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 빛나는 별이지만 다가가기 힘든 곳

분량 문제로 책 원고에서 잘라낸 부분입니다.

by 이완

덴마크는 자유로운 시장경제와 큰 정부를 무사히 결합한 사례다.1) 기업은 자유로운 경쟁과 합의를 통한 해고로 생산성과 혁신성을 키우고, 정부는 노사 단체 협상과 무상교육, 적극적 노동정책 등으로 경쟁의 나쁜 부작용을 억제하는 동시에 경쟁의 결실을 재분배한다. 그 과정에서 덴마크 노동자의 임금이 상향 평준화된다. 이는 높은 임금을 견딜 수 없는, 생산성 낮은 기업을 더 빠르게 퇴출시킨다. 정부는 이때 생긴 실업자를 신속하게 재교육해서 살아남은 기업으로 옮긴다. 이것이 덴마크식 유연안정성의 기본 구조다.

그 성과는 확실하다. 덴마크는 유럽연합에서 첫 번째 아니면 두 번째로 혁신적인 나라다.2) 비만 치료제로 잘 알려진 위고비가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덴마크 제약 기업,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상품이다. 전 세계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레고(LEGO)’도 창사 90주년이 넘은 덴마크 완구 기업이다. 동시에 덴마크 실업자 중에서 1년 이상 일자리가 없는 장기 실업자는 10퍼센트 수준이다. 반면 이웃 프랑스와 독일의 장기 실업률은 30퍼센트 수준이고, 유럽연합 평균은 35퍼센트에 달한다.3) 2024년 덴마크의 1인당 GDP는 7만 1,000달러까지 성장했다. 미국보다 1만 3,000달러 적고, 우리나라보다 3만 5,000달러 많다.4)

이런 시스템은 결코 저렴하지 않다. 기업이 무너질 때마다 사람을 새로 가르치고 그동안 높은 실업급여도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덴마크는 유럽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소득세율이 높은 곳이다. 그 대신 그렇게 지출에 걸맞게 세금을 거둔 덕에, 2024년 IMF 통계를 보면 덴마크의 공공부채는 GDP의 31.5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영국과 프랑스의 3분의 1 수준이고 우리나라의 3분의 2 수준이다.5) 흔히 큰 복지국가는 그에 걸맞은 큰 공공부채를 떠안아야 한다고 여기지만, 덴마크는 그 반례다.

하지만 덴마크라고 해서 지상낙원은 아니다. 적어도 통계로 드러나는 덴마크인의 생활상은 마냥 여유로워 보이지 않는다. 유럽연합 자료에 따르면, 덴마크의 생활물가는 유럽연합 평균치보다 43퍼센트 더 비싸다. 폴란드의 2배 수준이다.6) 임대료도 가처분 소득의 30퍼센트에 근접하는 수준이라, OECD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비싼 편이다.7) 또한 공공부채가 적은 대신, 민간부채 규모가 GDP의 140퍼센트에 달한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스페인과 벨기에의 2배 수준이다.8) 이 부채의 80퍼센트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인 것으로 보인다.9)

시스템 자체의 불안 요소도 있다. 덴마크 사람은 이웃과 정부를 상당히 신뢰한다. 비록 이민자에게는 유럽 안에서도 상당히 엄격한 편이지만, 같은 덴마크인끼리 똘똘 뭉쳐 있다. 이는 덴마크인이 소득의 절반에 가까운 세금을 감당하게 하는 주된 요소다. 또한 덴마크 모델은 상당한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엄격한 의무를 부과한다. 예를 들어 실업자는 반드시 일정 기간 안에 정부 프로그램에 따라 새 기술을 익히고 취업해야 한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이 꾸준히 높은 생산성을 창출해주어야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10)

그런데 덴마크도 우리나라만큼은 아니지만 저출산 고령화를 겪는 중이다. 그런데 이민자를 많이 받으면 지금처럼 높은 사회적 신뢰와 동질성에 기반한 제도도 흔들릴 수 있다. 실제로 미국 하버드대학 경제학자인 알베르토 알레시나(Alberto Alesina)는 인종, 종교, 언어가 다양한 곳일수록 복지국가에 대한 지지도가 낮다고 결론지었다.11) 다른 연구자도 여러 데이터를 분석해서 인종 다양성이 증가할수록 이웃에 대한 신뢰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을 밝혀냈다. 연구자에 따르면, 이런 패턴은 지역의 빈곤이나 범죄율과 상관없이 반복 관찰되었다.12)

그래서 덴마크 정부는 최소 9년 동안 덴마크에서 살고, 2.5년 동안 풀타임으로 일한 이민자에게만 현금 복지를 지급한다.13) 또한 이민자 자녀들에게는 1세 때부터 덴마크어를 가르치는 보육시설에 다닐 의무를 부과하고 학교에서 비서구권 출신 학생의 비율을 30퍼센트 이하로 낮추려 하는 등 강한 통합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반이민 극우 정당이 아니라, 사회민주당이 동의하거나 주도한 정책이다.14) 또한 높은 생산성을 요구하는 노동정책은 그 자체로 저숙련 이민자가 넘기 힘든 진입 장벽이나 다름없다.15) 인구는 서서히 늙어가지만, 복지국가를 유지하려면 이민자를 무작정 받아들일 수 없다. 덴마크가 처한 딜레마다.

