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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티카카 Apr 27. 2022

책 이렇게 읽어 주세요.
<쌍둥이할매식당> 편

집중하게 만드는 질문. 


2014년 7월 여름. 첫째는 19개월이었고 둘째는 뱃속에 있었다. 어린아이와 7개월 임산부에게 휴가는 사치였다. 우리는 고심하다  호텔에서 1박 하는 것으로 여름휴가를 대신하기로 했다. 서울 시내 호텔에서 묵는 건 처음이었다. 호텔은 지하상가와 백화점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더위에 약한 아이와 나에게는 맞춤형 휴가 장소였다.

1박이었지만 여행은 여행이다. 나는 여행마다 책을 사는 습관이 있었다. 이번 여행은 특별히 아이를 위해 동화책을 고르기로 한다. 우리는 에어컨 빵빵한 지하상가를 통과해 서점에 들렀다. 


그리고 그곳에서 아이의 인생 책을 만났다. 


300번은 넘게 읽은 우에가키 아유코의 책 "쌍둥이 할매식당"


호텔로 돌아와 씻고 아이와 침대에 누웠다. 에어컨으로 시원한 방에서 바스락거리는 하이얀 이불을 덮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씻어서 맑아진 아이 얼굴을 한참을 쓰다듬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 

17장 정도 되는 짧은 동화책은 너무 재미있어 좀처럼 우리를 놓아주지 않았다. 쭉 읽어 내려간 책을 덮고 나서도 흥미는 떠나지 않았다. 우리는 다시 책을 펼쳐 오랜 시간 그림을 보고 상상하며 책을 즐겼다.



심지어 이 첫 페이지 한쪽만 20분 넘게 읽을 때도 있었다. 이 한 장에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쌍둥이 할머니 식당 손님이 된다. 식당에 오기 전 무엇을 했는지, 어떤 일을 하고 있었는지, 어떤 옷을 입고 있었는지를 살펴보느라 아이와 내 눈은 바삐 움직였다.  지붕은 다 고쳤을까? 할아버지 그림은 완성된 걸까? 우체부 아저씨는 누구에게 편지를 전해주었을까? 우리의 궁금증은 끝이 없었다. 뒷장에 나오는 식당 장면과 비교해보면 이 페이지는 더욱 재미있었다. 다음 페이지로 진도가 도무지 나가지 않아 나는 손가락으로 노란 지붕까지 가는 길을 짚었다. 그것만이 이 짧은 페이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쌍둥이 할머니들은 어쩌다 곰의 집으로 요리를 하러 간다. 큰 부엌에서 하는 요리는 아이가 두 번째로 좋아하던 내용이었다. 내가 읽는 순서에 맞춰 아이는 손으로 파를 집어 도마로 가져가 썰었다. 감자와 양파 생강을 찾아 도마에서 써는 시늉을 하면 나는 잘게 쪼개진 야채를 들어 올리는 척을 하며 냄비로 옮겼다. 아이는 숟가락을 찾아 벌꿀 한 스푼 넣는 시늉을 했다. 찬장에서 우유를 찾고 소금을 찾는 동안 아이 눈은 두배로 반짝였다. 

둘째가 태어나고 이 책을 읽을 때가 되니 둘은 합심해 요리를 했다. 둘째의 임무는 불 피우기였다. 아이는 탁자 밑 나뭇가지를 부러뜨리며 아궁이 불을 키웠다. 이 요리를 300번 정도 했나 보다. 관등 성명하듯 툭치면 요리과정이 입에서 술술 터져 나온다. 아마 쌍둥이 할머니 요리는 내 머릿속에 각인이 된듯하다. 



'쌍둥이 할머니 식당'책은 첫째에게 200번쯤, 둘째와는 100번은 더 읽었던 책이다. 첫째는 10살이 된 지금도 가끔 이 책을 펼쳐 본다. '스미레 할머니의 비밀' 책도 마찬가지다. 입에 붙도록 많이 읽은 나도 책들과 정이 들었다. 다른 책들이 알라딘 중고서점에 팔려나가고 나눔이 되는 동안에도 두 책은 꿋꿋이 책장을 지켰다. 이 책들이야 말로 우리 집의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셈이다. 


한 장의 그림에도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작가의 능력이 부럽다. 덕분에 아이들과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얼굴도 모르는 사이지만 우에가키 아유코 작가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더불어 작가의 다른 책도 기다린다. 더더 유명해져서 다른 책들도 번역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책 재밌게 읽어주는 방법 - 아이와 함께 찾아보세요>


글자만 읽으면 10분 만에 한 권을 끝낼 수 있다. 그러나 그림에 숨어있는 수수께끼를 찾으면 한 권으로도 1시간을 재밌게 놀 수 있다. 아이들은 추리하듯 책장을 넘기며 답을 찾으려 애쓸 것이다. 집중력 약한 아이들을 앉혀 놓을 수 있는 엄마의 질문. 쌍둥이 할매식당 책으로 설명해본다.


그림의 힌트는 앞장에 있습니다.


줄거리만 읽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아이에게 던졌던 질문을 예로 들어보겠다.

문쪽 할아버지의 옷은 왜 더러워졌을까요? 할아버지는 무얼 하고 있었을까요?

우체부 아저씨와 지붕을 고치던 아저씨는 아는 사이일까요?

벽에 걸린 모자는 누구 것일까요? 벽에 걸린 가방은 누구 것일까요? 

우체부 아저씨는 어떤 메뉴를 시켰을까요?

한나 할머니의 스타킹 색은 옷처럼 파란색일까요? 그럼 안나 할머니의 스타킹 색은요? 

단호박 수프는 얼마일까요? 할아버지는 얼마를 내야 할까요? 

아이 엄마의 가방에는 어떤 장난감이 들어 있을까? (나중에 이 인형을 들고 식당에 옵니다)


다음장의 힌트가 되는 장면이다. 아이와 함께 상상해보자

뱀은 손이 없는데 바구니를 어떻게 들고 갈까요? 밥은 어떻게 먹을까요?

메추리는 4 마리입니다. 다음장에서 메추리를 찾아보세요. 사라진 메추리 한 마리는 어디 갔을까요?

너구리는 2 마리네요. 다음장에서 아기 너구리가 사라져요. 어디로 갔을까요?

고슴도치들은 바구니 없이 블루베리를 들고 가네요. 옮기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요?

아기 생쥐 한 마리가 할머니 주머니로 숨었어요. 어떤 생쥐였을까요?

동물들은 음식값을 어떤 열매로 냈을까요? 


노란색 지붕의 쌍둥이 할매식당. 딸들과 행복했던 추억의 책이다. 이 글을 읽는 엄마와 아가들도 우리가 느꼈던 행복을 느껴보시길.  


오늘도 행복한 책 읽기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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