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간 긴 여행을 떠난다. 코로나로 집에만 갇혀 있던 아이들을 위해 에어비앤비로 집을 구했다. 오름길 끝자락에 위치한 집은 잔디마당이 있었다. 협재 바다를 지척에 둔 집에서 보낼 여름을 떠올리며 몇 개월 전부터 설레었다.
집 예약 후에는 비행기와 배 사이에서 고민을 했다. 우선 익숙한 비행기를 알아보았다. 가격은 천차만별이었다. 네 가족 성수기 비행기 티켓과 렌트비를 알아보니 가격이 상당했다.
차선책을 찾기로 했다. 제주도를 가는 방법은 비행기뿐이 아니었다. 부산에서 제주도로 가는 배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남편 회사는 페리 할인이 되었고 비행기와 다르게 아이들 50프로 할인이 되어 이동비가 절약되었다. 우리는 배를 타기로 결정했다. 여름을 보낼 짐들을 트렁크에 넣으니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이번 여행부터는 짐도 직접 챙겨보기로 했다. 아이들은 신이 나서 가방을 꾸리기 시작했다. 인형을 몇 개 가져갈 건지 상의하다 언성이 높아지기도 한다. 여행을 함께할 피규어와 인형을 꼼꼼히 고르고 책을 넣으면 여행 짐 꾸리기는 끝이 난다. 빵빵해진 가방만큼 아이들의 마음도 부푼다.
우리는 여행 때 가져갈 책도 주문했다. 책은 여행지를 기억하는 나만의 방법이었는데 이제는 아이들도 함께한다. 소소한 규칙이라면 여행 전까지 궁금해도 절대 책을 열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제주로 가는 여객선 대합실에 도착하자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엄마 이제 여행 시작한 거죠?"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와!!" 아이들은 급하게 책 비닐을 떼어내고 첫 장을 넘긴다. 대합실에서 시작한 책은 맥도널드로 이어지고 관광지의 벤치와 식당을 건너 낯선 숙소의 침대에서 끝이 난다. 이렇게 읽었던 책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책장에 보관된 책들은 불현듯 여행의 기억이 떠오르게 할 것이다.
배는 부산의 유명한 다리를 지나 제주도로 향했다. 창가에 앉아 바다로 지는 해를 함께 보았다. 바다 위에서 보는 일몰은 아름다웠다. 아이들은 연신 카메라 버튼을 눌렀다. 우리는 혹시 고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파도를 유심히 관찰했다. 날치 한 마리 보지 못한 밤이었지만 아이들의 신남은 멈추지 않았다.
해가 지자 남편은 소파에 앉아 맥주를 마셨고, 아이들은 내복 차림으로 돗자리에 앉아 주스를 마셨다. Tv에서는 올림픽 배구 경기가 방영되고 있었다. 자꾸만 멈추는 화면 덕분에 경기는 더욱 짜릿했다.
8시가 넘자 우리는 이른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 훌쩍 커버린 둘째는 엄마 없이도 씩씩하게 침대에 누웠다. 요람처럼 흔들리는 배안에 누워 앞으로의 제주여행을 그려봤다.
여행 전 설렘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시간. 우리는 각자의 상상과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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