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완 Mar 04. 2023

우리는 외로워졌습니다.

남의 일이 아닙니다.

https://m.yna.co.kr/view/GYH20230302001100044?site=popup_share_copy

종교를 믿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코로나 봉쇄 탓에 종교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다가 습관을 잃어버린 사람을 고려해야 겠지만, 코로나 확산 전부터 종교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나라가 미신에서 벗어나고 있다며 좋아할 일이 아닌 듯합니다. 사람들이 종교 대신 의지할 것을 찾은 것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서로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 타인과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살아야 합니다. 사회적인 동물에게, 위기를 앞두고 혼자가 되었다는 느낌은 그 자체로 생존 위협입니다. 그런 고독감은 술이나 담배보다 몸에 나쁘고, 자살을 결심하게 하는 결정적인 원인입니다.

종교는 가족과 함께 역사상 가장 오래된 공동체입니다. 사람은 가족 외에 같은 신이나 교리를 따르는 사람을 가장 믿고 의지합니다. 다시 말해, 종교는 혈통을 넘어서 더 큰 공동체를 형성하는 힘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가족이 빠른 속도로 해체되고 있습니다. 결혼율은 줄고 이혼율은 늘었습니다. 고독사는 이제 노년만의 위기가 아닙니다. 아직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지만, 고독사하는 청년이 점점 눈에 띄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족 외에 주기적으로 연락하며 의존할 수 있는 공동체가 늘어났다고 볼 여지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종교를 떠난다는 말은 고독한 사람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습니다.

고독한 사람이 늘어나는 현상은 그 자체로 정치 위기입니다. 고독한 사람은 내 편을 들어 줄 강력한 지도자를 지지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정치 극단주의, 포퓰리즘은 고독감을 먹고 자랍니다. 개딸처럼 관용을 잃은 정치 팬덤은 우리 사회에 이미 고독함이 초래한 정치 위기가 시작되었다는 증거입니다.

가족이 무너지고 교회가 무너지면, 사람들은 국가만 바라보게 됩니다. 고독감이 확산시키는 국가주의는 건강하지 않습니다. 고독한 국가주의는 사회의 인력과 자원을 합리적으로 조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제거하는 데에 권력을 사용하려 할 것입니다.

대안 공동체가 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종교의 해체는 곧 고독함의 폭증을 의미합니다. 종교인 비율이 감소하는 현상은 정치 양극화 등 또 다른 위기를 보여주는 단초입니다. 사람들은 더 외로워졌고, 그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문자 폭탄이든 마약이든 무슨 짓이든 할 것입니다. 외로움은 생존 문제이자 사회문제입니다.


한국행정연구원
작가의 이전글 따뜻한 나라 대한민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