덴마크 총리이자 사회민주당 소속의 메테 프레데릭센(Mette Frederiksen)은 이렇게 말했다. “전통적인 사회민주주의자처럼 생각한다면, 우리 사회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을 모두 받아줄 수 없다.……너무 많은 사람을 들여보낸 사회는 대가를 치를 것이다.”16)

게다가 덴마크는 인구가 적어서 내수 시장도 작다. 경제 전반이 해외 수출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지금보다 더 무역 장벽이 높아지고 평화가 흔들린다면, 덴마크도 무사하기 어려울 수 있다. 비유하자면, 덴마크 모델은 우리가 다루기 까다로운 외제차와 같다. 안정적으로 뛰어난 주행 능력과 편안한 승차감을 자랑하지만, 유지비가 많이 들고 특히 비싼 부품을 자주 교체해주어야 한다. 상당히 취향을 타는 모델인 셈이다.

세상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어디에서든 쓸 수 있는, 완벽한 도구 따위는 없다. 덴마크는 모두에게 자애로운 절이나 수녀원이 아니다. 서로 같은 문화를 공유하며 굳게 결속한 사람들끼리 엄격한 사회계약 아래에서 무역에 전념하는, 그야말로 현대판 바이킹 사회다. 그런 점에서 모두가 덴마크처럼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국가 단위로 연대해본 경험이 적고 서로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 큰 곳은 덴마크 모델을 고스란히 따르기 매우 어렵다.17) 우리나라에서 중위임금을 받는 노동자에게 근로소득세율 30퍼센트를 부과하겠다고 하면 어느 정권도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1) Andreas Bergh, 「Hayekian welfare states: explaining the coexistence of economic freedom and big government」, 『Journal of Institutional Economics』 1(12), 2019, 3p.
2) 「European Innovation Scoreboard 2025: Country profile Denmark」, 『European Commission』, 2025.
3) 「CEDEFOP, Long-term unemployment rate」, CEDEFOP Skills Intelligence, 2023.
4) 「GDP per capita(current US$)-Denmark」, World Bank Group.
5) 「Gross public debt, percent of GDP」, Public Finances in Modern History, IMF.
6) 「Comparative price levels of consumer goods and services」, EUROSTAT, Data from 17 December 2025.
7) 「Housing Costs over Income(HC1.2)」, OECD Affordable Housing Database, 2025.
8) 「Monetary Sector credit to private sector(% GDP)」, World Bank Group.
9) 「주요국과의 비교를 통한 한국 가계부채 현황과 리스크 분석」, 우리금융경영연구소, 2024년 11월 22일.
10) Claus Thustrup Kreiner, et al, 「Danish flexicurity: Rights and duties, Department of Economics」, University of Copenhagen, CEBI Working Paper Series, No. 16/22, 2022, pp.6~7.
11) 알베르토 알레시나‧에드워드 글레이저, 전용범 옮김, 『복지국가의 정치학』(생각의힘, 2012), 231~255쪽.
12) Peter Thisted Dinesen, et al, 「Ethnic Diversity and Social Trust: A Narrative and Meta-Analytical Review, Department of Political Science, University of Copenhagen」, 『Annual Review of Political Science』, Vol.23, 2020.
13) 「Social assistance in Denmark」, Info Norden, The Nordic Co-operation.
14) Peter Nedergaard, 「Back to its Roots: Why Do the Danish Social Democrats Want a More Restrictive Immigration Policy?」, 『Friedrich-Ebert-Stiftung』, 2018.
15) Claus Thustrup Kreiner, et al, 「Danish flexicurity: Rights and duties, Department of Economics, University of Copenhagen」, CEBI Working Paper Series, No. 16/22, 2022, 17p.
16) David Leonhardt, 「In an Age of Right-Wing Populism, Why Are Denmark’s Liberals Winning?」, 『The New York Times』, February 24, 2025.
17) Andreas Bergh, 「Hayekian welfare states: explaining the coexistence of economic freedom and big government」, 『Journal of Institutional Economics』 1(12), 2019, p.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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