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의 斷想

관장(灌腸)

by 김남웅






관장(灌腸)을 한다

한통의 약물을 먹고
또 한통의 약물을 먹고
약물이 온 몸을 뒤집어

깨끗하게 씻어낸다


삶의 찌꺼기들이 출구로 몰려온다

그것이 음식이든 노폐물이든

사랑이든 욕망이든

몸속 깊이 내장을 흘러 쏟아진다


사람 사는일

어찌 잘못이 없겠냐마는

어찌 욕심이 없겠냐마는

그 잘못 내게 쌓여 염증이 되기전에

그 욕심 나를 채워 암덩이 되기전에


속을 뒤집어 긁고 헹궈서

아주 깨끗하게 속을 비우듯

마음을 비울일이다

나를 비울일이다


비우고 또 비워 속이 투명해지면

나를 가린 포장이 벗겨지고

너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고

비로소 진실한 내가 된다


먹은것 없고 비우기만 했으니

이제 남은 없고 텅빈 마음뿐이니

그곳에 꿈을 채우고

새싹이 돋는 봄과 푸르름을 채우고

반짝이는 밤별을 채우고

너를 향한 사랑을 채우고


그렇게 또다른 나로 살리라




(2016년 11월, 건강검진으로 온몸 구석구석을 살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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