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버스에 다리 한짝을 올려놓고
몸을 구겨서 안쪽으로 밀어 넣는다
등과 가슴이 닿아 아침을 맞고
다리와 손이 닿아 저녁에 다다르는
720번 시내버스가 하루를 달린다
어느 학생의 묵직한 가방이 구파발을 밀고
어느 노인의 행상 보따리가 답십리를 당기고
앞사람의 텅빈 정수리가 아침을 밀고
뒷사람의 깊은 주름이 저녁을 당기며
조금씩 열리는 새벽을 달리고
성큼 닫히는 저녁 별밤을 달린다
기차 선로처럼 정해진 길에서
마음과 마음이 부딪혀 아파하는 그대들과
타고 내리고 열리고 닫히는 만남과 이별속에서
스스로 이방인이라 시선을 외면하는 눈빛들과
알람처럼 일정한 시간의 간격 속에서
삶과 시간들이 타투듯 경쟁하는 지친 마음들이
도시의 소음을 뚫고 빌딩 숲을 지난다
거칠게 내닫는 바퀴가 돌고 돌아
닿는곳 마다 사람을 태우고 사람을 지우고
지나는 곳마다 마음을 담고 마음을 비우고
가슴이 답답하고 온 몸이 조여오는 도시를
뿌옇고 탁하여 숨조차 멎어오는 도시를
파도를 타듯 떠다닌다
구파발에서 들고 온 하루의 시작을
광화문에 내려놓는다
꼬깃꼬깃 접혔던 마음들이
가슴 저미는 상처들이 우루루 쏟아져
광화문을 지나 청계천으로 흩어진다
경복궁을 지나 북악산으로 날아간다
720번 버스가 달린다
종로를 지나 동대문을 향해 내달린다
아침 햇살이 뒤따른다
접힌 꿈이 뒤따른다
버스가 환하다
(2016년 12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