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차 초보 캠퍼의 캠핑 이야기
돈 드는 취미생활은 안 하겠다고 했었다
무슨 자신감인지 나는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취미생활은 무슨, 가끔 스카이스캐너나 뒤져서 나름의 저렴한 비행기 티켓을 구하고, 짤막한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만으로 나의 여가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리 부지런하지 못한 나에게 취미생활은 범접하기 어려운 귀찮음의 영역이었다.
그러고 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남편과 연애 시절 참 열심히 데이트를 즐겼다. 우리는 주로 일요일에 만나 데이트를 했는데, 치열했던 평일에 대한 보상으로 더 열심히 어디든 놀러 갔고, 더 부지런하게 무엇이든 맛있는 것을 먹었다. (게을러도 노는 건 제일 부지런하게 잘하는 전생의 뽀로로)
그러던 어느 날인가 구 남친 현 남편은 한강 데이트의 퀄리티를 높여줄 캠핑 테이블과 의자를 사들고 왔었는데, 그것이 내 돈 내고 내가 고생하는 캠핑 라이프의 시초가 될 줄은 몰랐다.
캠핑은 수고스럽다
나는 그리고 우리는 아직 2년 차 초보 캠퍼다. 낡고 좁은 아파트에 사는 우리의 캠핑은 아파트의 좁은 복도를 통과해 느린 엘리베이터를 반복적으로 몇 차례 탑승하면서 캠핑 용품을 차로 실어 나르는 일부터 시작된다.
주변 가족들에게서 갈취(?)한 묵직한 텐트와 타프, 경량과는 전혀 무관한 테이블, 무인도에 가는 사람처럼 꽉 채운 아이스박스 등을 땀 흘리며 나르다 보면 '왜 나는 지금 이 순간 이토록 고생스러운 일을 취미로 삼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가 명확히 서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캠핑 사이트에 도착하면 그렇게 실어 나른 짐들을 또 다시 내리고, 망치 혹은 주변 짱돌을 줏어다가 있는 힘껏 팩을 박는다. 거기에 갑자기 바람이라도 불면 때때로 리뉴얼 공사도 해줘야 되고, 삼시 세끼 밥 해 먹고 간식도 챙겨 먹으며 잠시라도 쉴틈 없이 바쁘고 수고스러운 캠핑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캠핑의 계절을 기다리는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캠핑 떠나는 날을 하루하루 손꼽아 기다리는 이유는 수고스러움의 뒷면에 감춰진 캠핑의 어마어마한 매력을 온 몸과 마음으로 느끼고 싶어서다.
그렇게나 고생스럽게 집을 지은 뒤 마시는 맥주, 다음날 아침 텐트에서 나오자마자 코에 닿는 기분 좋은 공기, 어둠이 짙어지고 나무 장작을 태우며 하염없이 바라보는 불멍, 별 것도 아닌 일들로 두런두런 채워가는 남편과의 대화가 너무나도 좋다.
먼 훗날 우리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그 친구와도 계속 캠핑 라이프를 즐기며 살고 싶다고 미래를 그리는 우리의 캠핑은 이제부터다. 더 좋은 장비들을 탐내고, 대한민국 구석구석 숨은 명소를 찾아다니며, 반복되는 계절을 우리만의 추억으로 겹겹이 쌓아가기에 캠핑보다 좋은 취미생활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