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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티카카 Jan 13. 2023

엄마는 요즘 무슨 생각해요?

기어 다니기 시작하던 아기 때. 아이는 기어가다 멈추고는 한동안 바닥을 바라보았다. 가까이 가보니 화분에 딸려온 개미를 보고 있었다. 움직이는 까만 생명체를 본 아이는 놀라다 궁금해하다 신기해했다. 걸어 다니기 시작하면서 아이의 표정은 더 많아졌다. 공원 화단 꽃잎 속 무당벌레를 발견하고 뛸 듯 기뻐하기도 했고, 아파트 텃밭에 있던 보라색 가지를 오랫동안 쳐다보기도 했다. 바닥에 철퍼덕 앉아 뿌리인지 새싹인지 모를 잡초를 한참을 보기도 했다.

고 조그만 머리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나는 참으로 궁금했다. 너는 어떤 마음일까. 수없이 물었지만 나는 알 수 없었다. 아이 표정을 살피며, 웃음으로 울음으로 생각을 짐작할 뿐이었다.


아이가 말을 하게 되자 나는 신이 났다. 내 말끝은 언제나 물음표였다. 기쁘다면 얼마나 기쁜지, 신기하면 어떤 점이 그러한지 너무 궁금했다. 그 버릇은 불치병인지 고쳐지질 않는다. 하교해 책가방을 내려놓지도 않은 딸을 졸졸 따라다니며 묻는다. 떨어져 있던 몇 시간에 일어날 일이야 뻔하겠다마는 내 궁금증은 언제나 가득이다.




바람이 좋아 베란다에 앉아있는 내게 첫째가 다가온다. 내 옆에 자리를 잡고 오밀조밀 귀여운 얼굴로 나를 빤히 쳐다본다. 10살 된 아이에게서 꼬꼬마 때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운 아기 얼굴은 언제나 환영이다. 첫째를 보는 내 눈에서 꿀이 뚝뚝 떨이 진다. 아이는 여느 때처럼 내 어깨에 살짝 기대오며 말을 건넨다.


엄마는 요즘 무슨 생각해요?


잠시 머리가 멍해진다.

궁금해하는 쪽은 늘 나였다. 질문을 받자 머리가 하얘진다. 친구들과 몇 시간을 떠들 때도 일상 이야기나 아이들 이야기였다.

내 마음을 묻는 이는 드물다. 나조차 내 마음과 생각을 묻지 않는다. 나는 대답을 잃고 아이의 눈을 가만 바라본다.  반짝이는 맑은 눈을 보니 그제사 말이 트인다.


"글쎄. 요즘 엄마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럼. 다른 질문을 할까요? 엄마. 엄마는 요즘 어떤 글을 쓰고 싶어요?"

턱. 또 말문이 막힌다. 더위 핑계를 대며 미루던 쓰기였다. 더위가 가신 지도 오래. 찬바람이 불어오건만 책상에 앉아 본일은 까마득하다. 당황하는 나를 위해 아이는 글감을 하나씩 꺼내놓는다. 웃음이 난다. 내가 아이에게 늘 해 주던 일이다. 주위에서 쓸거리들을 찾아와 던져주고 글쓰기를 응원해 주던 것. 아이에게 돌려받으니 기분이 묘하다. 추천한 글감이 마음에 드는지 궁금해하는 아이 눈을 보며 결심해 본다.  다시 생각을 시작하기로.








다정한 나의 아기.

나는 안다. 궁금하다는 건 다른 말로 사랑이라는 걸.

늘 받는 게 많은 육아.

고마워. 궁금해줘서 그리고 물어봐줘서.

깊이 생각해 볼게. 엄마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글을 쓰고 싶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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