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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겁꾼 Aug 20. 2019

특별한 손님과 함께한 여름휴가, 강원도 양양 캠핑

첫 번째 접대캠, 엄마 아빠를 캠핑에 초대했다.

부모님과 여름휴가를 같이 보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부모님은 자영업을 하시는 탓에 평소에 좀처럼 쉬지 못하신다. 가끔 쉬는 날마저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주로 집에서 쉬시는 편이다. 그런데 웬일인지 올해는 아빠가 먼저 '여름휴가를 가자!'는 이야기를 꺼내 주신 덕에 우리 부부는 부모님을 모시고 캠핑을 가게 됐다.


흔히 캠퍼들 사이에서 손님을 초대하는 캠핑을 '접대캠'이라고 부른다. 늘 둘이 하던 우리의 캠핑에 첫 번째 게스트가 찾아온다니, 게다가 그 게스트가 부모님이라니! 첫 번째 접대캠을 앞두고 묘한 긴장과 설렘이 있었다.


우리는 나의 친정집과 가까이 살아서 평소 잦은 왕래를 하고 지냄에도 불구하고, 남편 입장에서는 첫 접대캠 게스트로 장모님과 장인어른을 모셔야 한다는 것에 어쩌면 무거운 마음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남편은 캠핑 3일 전부터 미리 고기를 사서 '염지'라는 과정도 거치며, 맛있는 고기를 굽기 위해 바베큐에 대해 열심히도 고민하고 궁리했다. 소주를 좋아하시는 아빠를 위해 캠핑용 소주잔도 새로이 장만했다. 모처럼의 휴가인만큼 조금이라도 편안하고 즐겁게 보내셨으면 하는 마음에 평소보다 이것저것 더 신경을 쓰기도 했다.


아빠 이름을 넣은 특별 쐬주도 준비했는데, 아빠가 굉~장히 좋아하셨다.


캠핑장 선정에도 나름 신중을 기했다. 계곡을 가까이에 둔 캠핑장을 찾아보다가 총 두 군데로 후보지가 추려졌는데, 후보는 강원도 양양과 평창이었다. 두 곳 지역 모두 공기 좋고 물 깨끗한 곳인 데다가, 캠핑장 모두 유명한 곳이라 결정하기가 매우 어려웠지만, 우리 부부가 강원도에서 특별히 사랑하는 양양에 이번 여름을 맡겨보기로 했다.



강원도 양양의 소문난 캠핑장!?


강원도 양양 갈천 오토 캠핑장은 매년 지속적으로 방문하는 캠퍼들이 많은 만큼 좋기로 소문난 캠핑장이다. 실제로 캠핑장은 굉장히 크고, 나무가 푸르게 우거져 있어서 특별한 명당 없이 어느 사이트 건 그늘이 좋아 보였다. 만약 원하는 자리가 있다면 아침 일찍 도착해 선착순으로 사이트를 지정할 수도 있다고 한다.



http://cafe.naver.com/galchunauto


체크인 시간 전에 도착해도 비어있는 사이트에는 바로 자리를 펴도 된다고 했다. 덕분에 우리는 오전에 도착해 후다닥 집을 짓고 오후 시간을 여유롭게 보낼 수 있었다.


게다가 갈천 오토 캠핑장은 미니 펜션도 같이 운영하고 있다. 우리는 텐트에서 자고, 부모님은 잠자리가 불편할까 싶어서 펜션에서 주무시도록 했다. 우리처럼 어른과 동반한 캠핑이나 여러 가족이 함께 캠핑하기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메리트다.


캠핑장 옆에는 갈천 계곡이 흐르고 있는데, 사이트 바로 앞에서 물놀이를 즐기기에 좋다. 그래서인지 계곡에 근접한 사이트는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이 많은 느낌이었다. 계곡 러버인 아빠 덕에 우리도 얼떨결에 계곡 옆 사이트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도 잡고 맥주도 잡고...



장마까지 초대해버린 캠핑


거의 한 달 전부터 휴가 날짜를 잡아두고 있었거늘, 장마 주간과 겹치고 말았다. 비가 너무 많이 올 최악의 경우 부모님이 주무시는 미니 펜션에 우리도 들어가서 자기로 했다. 도착한 첫날은 비가 온다더니 갑자기 하늘이 맑아지고 날씨가 좋았다.


새롭게 준비한 간 해먹도 나무에 걸고, 계곡물에 들어가 놀았다. 7월 말의 갈천 계곡은 놀기 좋을 만큼 계곡물이 있었는데, 심각하게 차가워서 소리를 질러야 할 정도였다. (최근 매일같이 이어지는 서울의 폭염에 그 계곡물의 추위가 너무 그립다...) 저녁에는 남편이 정성스레 준비한 고기도 그릴에 굽고, 기분 좋고 풍족한 만찬을 즐겼다.




새벽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텐트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잠이 살짝 깼는데, 이내 소리가 멈춰서 소나기인가 보다 하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런데 아침이 오고, 결국 장맛비가 시작됐다.


아침을 먹고 캠핑장을 잠깐 나와 비 오는 양양을 구경했다. 날씨는 흐렸지만 바다에 가보고, 그 와중에 물치항에서 먹은 신선한 회는 정말 꿀맛이었다!



비는 하루 종일 그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점점 빗줄기가 굵어져서 우리는 결국 펜션으로 자리를 옮겼다. 오늘 밤에는 장작으로 모닥불을 피우려고 했는데, 계속 비가 내리는 탓에 불을 피울 수 없게 됐다. 우리의 손님들께 불멍의 매력을 선사해드리고 싶었는데, 여러모로 아쉬움이 가득 남았다.



다음 날, 집에 가는 날이 밝고 비도 점점 그쳐가기 시작했다. 아직 채 마르지 않은 캠핑 용품들은 펜션 안에 널어놓고 말렸다. 비가 오면 젖은 캠핑 용품들을 말리는 과정이 아주 번거롭다. 잘 말려두지 않으면 냄새가 나거나 곰팡이가 필 수 있다. 해가 쨍하게 뜨면 금방 마를 텐데, 아침엔 아직 구름이 가득했다. 아무래도 집에 가서 한 번 더 말려야 할 판이다.


캠핑장을 정리하고 서울로 가기 전, 점심으로 양양에서 유명하다는 막국수를 먹었다. 막국수도 막국수지만 감자전이 일품이었다! 그리고 해가 반짝 뜬 맑은 날의 푸르른 바다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비가 왔다고 한들, 즐거워하시는 부모님을 보니 어쩐지 마음이 뭉클하기도 하고,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대접하는 음식들을 보자마자 핸드폰 카메라를 켜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엄마 아빠도 인증샷을 찍을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아니 내가 생각하던 것 보다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몰랐던 부모님의 색다른 모습을 본 것도 어쩌면 이번 캠핑의 수확 일지도 모르겠다.


"엄마 아빠도 이렇게나 캠핑을 즐거워하시는구나!"




우리가 꾸며가는 캠핑에 찾아온 첫 번째 손님, 아빠는 우리 둘이서 이렇게 캠핑이라는 취미를 즐기고 있다는 게 참 좋아 보인다고 하셨다.


세 가족이었던 우리 집에 '사위'라는 식구가 하나 더 늘어, 넷이서 즐기게 된 부모님과의 여름휴가를 '캠핑'이라는 시공간 속에서 함께 보낼 수 있어 더욱 특별했다.


역시나, 캠핑은 모든 것을 어우르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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