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의 斷想

가을 편지

by 김남웅





어가는 나무 숲에
가을이 바람을 불러
너를 빨갛고 노랗게 물들이고
가을이 구름을 불러
너를 한잎 두잎 내려놓고
바람처럼 흐르고 구름처럼 올라
숲길 따라 걷는다

지지 않는 마음 하나 달고 있다가
휘 불어오는 갈바람에 훅 떨구고
하염없이 바닥을 뒹구는 은행잎에
편지를 쓴다
핏기 물기 다 사라진 시든 잎에
그대의 얼굴을 그리고
툭 건드리면 부서지는 마른 잎에
그대의 마음을 그리고
저물어 가는 태양에 고이 접어서
그대 마음 어딘가에 있을 나에게
가을 편지를 쓴다

노란 은행잎 편지지에
빨간 단풍잎으로 글을 쓰고
갈색 낙엽으로 우표를 붙이고
바람에게 편지를 부친다
내 마음이 그대에게 닿기까지
단풍이 물들고 낙엽이 지고
바람이 불고 겨울이 오겠지만
그 편지 읽는 그대 마음에
나의 사랑이 전해 질 수 있다면
내 마음에는 화사한 봄이 오겠지
내 마음에는 따스한 봄이 오겠지

가을이 흐른다
나무에게서 나에게로
나에게서 너에게로
너에게서 또 나에게로 흐른다
가을이 흐른다
가을에게서 겨울에게로
겨울에게서 봄에게로
봄에게서 나에게로 흐른다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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