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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완 May 27. 2023

마음챙김이라는 거, 정말 유용한가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불교 역시 자본주의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미국을 중심으로, 불교는 하나의 철학 사상이나 신앙이 아니라 자기계발과 심리치료를 위한 마음챙김 기법으로 정제되었습니다. 정제된 불교는 동아시아로 역수출될 만큼 상업성이 뛰어났습니다. 이제는 모두가 자본주의에 적응하기 위해 마음챙김을 공부합니다.

몇 년 전까지, 저도 마음챙김을 공부했습니다. 마음챙김이 신경과학적으로 우울과 공허, 불안과 통증에서 벗어나게 해준다는 말을 믿어 보기로 했습니다. 책, 유튜브, 텔레비전에서 여러 전문가가 추천하는 방법이니, 한 번 시도해 볼 만하다고 여겼습니다.

기법을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건포도를 천천히 씹으면서 그 감각에 의식을 집중하라는데, 그게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의식을 감각에 집중하라니? 과학자들도 의식이 뭔지 밝혀내지 못했는데, 대체 무엇을 어떻게 집중하라는 거지? 일상에 집중하기 힘들어서 마음챙김을 시도하려 한 건데, 감각에는 또 어떻게 집중해야 하지? 애초에 집중한다는게 뭐지?'

호흡과 생각을 관찰하라는 요구는 더 어려웠습니다. 호흡을 조절하는 일은 얼마든지 연습할 수 있었지만, 그걸 관찰하라는 건 당최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생각을 관찰하는 일은 비교적 수월했습니다. 머릿속에서 어떤 이미지와 글자, 음성이 스치는지 보는 일은 비교적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하지만, 이해하기 쉽다고 해서 실천하기 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간혹 몇 분 정도 관찰하더라도,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았습니다.

이쯤되니, 마음챙김이 모두에게 유용하지는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마음챙김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삶에 대한 의심이 약하고 낙관주의가 강한 사람에 한정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음이 기본적으로 긍정적인 방향으로 기울어 있는데, 어떤 사건 탓에 잠시 부정적인 쪽으로 흔들렸을 뿐이라면, 당장 떠오르는 부정적인 생각을 관찰해서 진정시키기만 해도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마음이 불안이나 고립감에 더 민감하고 낙관성에 둔감하다면, 마음을 관찰해 봐야 어두운 면만 보일 것입니다. 실제로,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에게는 마음챙김 기법이 위험하다고 이야기하는 학자도 있습니다.

마음챙김으로 정제된 불교도 금방 다음 유행에 자리를 내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신분석의 시대도 저물었는데, 마음챙김이라고 영원하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앞으로도 대중심리학은 자본주의에 적응하는 일을 돕는 데에 동원될 것이고, 참신함을 위해 새로운 기법을 찾을 것입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새로운 유행이 역사 깊은 불교에 대한 관심마저 밀어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merry buddha's mas
기쁘다 세존 오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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