둠칫 둠칫. 둘째는 흥이 많다. 음악이 나오는 그곳이 나의 무대이다. 하원하는 길, 어린이집, 놀이터 아이의 무대는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그중 제일 좋아하는 곳은 마트 과자코너였다. 가게 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마음에 드는 노래도 나오는 날엔 유치원 가방까지 던져두고 춤을 췄다. 아줌마들의 박수에 맞춰 엉덩이를 흔들어대던 아이는 음악이 끝나면 수줍어 내 뒤에 숨었다.
코로나 시작 전. 어린이집 운동회에 참석했다. 큰 강당에서는 노래가 쉬도 없이 나왔다. 아이는 클럽에 온 듯 옷이 다 젖도록 춤을 췄다. 둘째를 본 같은 반 아이들이 몰려들었고 운동회 한구석. 춤판이 벌어졌다. 강당 스피커에서 달리기 시합을 알리는 안내가 나왔다. 아이는 춤을 추다 달리기 시합을 나갔다. 재빨리 나가 1등을 하고 돌아온 아이는 지치지도 않는지 또 춤을 추었다.
첫째가 좋아하는 음악은 피아노곡이다. 나와 함께 지브리 ost를 듣는다. 애니메이션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음악은 상상력을 자극한다. 그중 어떤 곡은 악보를 출력해 피아노로 연주해 보기도 한다. 잔잔한 음악은 생각을 방해하지 않는다.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를 한다. 음악은 성격을 따라간다. 첫째의 음악은 얌전하다.
둘째는 영 첫째가 이해가 안 되는 눈치다. 언니를 빤히 쳐다보더니 묻는다.
"조용한 노래를 왜 듣는 거야?"
"좋으니까 듣지."
"그런 건 노래가 아니야."
"그럼 노래가 뭔데?"
"신나야 노래지!"
두 아이의 음악 취향은 갈리기 시작하는 듯하다. 함께 생활하며 서로의 곡에 흥미를 가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기 좋을 대로 듣는다. 자장가 듣던 아기였는데 벌써 취향이 생기니 나는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헤이 구글! (AI 스피커) 제일 신나는 곡으로 틀어줘!!"
둘째는 오늘도 심장 뛰는 빠른 비트의 음악을 듣는다. 첫째는 잠깐 흥 오르는 듯하더니 금방 지쳐 방문을 닫고 들어간다. 둘째 딸은 그러거나 말거나 신나는 음악에 몸을 흔든다.
자매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기분을 대한다. 음악으로 풀어내는 하루의 피로. 고요한 첫째의 하루와 신나는 둘째의 하루 모두를 응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