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죄와 주민등록법 위반, 점유이탈물 횡령죄
소년범들 중에는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학업 성적이 나쁘지 않은 친구들이 꽤 있다.
이 말을 조금 더 확장해 보자면, 소년범도 성인범도 무언가 특별히 정해져 있는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는 사람들이 특출 나게 경찰서에 많이 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종종 전교 1등이나 명문대 친구들도 소년범으로 오는 경우가 보이는데, 그들이 가끔 찾아오는 분야 중 하나가 절도죄이다. 특히 주민등록법 위반과 함께. 혹은 점유이탈물횡령죄와 함께.
이 경우 사건은 다른 사건들과 비교했을 때 어느 정도 간단한 확인이 가능하기도 하다.
"피혐의자 민**은 20**년 4월 10일 불상의 시간, 불상의 장소에서 피해자 이**의 주민등록증을 습득한 후 정상적인 방법으로 반환하지 아니한 채 20**년 4월 11일 18:20경 서울특별시 구로구 ***로 1번길 10 네닭내닭에서 업주가 신분증 검사를 할 때 피해자 이**의 신분증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내밀어 검사를 받다가 범행이 발각되어 신고를 당하였다."
이때 면담실에 들어오는 소년범은 꽤 단정한 차림새이다.
면담 시간 약속을 잘 지키고, 단정한 교복을 입은 모습이거나, 머리부터 발 끝까지 정갈한 옷매무새를 한 상태이다.
'똑똑'
면담실 문을 슬쩍 열어보고는 내 얼굴을 확인한 후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노크를 먼저 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리고는 내 모습을 발견하면 곧장 허리를 숙여 공손하게 인사한 후 자리에 착석한다.
"안녕하십니까."
약간의 긴장감을 보여주듯 입을 살짝 다물었다가 즉시 예의 바른 어투로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예에, 여기 앉으시면 돼요."
"넵."
특히 바로 직전에 거친 소년범이 다녀간 후에 이런 소년범이 들어오면, 솔직히 범죄심리사인 나로서도 살짝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그래서 꾸욱- 하고는 최대한 입술을 일자로 만들어 보고는 한다.
소년범의 재비행 예측을 위한 질문은 꽤 다양하다.
그리고 역시. 해당 소년범에게서는 우리가 측정하고자 하는 질문과 일치하지 않는 내용이 더 많이 나타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생활해 왔음에도 왜 갑자기 이러한 문제를 일으킨 것인가?'
이 부분이 주요 초점이기 때문이다.
"음… 근데 본인이 지금 답변해 봐서 알겠지만…."
"넵."
"사실 지금까지 아무 문제 일으키지 않고 생활해 왔잖아요. 학업도 너무 열심히 했고… 여기 온 거 대학교에서는 모르죠?"
"넵. 오늘 강의가 없는 날이라서 왔습니다."
아직 만 나이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대학생이 되어서도 소년범으로 온 케이스이다.
그러한 소년범은 면담 내내 두 손을 무릎 위에 단정하게 올린 상태이거나, 손과 손이 꼬옥 마주 잡은 상태를 유지하고는 한다. 이 경우, 면담에 진지하게 임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 보고는 한다.
"부모님은 아실 텐데… 뭐라고 하시던가요?"
"아, 넵. 부모님께서는 두 분 모두…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란 걸 알면서도 했다면 무조건 너의 잘못이고, 너의 책임이라고… 안이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계속 반성하라고… 그래야 다시는 안 할 수 있다고. 앞으로도요. 그리고 책임져야 할 게 있으면 무조건 잘못했다고 하고 책임지라고도 하셨습니다."
"좋은 말씀이시네요."
"넵. 두 분 모두 정말 좋은 분들이시고, 제가 존경하는 분들입니다. 아, 그리고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고도 하셨어서…."
