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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웅 Jan 26. 2019

24. 안산(鞍山) 야경(Ⅱ)





2018년 5월 17일 밤 9시.


여름 장마같이 굵은 빗줄기가
3일 동안 대지를 적시고
저녁노을 속으로 사라진 금요일 밤 
 
잠깐 올려다본 하늘이 호수처럼 파랗고
나무와 풀들도 진한 초록색으로 반짝이고
멀리 북한산이 속살을 드러낸 듯 투명하다 
 
구름이 없었으면 달빛이 가득하고
도시의 불빛이 없었으면 별빛이 쏟아지고
화려한 도시의 불빛이 한눈에 펼쳐지는
맑고 투명한 날 
 
퇴근 후 저녁을 먹고
낮에 본 푸른 하늘과 풍경이 생생해서
캄캄한데 뭐하러 산에 가느냐는
아내의 걱정을 뒤로하고
배낭에 카메라 하나 넣고는
서대문 안산에 오른다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가 경쾌하고
코 끝으로 전해지는 바람이 시원하다
밤마다 스미던 아카시아 향기는
계속되는 비에 꽃잎과 함께 쏟아져 내렸고
목마른나무 들은 생명을 찾아 더 싱그럽다
 
서대문 안산 정상에는
바람이 세차게 불고
몸을 파고드는 추위가 손끝으로 전해진다 
 
먼저 도착한 몇 사람이 감탄사를 쏟으며
카메라 앵글을 들여다 보고
셔터를 눌러댄다 
 
자주 안산에 올랐지만 오늘 날씨가 최고다
참 맑고 깨끗하다
남산이 바로 눈 앞에 펼쳐지고
멀리 보일 듯 말 듯했던 제2롯데월드가
눈 앞으로 성큼 다가온다 
 
콘크리트 빌딩 숲과
크고 작은 집과 거미줄처럼 늘어선 도로들
건물에서 뿜어내는 조명과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이 어우러져
서울의 밤이 화려하다 
 
다시 못 올 것 같은 맑고 깨끗한 서울의 밤을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고
집으로 향하는 길 
 
매일 이렇게 맑았으면
시리도록 푸르렀으면
시원하고 상쾌했으면 
 
나의 삶도 맑았으면
푸르고 상쾌했으면
환하게 빛났으면 
 
참•좋•겠•다




[안산 정상에서 바라본 중구 & 남산 야경]


서대문 안산 정상에서 바라보면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남산이다

하늘을 받치고 있는 전망대와

빌딩 숲 도심 속의 오아시스로 충분하다

지금이야 강남이 경제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과거에는 서울역과 서울시청을 중심으로 한

중구가 중심지였다


지방에서 서울로 오는 사람들이 첫발을 딛는 서울역

무엇이든 만들 수 있다는 청계천

도심을 바라볼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인 남산

세계적으로도 이름이 알려져 있는 남대문 시장

소실되고 다시 지어진 국보 1호 남대문

그밖에 무수한 건물과 삶의 터전이

역사의 증인이었던 서울의 중구


안산에 올라 서울을 바라보며

살아있는 역사이고

대한민국의 산증인인

안산에 올라 서울을 바라본다


중앙에 보이는 산이 '남산' 그리고 남산타워, 남산 왼쪽 뒤의 높은 건물이 '제2롯데월드'이다.



도심 중앙에 위치한 남산과 남산 꼭대기에 위치한 전망대

그 왼쪽으로 높은 탑이 보이는데 이것이 제2롯데월드이다

남산을 둘러싸고 도심의 빌딩들이 줄지어 서있고

잠들지 않는 도시를 불빛들이 점령하고 있다


수많은 대형 텔레비전 광고판에서

치열하게 제품을 쏟아내고

밤을 낮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시들지 않는 불빛으로 반짝인다


불빛 하나는 작고 초라하지만

그 작고 약한 불빛들이 모이고 쌓이면

내가 사는 집과 거리와

도시 전체를 비추기에 충분하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도 그와 같아서

혼자서 비추는 빛은 작지만

하나 둘이 모여 여럿이 되면

아무리 가두려고 해도 갇히지 않는

아무리 끄려고 해도 꺼지지 않는

아름답고 밝은 빛이 된다


빛이 있으면 빛의 소중함을 모르듯

늘 내 곁에서 빛이 되어 주는 사람

늘 내가 가는 길에 동반자가 되어 주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있어 내 인생이 빛도 지지 않고

오늘도 반짝반짝거린다


남산과 남산타워, 그 아래쪽은 '중구', 그 왼쪽은 '종로구'이다. 서울의 밤으로 빛으로 가득하다.
높은 빌딩과 아파트의 행렬이 도시 곳곳으로 이어진다. 서울을 이어주는 빛들의 행렬.




