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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Mar 03. 2023

따뜻한 나라 대한민국

우리나라 헌법은 '사회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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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헌법은 따뜻합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그냥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사회적인' 자유민주주의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헌법에 따르면, 정부는 사회적인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복지를 증진해야 합니다. 자유방임, 야경국가는 헌법 정신이 아닙니다. '사회국가'가 헌법 정신입니다.

대통령은 재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 헌법 정신이라고 이야기하지만, 대한민국헌법 어디에도 그런 내용은 없습니다. 흔히 제헌헌법이라고 불리는 제1호부터 87년 헌법이라고 불리는 제10호까지, 대한민국헌법 전문에는 이 문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

- 대한민국헌법 전문


재산권을 다루는 제23조에서, 헌법은 재산권 행사에 한계선을 긋고 있습니다.


"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 대한민국헌법 제10호, 제23조 제2항


그 밑에는 대한민국이 '사회적인 국가'여야 한다는 내용이 명확하게 여러 번 등장합니다.


"국가는 사회보장 - 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 대한민국헌법 제10호, 제34조 제2항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경제 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

- 대한민국헌법 제10호, 제119조 제2항


이런 조항들을 보면, 우리나라 헌법은 최대한의 재산권 행사나 방임된 시장경제를 지지하는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 헌법은 사익과 공익 사이에서, 자유와 의무 사이에서 균형을 잡을 것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로크가 기독교 도덕이 허락하는 자유를 지지한 것처럼, 우리 헌법은 공공복리, 사회정의와 조화를 이루는 자유를 지지합니다. 문명 국가 중에 공익을 초월할 자유 따위를 보장하는 국가는 없습니다.


그나마 헌법 제10호는 완화된 편입니다. 헌법 제1호는 더 강력한 사회정책을 요구했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 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

- 대한민국헌법 제1호, 제84조


"중요한 운수, 통신, 금융, 보험, 전기, 수리, 수도, 까스 및 공공성을 가진 기업은 국영 또는 공영으로 한다. 공공필요에 의하여 사영을 특허하거나 또는 그 특허를 취소함은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행한다."

- 대한민국헌법 제1호, 제87조


우리나라의 첫번째 헌법은 경제적 자유보다 사회정의를 우선시했습니다. 심지어 국가가 중요한 자원과 생산수단을 직접 관리해야 한다는 것을 명시했습니다. 특별한 이유 없이 국유화, 공영화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한 헌법 제10호와 비교하면, 헌법 제1호는 확실히 바이마르 헌법만큼 강력한 사회국가를 주문했습니다.


대한민국헌법이 정한 정신은 '사회적인' 자유민주주의입니다. 어떻게든 복지 예산을 삭감하려 하고, 다수 국민에게 경제가 회복될 때까지 버틸 것을 주문하는 국가는 헌법 정신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다른 가치를 무시하고 최대한 재산권을 행사하게 하는 국가도 마찬가지입니다.


몇 번째 헌법을 살펴보던, 우리나라가 좁은 의미의 자유민주주의를 고집해야 한다는 근거는 찾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사회정의와 사회복지를 포괄하는, 넓은 의미의 자유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사회적이지 않은 자유민주주의는 우리나라와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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