"(웃음) 그래요. 진짜 제대로 말씀해 주셔서 감사하네. 근데 ‘나’는 왜 그랬을까요? 혹시 스스로 고민해 본 게 있을까요…?"
"넵. 저, 그러니까… 일단 제가 너무 경솔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 말씀처럼 너무 생각이 짧기도 했고… 무엇보다 안 걸리겠지,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죠. 거의 다들 그렇게 생각하다가 오죠."
"아, 넵. 넵. 저 그리고…."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렇게 스스로 자신의 사건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 오는 경우, 분명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추측해 보게 된다. 특히, 면담자인 내가 추가 질문을 하지 않았음에도 스스로 계속해서 자기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반성적 사고를 하고 있는지 보고하는 내용을 듣고 있다 보면, 점점 그 소년범의 인성적인 면이 더욱 면밀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소년범들이 길게 혹은 장황하게 말한다고 해서 이러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학업에서 어느 정도 성취를 이루었기 때문에 소년범으로 문제를 일으켰을 때도 충분히 스스로 제어가 가능하고, 다신 안 그럴 것이라는 교만함을 보여주는 친구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부정적 태도를 보여주는 경우에는 주로 부모의 잘못된 훈육법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한 번뿐이니까. 그냥 알아서 반성했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무슨 말을 할 게 있겠니.'
'지금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까, 앞으로도 또 문제를 일으키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네가 알아서 하겠지. 그래도 지금까지 잘해왔으니까 네가 나쁜 마음은 아니었을 거라고 믿는다.'
아이가 잘못을 했을 경우, 잘못은 분명한 잘못으로 대해야 한다.
하지만 위와 같이 부모가 소년범의 잘못된 행동에 대해 비이성적이라고 평가될 만큼 긍정적이고 지지하는 태도를 나타낸다면, 그 소년범은 결코 반성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곧 성인범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험성을 잉태시킨다. 덧붙이자면, 이러한 잘못된 반응은 학교 및 교사로부터의 반응에서도 찾아볼 수 있고, 이 또한 소년범이 반성을 하지 않는 태도를 강화시키는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다. 그들이 1년 혹은 2년 뒤에 또 경찰서에 오게 되는 경우를 종종 목격했기에.
그렇게 잘못된 훈육을 받은 내용을 보고했던 소년범들을 잠깐 떠올리다가, 정확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지한 소년범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음… 그쵸. 반성을 정말 많이 했네요. 근데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예요? 또 다른 사람 주민등록증을 길에서 보면…."
"넵. 이번에 제대로 배웠습니다. 우체통에 넣거나 경찰서에 갖다 준다고 들었습니다. 경찰관님이 알려주셨습니다."
"오오, 좋은 거 배웠네."
"넵. 아버지께서 이때 제대로 배워두라고 하셔서… 그래야 다신 안 한다고… 그래서 친구들한테도 얘기해 줬습니다!"
"(웃음) 잘했네."
"(살짝 쑥스러운 듯 웃다가 입꼬리를 다시 일자로 만듦)"
아동 청소년 상담을 하다 보면, 부모와 교사들은 종종 아이들이 자신들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답변해 주고 싶다.
아이들은 그저 ‘듣지 않는 척’ 할 뿐이라는 것을.
'아이에게는 부모가 세상의 전부입니다.'
부모교육을 할 때마다 강조하는 전문가들의 말이다.
그리고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아이들에게 있어서 또 다른 부모이기도 하다.
때때로 소년범들이 좋아하는 사람에 대해 보고하길, ‘선생님들 좋으세요.’, ‘저희 학교 선생님들 다들 착하고 좋은 분들이세요.’, ‘저희 담임쌤 덕분에 학교 다니기 좋았어요.’ 등등 이라며, 자신들이 받은 선한 영향력을 보고하니까.
그렇기에 모든 아이들이 성년이 되어 사회로 나아가기 전까지, 우리 모두가 다 같이, 끊임없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나는 부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