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완 Dec 29. 2022

우리에게는 '이유 있는 남 탓'이 필요합니다.

이 주제로 책 쓰기가 새해 목표입니다.

우리나라는 가혹한 곳입니다. 나랏돈으로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출하는 데에 인색합니다. 각자가 번 돈을 한 곳에 모으면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나은 삶을 노릴 기회를 줄 수 있지만, 정부가 세워진 이래로 그런 일에 다른 선진국 만큼 투자해 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만에 경제를 발전시킨 역사를 자랑스러워하지만, 그 결실이 어떻게 나눠지고 있는지를 물으면 떳떳할 수 없습니다.

더 안타까운 점은 이런 인색함을 자유의 이름으로 옹호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에게 갑갑한 사회 규범을 강요할 때에는 순식간에 일치단결하지만, 나라의 힘을 모아서 기회를 나눌 때에는 각자의 인생을 각자가 책임져야 한다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입니다. 눈치는 주면서 돕지는 않는 곳, 우리나라는 아직 그런 곳입니다.

이런 곳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가 불행하다면, 순전히 우리 자신의 탓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불구덩이에서 태어나서 화상을 입은 채로 살았다면, 그 화상을 내 탓이라고 자책할 이유가 없습니다. 물론, 근거 없이 신중하지 않게 불에 손을 넣은 사람은 불행을 자초했지만, 그런 사람 조차도 인생을 돌이켜 보면 남 탓을 할 정당한 이유가 하나 쯤 있을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남 탓을 마냥 나쁜 일이라고 말하지만, 때로는 남 탓이 필요하고, 또 정당할 때도 있습니다. 만약 스트레스에 민감한 유전 조건을 타고 났고, 학교에서 부당하게 괴롭힘을 당했다면, 살을 빼기 위해 식단을 조절하고 운동량을 늘리는 일에만 힘을 쏟아서는 안 됩니다. 살이 찔 수 밖에 없는 조건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나를 살찌게 하는 것은 내 생활습관보다 주변 사람들이 강요한 조건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스스로를 탓하며 두 번 고통받아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내 뱃살은 내 탓이 아닙니다.

이런 식으로, 내 탓인 영역과 남 탓인 영역을 제대로 나누지 않으면, 엉뚱한 일에 힘과 마음을 쏟게 될 수도 있습니다. 부당한 모욕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정말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나 대신 남을 먼저 탓해야 하는 순간도 분명 있습니다. 다시 말해, 삶의 주도권을 찾기 위해서는 '이유 있는 남 탓'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내년 7월까지, 이런 주제로 책을 쓸 계획입니다. 제 새해 목표입니다. 이 책이 성공적으로 출간되면, 곧바로 우리나라 좌우파 진영에 유행하는 담론을 비평하는 책을 써 보고 싶습니다. 초고를 쓸 때마다 페이스북과 브런치에 나눠서 올리겠습니다. 많은 관심과 비판 부탁드립니다.

작가의 이전글 정말 모두가 신앙 없이 살 수 있을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