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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4천이 의미하는 것

사실 별로 없다.

by 이완

코스피가 4000선에 도달했다. 4만 원대까지 추락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10만 원대에 거래된다. 이제 투자가 늘고 기업이 활력을 되찾은 걸까. 주가만 보고 그렇게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사실 주가는 경제 전반의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지 않는다. 흔히 주식을 사면서 기업에 투자한다고 여기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기업이 새로 발행해서 시장에 내놓은 주식, 다시 말해 유상증자로 나온 주식을 샀을 때 뿐이다.

이미 시장에서 돌아다니는 주식을 구매하면, 기업에는 단 1원도 전달되지 않는다. 중고마켓에서 원가보다 비싸게 콘서트 티켓을 구매했다고 해서, 좌석이 늘어나거나 주최자가 더 부유해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주식시장이 호황이어서 주식을 구매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기업에 이익일 수 있다. 주가가 전반적으로 높으니, 새 주식을 조금만 발행해도 비교적 큰 자본을 얻을 수도 있다. 자기 자본이 적거나, 은행이나 투자기업으로부터 큰 돈을 빌릴 수 없는 기업은 결국 주식시장에 의존해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러 기업이 새 주식을 발행하고 시세 차익을 위해 주식을 파는 사람이 나타나면, 주가는 다시 떨어질 수 있다. 수요와 공급이다. 그래서 유상증자를 싫어하는 주주도 있다. 게다가 일부 이름 있는 대기업이 아니라면, 유상증자로 고용와 기계를 늘릴 만큼 자본을 얻기란 매우 어렵다. 신뢰성이 없으니까.

무엇보다, 주식시장과 큰 상관 없는 비상장기업이 상장기업보다 훨씬 많다. 거의 99 대 1 비율이다. 레고나 이케아, 화웨이처럼 해외 대기업 중에서도 비상장기업이 많다. 그런 기업에는 주가 지수가 아니라 은행 금리와 정부 보조금이 중요할 것이다.

따라서 주가가 오른다고 해서 곧바로 경제에 활력이 돌아왔다고 진단할 수는 없다. 그저 많은 주식을 갖고 있던 소수가 좀 더 부유해졌고, 일부 기업의 현금 유동성이 조금 나아졌을 수도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을 뿐이다.

1977년 12월에 수출액 100억 달러를 달성한 것은 온나라가 기념할 만한 일이었지만, 코스피 4000선 돌파는 그럴 일이 아니다. 고용이나 고정자본 투자가 유의미하게 늘지 않는다면, 주가 상승은 그저 거품일 뿐이다. 터지면 꽤나 소란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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