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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남웅 Sep 01. 2020

15. 인왕산의 가을 (2012. 09. 06)

가을이란 비우고 내려놓는 버리는 계절







푸른던 잎에 물기가 마르고

조금씩 야위어 앙상해 지고

여름이 조금씩 말라가는 계절


가을이라고 하기엔 여름의 빛이

산이며 나무며 들에 남아있고

여름이라고 하기엔 푸르름이 옅어지고

성장이 조금씩 더뎌지는 계절


가을이 올것을 알면서

잎들을 쏟을 걸 알면서

봄부터 새싹을 틔우고

무럭무럭 잎들을 키운 나무들


그 수고로움과 애씀을

그 희생과 사랑을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본다


자식이 떠날 줄 알면서

내가 자식을 떠날 줄 알면서

그렇게 헤어짐을 알면서


낳고 품에 안고

기르고 보살피고

마음을 다하여 사랑한

우리들의 부모님


가을빛에 말라가는 나무들과

잎들을 쏟고 겨울로 가는 나무들과

우리의 부모님이 많이 닮았다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나

누구의 남편이나 아내가 되고

누구의 아빠와 엄마가 되는

우리의 삶과 많이 닮았


나무가 시린 겨울을 지내는 방법은

그토록 사랑하여 키워온 잎들을

햇빛의 뜨거움을 견디며 탄생한 열매를

내려놓음이다.


잎들이 지면 나의 삶도 정지된다는 것을

그늘도 없는 거친 세상에 더 외롭다는 것을

새와 곤충들의 노래가 사라질 줄 알면서도

그 시린 겨울날을 건너기 위해

잎들을 내려놓는다.


그렇게 자기가 가진 것을

비우고 내려놓고

자기의 욕심과 욕망을

내려놓고 버리는 계절이 가을이다.


내가 가지려고 하는것이

언젠가는 쓸모없는 쓰레기인줄 알면서

우리는 왜 비우고 못할까

내가 움켜쥐려고 하는 것이

언젠가는 버려야 할 욕심인줄 알면서

우리는 왜 버리지 못할까


가을빛에 조금씩 물들어 가는 인왕산 자락에서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며

역경과 고난의 겨울을 지나

새로운 탄생과 성장의 봄을 맞기위해

내가 해야할 일들과

내가 버려야할 욕심을 본다


모든 자연은 인간의 스승이다.




[인왕산 안내도] 작은 공터가 있고 운동기구가 한쪽에 놓여있고 정자가 덩그러니 사람들을 기다리는 곳. 홍제동 산1-1번지에서 시작해서 인왕산을 오른다.


[성곽]성벽에 구멍이 뚫려있다. 바람, 햇빛, 넝쿨은 이 작은 공간을 통해 성벽의 안쪽과 바깥쪽을 연결해 준다. 마음을 열면 나를 통해 많은 것들이 연결된다.


[성곽]내가 보는 세상이 전부는 아니다. 저 작은 틈으로 내가 보는 세상보다 저 틈을 지나 바라보는 세상이 더 크고 아름답다. 두려워하지 말고 마음의 틀을 벗어나 세상으로 가자.


[범바위] 범바위에서 정상으로 이어진 성곽길에 전봇대가 서있다. 전봇대 없는 성곽이 정말 성곽같을 것이다. 저기 전봇대가 장승이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


[범바위] 많은 사람들이 인왕산을 오르면 처음 만나게 되는 바위다.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찍고 도시를 바라보며 더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한다.
[남산, 중구] 사진 속 광화문 부근의 건물에서 일했었다. 그 곳에서 일하는 동안 얼마나 많은 고함과 외침과 사람들의 행렬을 보았던가! 그 외침이 현실이 되는 대한민국이 되길...


겨울, 봄, 여름 지나고 가을에 인왕산에 다시 왔다. 지난 1년의 시간, 힘들고 어려운 환경을 잘 이겨내고 오늘 이 자리에 다시 선 나 자신에게 진심으로 고맙다.  


[기차바위] 이 모양, 저 모양. 크기도 모양도 다른 바위들을 차곡차곡 쌓았다. 그 바위 틈마다 나무가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다. 모두 신께서 하신 기적과 같은 일이다.


[북한산] 우측 높은 봉우리가 '보현봉', 좌측 높은 봉우리가 '문수봉'이다. 문수봉까지 가족이 함께 등산을 했다. 그 이후로 아이들은 나와 함께 등산하지 않는다.


[경복궁] 경복궁에서 많은 외국인이 한복을 입고 궁궐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에게 가장 한국적인 장소와 아름다움이 넘치는 곳이라 생각된다.


[서촌,북촌] 사진 속 공간에서 많은 사람들은 어떤 삶을 살았을까? 울고 웃고 기쁘고 슬프고, 보이지 않는 무수한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온 당신은 위대하다.


[기차바위]북한산 아버지가 인왕산 아들을 내려다보고 있다. 늘 뒤에서 묵묵히 지켜보고 힘들때 안아주고 좌절할 때 용기주는 우리의 부모와 같다.


아래쪽 동네가 가회동 북촌한옥마을이고, 중간이 혜화동과 낙산공원이다. 사진 중앙의 큰 건물이 서울대학교병원이다. 사진 속 공간이 서울에서 가장 한국적인 곳이라고 생각한다.


[홍제동] 인왕산의 서쪽 홍제동과 그 너머로 가좌동과 상암동, 멀리 서해로 흐르는 한강도 보인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강화도까지 보이는 이곳은 인왕산 기차바위다.


[부암동]산 골짜기 마다 집들이 들어서있다. 종로구에서 공기좋고 조용한 곳이 부암동, 구기동, 평창동이다. 왜 이 곳에 고급저택과 빌라가 많은지 인왕산에 올라보면 알게된다.


인왕산의 북쪽 봉우리에는 천정이 열리면서 마징가제트가 나올것 같은 장소가 있다. 시민들이 언제나 갈 수 있고 저곳에 앉아서 도란도란 얘기할 수 있는 그날이 오기를 기다린다.






(2012년 9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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