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을 다한 은행나무 몸뚱어리에
콩섶과 머루순이 둥지를 틀었다
물기 사라진 허리에 팔을 감고서
창공을 향해 비상하고 있다
둘이 내민 싹이 봄을 오른다
하루에 한 뼘씩 몸집을 늘리고
온기 없는 은행나무 몸을 따라
살아있는 자의 키를 늘린다
폭우와 바람을 온 몸으로 맞으며
새벽 이슬로 콩을 낳고
저녁 노을로 머루를 영글이며
그렇게 다다른 가을녁
꿈꾸던 하늘에 은행 하나 열지 못한 채
가을볕에 마른 몸 바람에 시린데
아직 더 살겠다고 발버둥치는 몸부림이
온 몸을 칭칭 감아 겨울을 막고 섰다
죽은자가 산자를 살리는 숭고한 희생
산자가 죽은자에게 달리는 삶의 미련
죽은 은행나무가 꼭 아버지 같다
(2016년 9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