[안산 정상에서 바라본 종로구 야경]


안산 정상 봉수대에 오르는 길은

어둠이 내려앉아 캄캄하다

인적도 끊어지고 바람소리만 귀에 스친다

작은 계곡으로 흐르는 물소리가 귀에 울리고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봄을 걷는 소리와

가끔 울어대는 이름 모를 새들의 울음이 들린다


집에서 출발해서 기원정사를 거쳐

봉화약수터와 안천약수터를 지나

비탈진 계단을 20여분 올라

안산의 정상인 봉수대에 섰다 


비로 씻고 바람으로 밀어낸 서울은

내장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투명하다

평상시에 보이지 않던 제2롯데월드가 가까이 보이고

여의도를 지나 관악산이 눈 앞에 밀려온다


숨이 막힐 정도로 칙칙하던 하늘과

회색빛으로 우중충한 빌딩 숲들과

연기처럼 불투명한 도시의 얼굴들

그렇게 답답하던 도시에 생기가 돌고

도시의 빛들이 정상을 비춰서 환하다


수없이 움직이는 자동차와 불빛들

빌딩마다 빛을 내는 건물들

서울을 감싸고 있는 산들의 행렬

그렇게 천만명이 살고 살아가는 서울은

밤늦도록 잠들지 않고 깨어있다


그 잠들지 않은 도시의 풍경을 담으러

난 오늘 안산의 정상인 봉수대 앞에 섰다


맨 아래 검게 보이는 곳이 '서대문독립공원', 왼쪽 중간 불빛이 이어진 곳이 '인왕산 성곽길', 그리고 종로구 일대의 야경.



안산의 야경은 도시가 만들어내는 빛이다.

가장 순수하고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자연이 만들어 낸 빛은 아니다

낮에는 태양이 주는 빛을

밤에는 태양이 잠든 어둠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창조의 빛은 아니다.


조금 더 밝게 살고 싶은 인간은

문명은 전기를 만들고 전등을 만들고

빨갛고 파란빛으로 도시를 물들였다

먹고 입고 자는 것에서

더 맛있는 것을 먹고 더 좋고 화려한 옷을 입고

더 아늑하고 따뜻한 곳에서 잠을 자려는

인간의 욕구는 빛으로 이어진다.

남들보다 더 밝고 더 화사한 인테리어와

건물과 방과 삶의 공간들을 비추는 불빛을

더 아름답게 꾸미는 것

그것이다


도로를 따라 늘어선 자동차의 불빛과

고층건물에서 내뿜는 삶의 불빛과

행복한 가정의 보금자리마다 불빛을

도시를 지키는 가로등에서도 불빛을 내며

오늘을 건너 내일로 가고 있다


더 밝고 환하고 아름다운 불빛을

밤을 새워 일하는 우리들의 노고를

안산 정상에서 바라본 불빛에서 느낀다


서울은 그렇게 잠들지 않고

새벽으로 간다.


도시는 채우는 것은 건물의 빛뿐만 아니라 밤과 도시를 이어주는 자동차의 불빛이다.
제2롯데월드가 가까이 보인다. 세상의 소리가 잠들면 빌딩의 불들이 살아서 도시를 채운다.




[안산 정상에서 바라본 마포구 & 여의도 야경]


안산 정상에서 서쪽을 바라보면

무엇에 쓰는 시설인지 모르는 철탑과

철탑을 둘러선 철조망으로 막혀 있다.

서울의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은 물론 인왕산이나 남산도

사방이 열려있어 서울 도심의 경치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서울은 서쪽은 막혀 있으니 바라보는 곳은

남서쪽이나 북서쪽이다.


서울의 남쪽이 남산을 중심으로 하는 빌딩 숲이라면

서울의 남서쪽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하는 주거공간이 많다.

63빌딩을 중심으로 한 여의도,

종로에서 서대문을 지나 마포로 이어지는 업무용 빌딩과

빌딩 주위로 늘어선 아파트의 숲들.

멀리 관악산, 삼성산의 능선들이 둘러서고

어둠을 머금은 하늘에는 구름들이 놀고 있다.


예전에 마포의 애오개역 부근에 근무했고

그 이후에 영등포 로터리 근처에서 근무했고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구로디지털단지에서 근무했었다.

나의 서울 생활은 서울 중심에서 시작해서

조금씩 서쪽으로 움직여갔다.

그래서 서울의 서쪽은 낯설지 않고 다정하다.

서울생활 17년의 기억이 이곳에 머물러 있다.


저 길을 가면서 내일을 꿈꾸고

저 길을 가면서 땀을 흘렸다.

