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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드랑 Apr 11. 2022

[남미에세이] #5 진짜 행복한 사람들

페루_와라즈_Huaraz (1) , <왜 지금 남미?>

Travel Route | 페루 - 칠레 - 볼리비아 - 아르헨티나 - 브라질 |

페루 여행 | 리마 - 와라즈 Huaraz - 쿠스코


⌜진짜 행복한 사람들⌟


와라즈는 정말 하루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마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짜 행복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었다. 와라즈의 첫 인상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게스트 하우스에 들어서자마자 주인 아주머니께서 쨍한 파란색 스웨터를 입고서는 햇살이 내리쬐는 3층 발코니에서 빼꼼 얼굴을 내밀어 "hola!" 인사를 던져주셨던 장면. 지금도 너무나 생생해서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간다. 너무 맑고 예쁜 웃음으로 우리를 반겨주던 아주머니 덕에 기분 좋게 숙소에 도착한 후 옥상에 올라가보았는데, 와라즈 특유의 독특한 풍경에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귓가로 흘러들었다. 내 인생에서 손에 꼽는 평화로움이었다.


게스트 하우스와 아주머니


옥상 풍경


그날, 내가 묵었던 숙소 앞 성당에서는 무슨 행사가 있었던 것 같다. 성당 입구의 공간을 무대 삼아 아이들이 오르내리며 춤을 추고 있었고, 이를 구경하러 모인 와라즈의 동네 주민들은 성당 앞으로 늘어선 계단과 광장으로 뺵뺵하게 모여있었다. 다들 노란색 풍선을 손에 쥐고 아이들이 선보이는 노래와 춤을 따라하며 축제를 즐기고 있었는데, 와라즈 고유의 때 묻지 않은 행복감이 온 마을을 포근히 채워가고 있었다. 어른들도 마치 어린아이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를 갖고 있는 마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같은 노래를 따라 부르고, 같은 춤을 추고 손뼉을 치며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춤이 행복하다! 노래가 행복하다! 사람들이 행복하다! 

대단한 무대 장비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음향이 좋지도 않았다. 화려한 춤도 아니었고, 번쩍거리는 응원봉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 사람들은 이토록 행복을 만끽하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일요일의 오후를 즐기고 있다. 온 마을에 울려퍼지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주변 광장 벤치에 앉아 잠시 쉬었는데, 가족들과 나들이를 나와 삼삼오오 햇살을 쬐는 와라즈 사람들의 일상이 참 보기가 좋다. 조금 더 마을을 둘러보니 TV 상점 앞에서는 몇몇 사람들이 모여 축구경기를 보며 웃고 떠들고 있었다. 아, 정말 이곳 사람들은 소소하게 먹고, 마시고, 놀고, 사랑한다. 그래서 행복하다.


TV 상점 앞 축구경기를 보는 사람들


행복이란 무엇인가. 와라즈엔 삐까뻔쩍한 놀거리가 없다. 예쁘게 꾸며진 카페나 맛집이 늘어서 있는 것도 아니다. 동네도 작다. 그렇지만, 진짜 행복을 느끼는 데에는 대단한 게 필요 없다는 사실. 그 뻔한 사실은 나는 페루의 와라즈에서 느껴볼 수 있었다. 소박한 일상 속에서 내 사람들과 웃고 떠들며 감사하고 즐거워하는 삶. 그것이 결국 행복이라는 걸, 와라즈의 모든 순간들이 계속해서 상기시키도록 만들어주었다. "진짜 행복한 사람들"을 보면 알 수 있다. 행복을 느끼는 데에는 대단한 게 필요 없다.


정말이다.




2018/7/1/일요일의 기록


이곳 사람들은 알록달록 쨍한 원색을 참 좋아하는 것 같다. 마을 곳곳에 새겨진 원색들의 향연은 와라즈의 맑은 정서, 아직 세상에 오염되지 않은 순수하고 깨끗한 정신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는 듯 했다. 여성들은 곱게 땋아 내린 긴 머리에, 위로 길쭉하게 생긴 모자, 알록달록 우산처럼 볼록한 치마를 입기도 한다. 태평양 너머에 이런 세상이 있을 줄은 몰랐다. 와라즈가 참 좋다. 치렁치렁한 화려함이 없어서, 때묻지 않아서 예쁘다.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기회가 된다면 또 다시 찾아오고 싶은 아름다운 마을이다.

아! 버스 사고로 인해 우리들의 배낭은 내일즈음 와라즈로 도착할 예정이었다. 고로, 남동생은 리마부터 시작해 자그마치 4일째 똑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하하 살다 보면 똑같은 옷만 4일째 입는 일도 생기는 것이다~!


여성과 알파카 / 길거리 여성
와라즈 상점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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