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방안에서 오래도록 창을 보았다
세상의 빛이 길게 방안에 드리워도
내 마음에 안식은 없었다
어제 불었던 바람과
달포 전 내렸던 소나기가
아직도 내 마음을 흔들어 적시고
우수수 떨어지던 삶의 조각들이
기억의 저편에서 나를 오라 부른다
해는 중천인데 나는 아직 밤이어서
낮인데 낮이 아닌 듯 어둡고
빛인데 빛이 아닌 듯 침울하다
삶이 고요하기 바라지만 서리발 내린 겨울이고
마음이 평화하기 원하지만 고독의 감옥이라
지난겨울 눈보라가 아직 코 끝에 쟁쟁한데
난 여전히 어두운 방 가운데서 고요하다
아직 다 살지 못한 삶의 파편들이
첩첩하게 파리떼처럼 달려들고
아직 비추지 못한 생의 파도들이
지리한 장맛비처럼 추적거리는데
세상의 빛 조용히 내리는 방구석에서
창문으로 달려드는 빛이 삶인가 하여
어둠이 그림자를 삼킬 때까지 망연히 바라본다
창문으로 달려드는 빛도 벽에 지는 그림자도
모두가 삶인 것을
나로 인한 고난도 너로 인한 기쁨도
모두가 삶인 것을
지천명에 다다른 아침
창문을 열고 바람을 맞으며 삶에 대해 생각한다
풀수록 모르는 것이 삶이어라
살수록 어려운 것이 삶이어라
(2016년 8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