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볼 수 없는 귀한 광경을 찾아서
무려 7개월을 기다렸다
2019년 첫 캠핑의 서막을 여는 대망의 순간이다. 올해의 첫 캠핑지를 어디로 선정할 지에 대해 우리는 나름 신중했다.
캠핑장을 고를 때, 그 캠핑장만이 가진 고유의 매력을 만날 수 있는 곳을 좋아한다. 하지만 대체로 그런 캠핑장은 인기가 많다. 그래서 우리가 가고 싶어 한들 이미 예약이 끝나서 못 가는 경우도 있고, 선착순 예매 경쟁에서 참패하는 경우도 있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무한으로 애정 하는 땅, 강원도
기본적으로 우리는 강원도를 좋아한다. 서울에서 접근하기 좋을 뿐만 아니라, 지역 별로 매력이 천차만별, 각양각색이라 어디로 간들 질림이 없다.
작년 말쯤이던가, ‘여행에미치다’에서 국내 지도를 굿즈로 판매한 적이 있었다. 다녀온 곳을 스크래치로 긁으며 맛보고 즐기는(?) 지도였는데, 나름 연애 시절부터 이곳저곳 꾸준히 다녀왔던지라 앞으로는 지도에 표시하며 다니는 것도 재밌겠다 싶어서 한 번 사봤다.
그 이후부터 어딘가 데이트를 가거나, 여행을 가려고 할 때마다 이 지도가 묘하게 우리의 목적지를 결정한다. 캠핑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안 가본 수많은 지역 중에서 가보고 싶은 캠핑장을 몇 군데 추려봤다. 남편은 “운무를 볼 수 있는 캠핑장이 있대” 하며 내게 사진을 하나 보여줬다. 망설임 없이 그곳에 가고 싶어 졌다. 그렇게 결국 올해의 첫 캠핑은 우리가 사랑하는 강원도에서, 그리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정선에서 시작하게 됐다.
운무와 별똥별을 맞바꾼 스몰딜(?)
동강전망자연휴양림 캠핑장은 지대가 높은 산속에 있었다. 물건을 사러 마트에 갈 엄두가 안 날 만큼 굽은 길을 타고 올라가야 했다. 덕분에 공기가 아주 맑아 밤이 되면 징그러울 만큼 하늘을 빼곡하게 채운 별들을 볼 수 있었다.
별자리에 대한 지식이 풍부했더라면 저건 무슨 별이라고 단번에 알아차렸을 만큼 별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어서 갖은 방법을 써봤는데, 간신히 어설픈 사진 하나를 남겼다.
서둘러 잠자리에 들었다. 왜냐면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운무를 봐야 하니까! 동이 틀 무렵, 눈 앞에 과연 어떤 광경이 펼쳐지게 될지 상상만으로도 설렜다.
설렘은 설렘으로 끝났다. 우리는 두 번의 아침을 이 곳에서 맞았지만, 결국 이틀 다 운무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추측하건대 이른 새벽부터 날씨가 너무 쾌청했던 탓에 운무를 보지 못한 것 같기도 하다.
역시나 자연은 내가 보고 싶어 한다고 해서 쉽사리 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이 곳에서의 운무는 선택받은 사람들만이 볼 수 있는 광경일지도 모른다. 지난밤, 우리에게 수많은 별들과 별똥별을 보여준 대신 운무는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도 쾌청한 날씨 덕분에 신나게 잘 놀고 왔다. 언젠가 예상치 못하게 운무를 바라보며 모닝커피를 마시는 날도 있겠지! 아직 보고 싶고 궁금한 광경들이 너무나도 많다. 부지런하게 캠핑을 다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