '호기심'이라고 대답하고는 한다.
그런데 그 대답이 너무 뻔하다 보니, 어떨 때는 누군가가 그걸 정답이라며 대대손손 가르쳐준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그러니까 나는 더 이상, 그 아이들이 주장하는 '호기심'이 그 아이들의 비행 행동에 대한 원인이 되지 않으리라고 믿고 있다. 아니, 알고 있다.
"하아…. 근데 OO아. 그건 너희 모두가 하는 말이라서. 이유가 되진 않을 거고… 그치…."
"네…."
"왜일까? 왜 호기심이 생겼을까?"
"(얼굴이 빨개져서는 당황하며) … 야, 야… 그…."
"야? 야동?"
"네네! 야동. 야, 야동을 봤더니 호기심이… 생겨서…."
"…."
순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에게 다시 물어보니.
"너 그거 어떻게 봤는데? 너 미성년자잖아."
"다 보는 방법이…."
"… 이럴 거야? (웃음)"
"아, 쌤! 근데 저 이거 말하면 좀 그래요!"
"뭐가? 뭐가 좀 그래?"
"(고개를 꺾으며) 아아…!"
잠시만 기다려도 아이는 곧 자발적으로 입을 떼고는 한다.
"아, 근데 이게 좀…."
"뭔데."
"엄… 마 폰에서…."
"뭐?"
"엄마 폰에요. 그… 그냥 엄마 폰 만지고 있는데. 엄마 SNS 들어가니까 보였어요."
"…."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보니, 딱히 놀랍지는 않았고, 그냥 입맛이 좀 쓰다고 느껴지긴 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그랬다.
성범죄 사건으로 피해자 또는 가해자인 아동 청소년을 면담하다 보니, 아이들이 가끔 이런 공통된 발언들을 하는 걸 들을 때가 있었다.
'아빠(엄마) 폰에서 봤어요.'
'아빠(엄마) 핸드폰 사진첩에 동영상(사진)이 있었어요.'
'엄마(아빠) 노트북(아이패드)에서 할거 없어서 그냥 유튜브 들어갔는데 동영상이 바로 떴어요.'
아이들이 말하는 '자신들이 처음으로 야한 동영상(또는 사진)을 보게 된 계기'.
기술이나 문명의 발전과 함께 아이들이 점차 위험에 노출되는 공간도 루트도 다양해졌다.
그중 하나가 온라인 성범죄 문제였고,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아이들은 훨씬 더 '자극에 취약'했다.
나는 SNS나 온라인 활동을 거의 안 해서 몰랐지만.
우리가 SNS에서 하트, 좋아요 등을 누르면, 나의 팔로워들도 그 게시물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나의 선호도에 따라, 알고리즘이 유사한 콘텐츠를 계속해서 내게 추천해 주는 구조.
그래서 나는 온라인의 어떤 공간에서도 성인물에는 하트도 좋아요도 재게시도 누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들을 비난하지 않으며, 이 글을 그러한 의도로 작성하지도 않았다.
그저 어른들에게 작게나마 당부하자면.
첫째, 부모와 아이 모두 서로의 개인 계정에는 허락 없이 접근하면 안 된다는 '경계 세우기'를 철저하게 교육하면 좋다는 점.
둘째, 아이들이 언제 어디서건 어른들의 계정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니, 이를 대비할 만한 자기만의 방법들(자동 로그아웃 등)을 만들어두면 좋다는 점.
이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아이들을 지키고 싶다는… 단지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