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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겁꾼 Jan 06. 2021

해가 지면 아이는 목놓아 울었다

아직도 풀리지 않은 그 시절의 미스터리


아기의 울음은 언어라고 했다. 아기가 태어나고 초보 엄마 아빠에게 당면한 첫 번째 미션은 아기의 울음을 읽고 메시지를 파악하는 일일 것이다. 어디에선가 본 바로는 아기의 울음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의 슬픈 감정이 담겨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기가 우는 걸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한들, 이유를 알 수 없는 아기의 울음이 몇 시간 동안 지속되었을 때 의연할 수 있는 부모는 과연 몇이나 될까?




아이는 조리원을 나온 뒤 생후 20일 무렵부터 100일 정도까지 밤마다 울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미친 듯이' 울었다. 우리는 아이가 왜 그렇게 우는지 알 수 없었고, 아이의 울음 패턴을 어느 정도 파악하게 된 지금도 여전히 알 수 없다. 그저 그럴 법한 몇 가지 원인을 추측해 볼 뿐이다.


1. 배앓이

아기의 울음이 달래 지지 않고, 다리를 배 쪽으로 당기면서 울면 흔히 배앓이라고 한다. 당시 우리 아이도 다리를 접었다 폈다 하고 팔을 흔들며 울었다. 그래서 우리는 ‘아, 이게 배앓이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배앓이 방지 젖병을 사용하고, 유산균을 먹이고, 배앓이에 좋다는 분유로 바꿔봐도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

결론: 시간이 약이라고 하니까 지켜봐야겠다.


2. 마녀의 시간(Witching hour)

어떤 육아 서적에 따르면 아기는 밤이 찾아오는 것이 두려워서 초저녁 시간대에 유난히 보채고 운다고 한다. 이를 일컬어 ‘마녀의 시간’이라고 하는데, 이건 꽤 그럴싸한 예상 원인이었다. 하지만 아이가 잠들기를 무서워했던 건지, 어두운 밤이 무서웠던 건지 이 또한 전혀 알 수 없다.

결론: 백일쯤 되면 이러한 현상이 나아진다니 기다려봐야겠다.


3. 잠투정

개인적으로 아마 이게 가장 강력한 원인이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 아이는 유난히 잠투정이 심한 편이다. 흔히 피곤하면 뻗어버린다고들 하는데, 아이는 오히려 그 피곤한 느낌이 괴로운 건지 피곤할수록 심하게 운다.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들기가 어려워서 그렇게 울었나? 근데 잠깐 잠들었다 깨어나서도 다시 울기 시작하는 걸 보면 꼭 잠투정만은 아니었던 것 같기도 하고...

결론: 잘 모르겠다.


4. 성장통

50cm로 태어난 아이는 백일 간 10cm가 넘게 자랐다. 급격히 늘어나는 키와 체중을 감당하려면 분명 성장통도 동반되었을 것이다. 어느 날은 팔다리 마사지를 해주니 울음이 조금 잦아들 때도 있었는데 아마 성장통도 울음의 원인 중 하나였지 않았을까 싶다.

결론: 시간이 지나면 나아진다니까 기다려야겠다.




여러 가지를 고민해 봐도 이렇다 할 결론과 해결책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시간이 흐르기를 ‘존버’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 상황을 타파 혹은 완화해 보고자 나름 여러 가지 방법을 적용하며 아기를 달랬다. 그러던 날들이 반복되면서 우리는 일종의 메커니즘을 구축해 나갔고, 나는 그 과정을 굳이 아래와 같이 도식화해 봤다.


사실상 결국에는 그냥 울렸다...




초저녁은 가히 전쟁과도 같았다. 오후 7시가 되면 양손에 칼과 총을 들고 맹렬한 전투를 펼치다가, 9시가 되어서야 비로소 휴전령이 떨어지고 지쳐 쓰러진 군인 두 명이 있었다. 우리는 기진맥진한 몸과 마음을 추스르며 오늘도 잘 버텼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울음소리에 이골이 나서 사실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다. 어떤 날은 답답하고 짜증이 나서 나도 같이 울었다. 그 짜증의 대상은 우는 아이라기보다, 이 상황을 해결해 낼 수 없는 나 자신에 더 가까웠다.


아기 울음을 분석해 주는 어플은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주변 선배 엄마 아빠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맘카페를 찾아봐도 이 정도로 울어재끼는 아기의 케이스는 찾기 어려웠다. 아기가 2시간을 운다고 말하면 대부분 ‘헐 2시간이나?’하고 반응했다. 그래, 우리 애가 유별난 게 맞구나.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러했다.


물론 어디가 아픈 건 아닐까 의심도 해봤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아이는 아주 잘 먹고, 잘 웃고, 잘 놀고, 잘 자고, 잘 쌌다.

구만울어ㅠㅠㅠㅠㅠ




아이는 그렇게 꼬박 3개월을 울었다. 백일이 지나자 밤마다 목놓아 서럽게 울던 시간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신기할 정도로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그것은 흔히들 말하는 ‘백일의 기적’인 것처럼.


아직도 알 수 없는 의문의 시간이다. 앞으로도 영원히 알 수 없을 미스터리일 것이다. 혹시 나중에 아기가 말문이 트이고, 그때 너 왜 그렇게 울었냐고 물어보면 속 시원하게 대답해 줄까? 그럴 일은 없겠지.


시간이 흐르면 나아진다는 말을 영양가 없는 위로의 말쯤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정말로 시간이 흐르니까 저절로 해결되는 것들이 있었다. 결국 육아의 정답은 '시간'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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