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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티카카 Oct 12. 2021

사고의 전말

전라도 광주광역시


나중에 내 사고에 대해 들을 일이 있었다.  


손님을 태우고 길을 달리던 택시 아저씨는 노란불이 들어오자 속력을 높였다. 신호 하나를 빨리 넘기려던 아저씨는 초록불도 달리는 아이도 보지 못했다. 눈에 들어왔을 때는 이미 늦었다. 브레이크가 작동하기 전. 일은 벌어졌다. 보통 이런 경우 사람이 차 밑으로 빨려 들어가는 일이 많다 한다. 다행인지 뛰어오던 나는 차와 부딪힌 채 몇 미터를 날아갔다. 돌잡이 때 실을 잡은 운이었던가. 머리가 무거운 아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리부터 떨어졌다. 끼익. 쾅. 사고는 요란했다. 부딪히는 소리가 너무 커 도로의 모든 차들이 멈추고 운전자들은 차 밖으로 나왔다 한다.  


반쯤 혼이 나간 엄마를 지나가던 택시 아저씨가 차로 태웠다. 구급차보다 내가 빠를 거라며 아저씨는 비상등을 켜고 응급실로 달렸다. 흥분하는 엄마를 진정시키고 택시비도 받지 않았다. 응급실에 도착한 내 다리는 피투성이었다. 허벅지뼈가 골절되어 겹쳐 붙여진 상태였다. 겹쳐진 뼈를 수술로 맞추는 방법과 추를 사용해 서서히 펴는 방법이 있었다. 성장기였던 내게 후자의 방법이 추천되었다. 엄마는 그렇게 하기로 결정했다.  


응급실을 나가자 택시기사 아저씨가 서있었다. 아저씨는 참으로 미안해했다. 그러다 한순간에 태도를 바꾸었다. 엄마에게 급히 뛰어온 내 탓을 하며 광주경찰 처장을 들먹였다. 파란불 횡단보도에서 난 사고고 증인도 많았다. 그런데 아저씨는 막무가내였다. 엄마는 너무 화가 나자 차가워졌다. 공중전화로 뚜벅뚜벅 걸어가 아빠 부대로 전화를 걸었다. 훈련 중이라 통화가 되지 않는다 했다. 엄마는 얼어버릴 것 같은 목소리로 무전을 요청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산꼭대기에서 훈련 중이던 아빠는 병원에 도착했다. 먼지를 일으키며 급하게 들어오는 군용 차량은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되었다. 평소에 순하기 그지없던 아빠였다. 화를 내는 쪽은 언제나 엄마였지만 이번엔 달랐다. 아빠는 군화부터 모자까지 단단히 화로 입혀져 있었다. 아빠의 기세에 아저씨는 조금 누그러졌다. 더듬이는 말투로 알고 있다는 경찰 지인들을 읊어댔다. 당장 데려와 독대하자 청하자 아저씨 얼굴에 난처함이 스렸다. 군인의 위상이 지금보다는 높을 시기였다. 택시 아저씨가 안다던 경찰 쪽에서도 군인과 얽혀 득 될 것이 없을 터였다. 여기저기 전화를 하던 택시 아저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꼬리를 내렸다. 무서웠던 아빠는 사건을 해결하고 먼지를 일으키며 부대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내가 알던 아빠의 얼굴로 나를 보러 왔다.




택시 아저씨는 그 후로 병실에 두 번인가를 더 찾아왔다. 생계가 걸린 일이었을 것이다. 백화점에서 비싸게 샀다던 인형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코끼리 인형과 원숭이 인형이었다. 동물 흉내만 낸 얼굴이 아니라 살아있는 코끼리가 축소된 것 같았다. 꼬리털은 푸석푸석하니 거칠었고 등은 짧고 부드러운 털로 쌓여있었다. 나는 이렇게 좋은 인형을 준 아저씨가 고마왔다. 선물 주는 좋은 아저씨를 엄마는 늘 냉대했다. 눈도 마주치지 않고 투명인간 취급을 했다. 난 그 사이에서 민망했다. 아저씨가 불쌍해 보였지만 엄마의 태도를 바꿀 순 없었다. 아저씨가 가시고 엄마는 인형을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나는 병실이 떠나가라 울었고 엄마는 내 울음엔 버틸 재간이 없었다. 퇴원하고 나서도 이 인형은 오래도록 내 사랑을 받았다. 피아노 위에 늘 원숭이 인형을 놓곤 했는데, 학교 갔다 오면 인형은 방구석에 처박혀 있었다. 철없던 나는 학교 갈 동안 원숭이가 집안을 돌아다니며 신나게 논 줄로만 알았다.




3달간의 입원 후, 나는 그토록 소망하던 휠체어를 타고 병원문을 나섰다. 그리고 퇴원과 동시에 광주에서 경남 진해로 전학을 왔다. 나의 첫 학교는 이별의 인사도 못한 채 그대로 끝이 났다. 마지막을 몰랐던 것처럼 시작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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