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릿발이 대지에 피고
폭설이 마음을 삼키는 밤
어둠의 정적을 깨고
아내가 코를 곤다
그 소리 쟁쟁하다
소란하고
거칠다
무거운 바위 하나 이고
험산 산을 넘고
높은 파도를 헤치고
시린 눈길을 걸어서
어제를 지나 오늘에 닿기까지
나만 믿고 따라오라
내가 책임질테니 걱정말라
나의 철없는 다짐은 하수구로 버려지고
세상이 만만치 않은게다
그 삶이 녹녹치 않은게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
아내는 어제처럼
거친 세상으로 나서는데
나는
숨죽이듯 누워서
그 뒷모습이 사라질 때 까지
오래도록 창을 본다
언제쯤
아내의 창에 빛이 들까
그 빛에 마음이 따뜻해 질까
언제쯤
내가 아내의 빛이 될까
그 빛으로 빚을 갚을까
(2017.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