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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의 빛나던 소망은

절도죄 번외 편 <경찰서에는 오지 않지만>

by 잇슈 Jan 14. 2025


내가 소년범 중에서도 절도죄를 가장 먼저 다룬 이유는 사실 이 일화도 다루고 싶어서였다.

절도를 했음에도 경찰서까지 오지 않는 아이들. 아이들은 누구일까?

아마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으리라.


부모의 혹은 친구, 지인의 금품 또는 물품에 손을 댄 아이들의 이야기.

어쩌면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도 한 번쯤 지나가듯 경험해 본 적 있을, 그런 '철없을 적' 이야기.


아무래도 내가 하는 업무가 법 관련 분야뿐만 아니라, 초중고 대학교 및 일반 상담 분야에서의 상담도 병행하고 있다 보니, 종종 마주치고는 했다. 상담사와 상담을 하다 보면, 때로는 고해성사처럼 자신의 과거 잘못을 고백할 때도 있기에.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후회가 남은 사연들을 얘기하고는 하니까.


이 케이스도 그랬다.

부모가 직접 상담을 의뢰했던 초등학교 고학년 아이의 이야기.

학교에서도 아무 말썽을 피우지 않았고, 동생 하고도 잘 지냈는데, 당시 상담을 오기 전인 1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절도를 했다는 사연.


그 누구도 아닌, 특히 어머니의 지갑과 친구의 물건에 자꾸 손을 대더라는.


그래서 아이를 직접 만나 보았다.

당시 아이의 상담을 의뢰했던 부모는 내가 일하던 지역 내에서도 특히 '비행상담'에 특화된 상담사를 찾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 교사의 소개를 받아서 나에게 그 사례가 연계되었다.


실제로 아이를 처음 직접 보았을 때는 지극히 평범한 인상이었다.

키와 몸무게를 확인해 보니, 신체 발달도 정상이었고, 별다른 잔병치레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으며, 학교에서의 교우 관계도 심각한 문제는 없는 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런데 왜? 유독 자기 엄마와 지갑과 친구의 물건에 손을 댔을까. 그것도 훔쳐갈 때마다 걸리는데.

반에서도 공부를 잘하는 등수에 속한다는 아이가 대체 왜.

답은 멀리 있지 않았다.


아이의 첫인상은 분명 건강 및 위생 상태가 양호했지만, 선명하게 눈에 띄는 게 있었고.

그건 바로 아이의 안색, 소위 말하는 낯빛이었다.

저녁 즈음에 가로등 빛이 들어오지 않는 길목의 분위기처럼.

아이의 없이 우울한 얼굴빛이 유독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이의 아동 상담을 하는 동안 부모의 상담 또한 진행해야 했기에 탐색해 보니.

거의 모든 내담자들이 그러하듯 부모에게서 얻을 수 없었던 정보가 아이를 통해 발견되었다.


'부모의 부부 갈등.'


그것도 거의 이혼 얘기까지 오고 가는.


부모가 얘기한 1년 전 시기부터 아이가 상담에 온 그날까지, 아이는 자신의 엄마의 지갑에서 최소 5회 이상 돈을 훔쳤고, 친구의 물건을 2회 훔쳤는데, 그때마다 말하길, '용돈이 부족하다', '갖고 싶은 게 있어서'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와 계속 상담을 해보고서야 아이에게 진짜 내재된 '무의식적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됐는데.

아이가 엄마의 지갑에 손을 댔을 때마다, 친구의 소중한 물건을 집에 몰래 가져왔을 때마다.

그 가까운 시기 즈음마다, 부모가 아이 앞에서 보여준 다툼이 상당히 격렬했었던 것이었다.

그리고 서로에게 오고 가던 이혼에 대한 언급까지.

아이는 그 앞에서 고스란히 그 장면을 보고 듣고, 겪어야만 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다.

모든 아이들이 부모의 갈등을 목격한다고 해서 그러한 행위를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그렇다면 이 아이가 엄마와 지갑과 친구의 물건에 손을 대는 행동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왜 이 아이는 그러한 방향으로 문제가 드러났을까.


그건 바로 아이의 '진짜 원함(want)'.

즉, '무의식적으로 진짜 원하는 것'.

그걸 얻기 위해 지속적으로 반복된-강화된-행동.

그게 바로 엄마의 지갑에서 돈을 계속해서 훔치는 이유.


그건 바로, '부모의 화해' 때문이었다.

평소에는 서로 얼굴을 보는 것조차 싫어해서 각방을 쓰던 부모가.

아이가 엄마의 지갑에서 돈을 훔칠 때마다, 이를 혼내기 위해 나란히 소파에 모여 앉았고.

친구의 물건에 손을 댔다고 학교에서 연락을 받으면, 부모가 함께 학부모 상담을 받으러 학교에 갔기에.

그게 바로 아이가 간절히 바랐던 장면이어서.


8개월이 넘는 상담 기간 동안.

한 주도 빠뜨리지 않고 나도 아이도, 그리고 부모까지도 모두 노력하여 간신히 찾아낼 수 있었다.

아이의 빛나는 소망이 무엇인지 말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나는 아이들의 잘못된 행위를 두둔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또한, 아이의 문제에 대한 책임을 부모에게 전가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도 아니다.


그저 심리학적 입장에서 보았을 때.

아이들의 문제 행동이 어떤 상황과 환경, 심리적 기제와 연결이 되어 있었는지.

아이의 교육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조금이라도 알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작게나마 끄적여 보는 것이라고 말해보고 싶다.


나의 사례가 모든 사례에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없다는 건 알지만.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절도죄' 편은 이쯤에서, 그 장을 마무리 지어보고자 한다.


평화로운 세상을 위하여.

Peace-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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