아직 꿈을 이룬 것도 아니고

그 꿈을 포기한 것도 아니고

아직도 진행형이지만

그래도 이곳에 오면 나의 꿈이 생각난다.


참 새로운 곳이다.


사진의 왼쪽 중간의 빌딩이 '63빌딩', 오른쪽 산 아래에 있는 큰 건물 2개가 '세브란스병원'이다.




[안산에서 바라본 독립문 야경]


서대문 안산의 남쪽 바로 아래에

수많은 빌딩 숲과 아파트 숲 앞에

어둠이 흐르는 공간, 독립문.


삼일절에는 만세의 함성이

광복절에는 태극기의 물결이

독립을 위한 열사들의 피와 땀이

나라를 향한 사랑과 숭고한 희생이

고스란히 쌓여서 물들어 있는 곳


애들이 어렸을 적에 독립에 대해 설명하려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나라를 위해

고초를 겪으며 죽어갔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감옥 7동, 사형장, 지하 여자 감옥이 있는 구치소,

3.1 운동 기념탑

독립협회에서 건립한 독립문

조선시대 중국 사신을 영접한 독립관

순국선열추념탑, 3.1독립선언기념탑,

그리고 서재필 동상이 있는 대한민국 독립의 중심이다.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통일로 251

'서대문독립공원'

그곳에는 대한민국의 지금을 만들어 준 숭고한 희생이 있다.



왼쪽 아래는 '서대문독립공원', 대한민국의 오늘이 있게 해 준 고마운 분들을 기념하는 곳이다.




[안산에서 바라본 북한산 & 홍제동 풍경]


나는 서대문 안산자락에 살고 있다.

북한산, 도봉산, 관악산 주변과 같이

공기 좋고 조용한 곳에서 20여 년을 살았다.

어릴 때 이곳에 온 아이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큰 아이는 대학교를 졸업했고

작은 아이는 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을 지나 무악재를 넘어

무악재역과 홍제역을 지나

산골고개를 넘어가는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과 홍은동

이곳이 나의 삶의 공간이자

서울에서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있는 곳이다.


옛날 왜 산에 오르냐고 질문했을 때

산이 그곳에 있으니 오른다고 했지만

나에게 묻는다면

산이 가까이 있으니 오른다고 하겠다.

멀리 있는 산은 생활이 아니라 여행이 된다.

오래도록 계획을 하고 마음을 먹어야 갈 수 있는

그런 산이 아닌 서울시민들 가까이 있고

산을 오르기에도 부담이 없는 곳

그곳이 서대문 안산이다.


서대문 안산의 북쪽은 멀리 북한산이 올려다보이고

그 아래 고개를 들고 선 평창동.

북한산의 끝자락에 덩그러니 놓인 인왕산과

그 사이에 오밀조밀 모여있는 홍제동과 홍은동

그리고 고개를 너머 은평구의 풍경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세월을 더 살아갈지

아무도 모르지만

나는 늘 안산에 오르고

안산의 구석구석을 누비고

안산과 얘기하며 살 것이다.


남에서 북으로 이어진 도로를 따라 아파트가 늘어선 '홍제동', 우측 멀리 보이는 산은 '북한산' 그리고 북한산 아래 불빛이 있는 동네가 '평창동'이다.




[안산에 오른 사람들]


서울 도심을 바라보기에 좋은 장소로

남산, 인왕산, 그리고 안산이 있다.

남산은 밤늦게까지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불빛들이 늘어서 있어 좋다.

인왕산은 산이 험하고 높아서

간단한 준비물로 정상에 오르기에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서대문 안산은 작은 전등 하나 만 있으면

아무런 등산장비 없이도 금세 오를 수 있고

서울 도심을 잘 볼 수 있는 곳이다.

이제는 제법 잘 알려져서

날씨가 좋은 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야경을 구경하러

몇몇 사람은 전문적으로 야경을 촬영하기 위해

이곳 안산을 찾는다.


안산 정상에 올라보면

밤하늘에 별이 초롱초롱했으면,

혼자 오지 말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왔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이 아름다운 풍경을 혼자서 본다는 것이

얼마나 죄를 짓는 것인지를

정상에서 바라보면 알게 된다.

그리고 별이 총총하고 반짝였으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안산의 밤이 깊어간다.

누구에게나 살아가는 목적이 다르고

누구에게나 꿈꾸는 미래가 다르지만

발을 딛고 서있는 사람들의 밤이

맑고 푸르기를

높고 아름답기를

그리고 내가 오래도록 이곳에 서 있기를.....


캄캄한 밤에 오를 수 있는 산, 내 생활 가까이 있는 산, 그래서 안산이 좋다.







(2018년 5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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