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죄가 초범인 소년범들 중
이 이야기는 ‘절도죄’로 경찰서에 오게 된, 하지만 재판까지는 가지 않은 소년범들의 사연이다.
사실 나는 아직도 이 아이들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다.
비행소년, 소년범, 촉법소년, 범죄자 등등 다양한 수식어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재판까지는 안 가는 아이들. 단지 경찰서에서 재판까지 가는 아이들과 가지 않는 아이들을 모두 통틀어 ‘소년범’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나 또한 이 글을 쓰는 동안은 그렇게 부르고자 한다.
절도죄로 경찰서에 오게 된 아이들은 항상 대답한다.
‘저도 하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어요.’
다른 죄명으로 오는 아이들보다, 이 아이들이 특히 그랬다.
그리고 본인들 스스로 덧붙인다.
‘제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가장 모른다는 말을 많이 하는 잘못.
그리고 재범으로 온 아이들이 과거에 한 번은 꼭 경험해 본 잘못.
특히, 초범에 절도죄인 경우, 엄격한 처벌을 받지 않기에 결국 재범 확률이 올라가고야 마는.
그게 바로 이 범죄의 맹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언제나처럼 나는 소년범이 면담실에 들어오기 전에 미리 해당 사건의 소년범에 대한 사건 개요를 검토한다. 그리고 내용에 따라, 소년범에게 어떤 질문을 할지 어느 정도 머릿속으로 구조화를 한다.
‘피혐의자 이**는 20**년 3월 20일 15:00경부터 16시 20분경까지 서울특별시 동작구 ***로 12번 길 10, ****아파트 101동 2, 3호 라인에 잠금장치가 되어 있지 않은 피해자 김민경 소유의 시가 480,000원 상당의 자전거를 발견하고, 피혐의자가 소지하고 있던 육각렌치를 이용하여 피해자의 자전거에서 9만 원 상당의 체인링을 분리 후 들고 가는 방법으로 절취하였다.’
머릿속으로 생각했다. 또 자전거인가. 덧붙여 떠올렸다. 특이하네. 부품을 훔치다니.
소년범 아이들이 주로 훔치는 물건 중에 자전거와 킥보드는 단골 물품이지만, 그중에서도 부품을 훔치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그래서 잠시 과거에 내가 면담했던 사건들을 떠올려 봤다. 그러던 중 담당 수사관님이 조심스레 면담실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곧이어 소년범 아이가 내 눈치를 보며 면담실에 들어왔다.
나는 짤막하게 나에 대한 소개를 한 뒤 사건과 관련하여 물어봤다.
“근데 이게 흔치는 않은데… 예전에도 본 적은 있지만. 자전거가 아니라, 부품을 훔쳤네요.”
“네….”
“이유가 뭘까요? 보통은 자전거를 더 많이 훔치니까.”
“저…”
소년범은 눈동자를 굴리며 입술을 깨물더니, 이내 결심한 듯 천천히 입을 떼려고 했다.
그리고 그 행동을 관찰하는 동안, 나는 그 소년범이 초범인 것으로 추정했다.
어떠한 비행 전력이 없는 상태로, 처음 경찰서에 온 아이들 대다수는 대체로 두 가지 형태의 모습으로 관찰된다. 자신의 잘못이 다른 잘못에 비해 경미하다고 느껴서 크게 처벌받지 않을 거라는 확신에 꽤 편안해 보이거나. 경찰서 자체가 처음이다 보니, 긴장하고 두려워서 눈도 잘 못 마주치는 경우.
절도죄에 초범으로 오는 아이들은 이 중에서도 특히 딱 절반이었다.
그중에서도 전자의 모습으로 온 아이들은 이미 경찰서는 아니어도 학교에서 선도위나 학폭위 전력이 있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인지 추후 재범을 일으킬 확률이 좀 더 높기도 하고, 실제로 1년, 2년 뒤에 더 큰 잘못으로 재범을 일으켜 오는 아이들을 목격하기도 했다.
“가, 갖다 놓으려고 했어요… 자, 잠시, 잠시, 제가 그게 잠시 필요해서… 근데 깜…빡해서….”
“네에….”
계속해서 바짝 긴장한 채 말까지 더듬으면서도 정직하게 설명하고자 하는 모습.
소년범이 거짓말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은 이미 다년간의 경험을 통하여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질문을 이어가 보니, 역시나.
소년범은 초범이었고, 학교에서도 어떠한 사고도 일으킨 적이 없으며, 일상생활에서도 무난하게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소 어두운 안색과 청소년기 우울증 증상으로 보이는 모습들이 관찰되다 보니, 지난주에 경찰서에 왔었던 또 다른 절도죄의 여학생이 떠올랐다. 화장품 매장에 들어가서 그대로 자신의 주머니에 화장품을 들고 나오려다가 붙잡혔던 아이.
아마도 그 아이의 가정 상황이 현재…
“혹시… 집에서 부모님이 다투는 모습 본 적 있어요?”
“….”
갑작스러운 분위기 전환.
그렇게 긴장을 하던 아이가, 이 질문을 받자마자 금방 긴장감으로 보여줬던 행동들을 모두 멈췄다.
그리고 지나치리 만치 차분한 목소리로.
“이혼… 하셨어요.”
“아… 많이 슬펐겠네요….”
“아뇨, 그냥…”
“으음… 혹시 언제쯤 이혼하셨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그냥. 1월? 1월 말인가…? 어… 음… 올해요. 올해 1월이요.”
“그래요….”
이상하리만치 초범에 절도죄로 오는 소년범들이 가끔 그랬다.
부모가 오랜 기간 다투다가 이혼했거나 갑작스러운 질병, 사고로 인해 명을 달리 한 상황. 그리고 그 후 얼마 안 가 절도를 일으켜서 오게 되는 아이들. 물론 그 사연이 절도죄를 일으킨 소년범 아이들의 사건에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지만.
적어도 아까 설명한 초범인 아이들의 두 가지 태도를 놓고 봤을 때. 후자, 즉 경찰서의 첫 경험에 상당히 불안해하는 아이들의 경우를 보면. 이 아이들은 대체로 가정이나 학교에서 올바른 훈육을 받게 되면, 재범을 일으키지 않을 확률이 높다.
그렇기에 거기에 희망을 걸어보고 싶다.
갑작스레 부모와 이별 혹은 사별하게 된 아이들이 겪게 되는 심리적 불안정성이 청소년기의 비행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우리 사회의 더 많은 어른들이 알고, 혹여 이러한 아이가 나의 가까이에 가족으로 또는 제자로, 지인으로 있다면 좀 더 살펴주면 어떨까.
이맘때의 아이들은 보통, 작은 관심과 애정 어린 눈빛 하나에도 마치 사막 한가운데서 단비를 맞이하는 꽃 한 송이처럼 금방 예쁘게 자신만의 꽃을 피워낼 수 있으니.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아프리카의 속담처럼.
우리 사회의 작은 관심 하나하나가, 소년범들의 비행률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