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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Dec 31. 2022

이명박 다시보기

그는 생각보다 이뤄낸 것이 많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노태우 - 김영삼 대통령 이후로 가장 긍정적인 성과를 많이 이룩한 대통령입니다. 타칭 진보 대통령들과 다르게, 이명박 대통령은 실용적이고 사회적으로 정부를 운영했습니다.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서 관찰해 보면, 누구도 이명박 대통령의 성과를 무시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기에 이뤄진 성과는 대략 이렇습니다. 한국장학재단이 설립되어서, 저소득층이 학비 부담을 덜었습니다. 등록금 상한제가 도입되어서, 폭등하던 대학 등록금이 진정되었습니다. EBS와 수능이 연계되어서, 학생들이 사교육에만 의존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공기업이 고졸자를 적극 채용해서, 고졸자도 좋은 직장에 취업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보금자리주택 같은 공공주택이 늘어나서, 많은 사람이 집 걱정을 덜 수 있었습니다. 협동조합법이 개정되어서, 사회적 경제의 영역이 확대되었습니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부활해서, 중소기업인이 과잉경쟁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개혁이 이명박 대통령의 결정 덕에 이뤄졌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나라를 보다 사회적인 곳으로 만들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가 처한 문제의 크기에 비하면 성과가 충분하지 않았지만, 다른 대통령들보다 우리나라를 더 많이 개선했습니다. 비록 부패해서 감옥에 들어갔다 나왔지만, 따지고 보면 역대 대통령 중에 부패 의혹을 겪지 않은 대통령은 없습니다. 가족이든 측근이든, 모든 대통령은 주변인의 부패를 막지 못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부패한 우리나라 정치 현실을 볼 때, 단지 감옥에 들어갔다는 이유만으로 이명박 대통령만 저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기에는 성과가 너무 많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비교해 볼 때, 타칭 진보 대통령들은 성과보다 폐해를 더 많이 남겼습니다. 우선 김대중 - 노무현 대통령은 국립대학교 등록금을 폭등시키고 안전성 없이 시장을 유연화한 원흉입니다. 두 대통령이 정부가 통제하던 국립대학 등록금을 자율화하는 바람에, 10년 동안 국립대학의 등록금은 2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계층 사다리를 하나 더 치운 셈입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폐지해서 중소기업의 생존을 위협했습니다. 비록 두 대통령이 복지예산을 어느정도 확대했다지만, 늘어난 복지예산보다 위험에 빠진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토지 개혁 면에서도 두 대통령은 실질적인 성과가 없었습니다. 특히, 토지공개념을 부활시켰다는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충분히 억제하지 못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부동산 정책은 노태우 정부의 부동산 조치에 비해 뜨뜻미지근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노무현 정부가 도입한 종합부동산세는 당장 폐지해도 좋은 미봉책에 불과합니다. 차라리 정부가 빚을 져서라도 토지와 주택을 매입해서 공공임대를 확대하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릅니다.

KT와 SK텔레콤 같은 중요한 국영기업을 민영화해서 민간자본이 경쟁 없이 이윤을 벌어들이도록 방치한 것도 김대중 - 노무현 대통령입니다.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라면, 국유 이동통산사를 국민연금기금처럼 정부가 소유하지만 전문 경영진이 자율성을 갖고 운용하는 형태의 공기업으로 바꿀 수도 있었습니다. 실제로, 유럽에는 에어프랑스나 도이체반, 도이체포스트처럼 정부가 지분 전부 또는 대부분을 소유하지만 경쟁력이 강한 기업이 많습니다. 하지만, 한국식 자유주의 이념에 치우진 두 대통령에게 그런 발상은 애초에 불가능했습니다. 두 대통령은 충분히 개선할 수 있는 공동재산을 그냥 내팽개쳤습니다. 사회주의자가 두 대통령을 지지할 수 없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그나마 문재인 대통령은 앞의 두 대통령보다 낫습니다. 세원을 확대하고 정부 예산을 크게 늘렸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예산은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예산보다 2배 많습니다. 하지만 늘어난 예산에 비해 세원을 충분히 확대하지는 못했다는 점, 선거 때에는 감세 경쟁에 동참했다는 점, 기껏 늘린 예산을 효용이 의심되는 시민단체나 지속가능하지 않고 비효율적인 제도에 흩뿌렸다는 점, 사회적 갈등을 방치해서 장기적으로 세금 혐오, 복지 혐오가 확산되는 데에 일조했다는 점 등, 문인 대통령은 스스로 성과를 무너뜨리는 일을 많이 저질렀습니다.

우리는 이명박 시대를 단순히 부패 한 단어로 정의해서는 안됩니다. '보다 사회적인 대한민국'을 바라는 사람으로서, 저는 타칭 진보 대통령들보다 이명박 대통령을 더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말로만 양극화를 걱정한 대통령들에 비해, 이명박 대통령은 부족하더라도 착실하게 성과를 쌓았습니다. 당시에 크게 비판받았던 광우병 사태나 자원 외교도 최근에는 다시 재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타칭 진보 대통령들과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대선에서 경쟁하게 된다면, 저는 당당히 이명박 대통령을 지지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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