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캠퍼가 된 캠린이의 텐트 고르기
새로운 텐트가 필요해
아무래도 어린아이와 캠핑을 다니다 보니 리빙쉘 형태의 텐트가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아이와 첫 번째 캠핑을 가던 날, 우리는 조건을 하나 걸었다. 텐트 안에서 아이가 잘 자고 하룻밤을 무사히 보내면 텐트를 새로 구입하고, 잘 못 잔다면 텐트를 사는 건 나중으로 미루자고.
아이와의 첫 캠핑은 그럭저럭 성공적이었고, 그래서 캠핑이 끝나기 무섭게 새로운 텐트를 구입할 계획에 돌입했다. 이럴 때 보면 우리는 돈 쓰는 일만큼은 기가 막히게 부지런하다.
텐트를 사기 위해 고려했던 세 가지 요소 중 첫 번째 는 피칭하기 쉬워야 할 것. 내가 아이를 보는 동안 남편이 주로 피칭할 것이기 때문에 혼자서도 무리 없는 텐트여야 할 것 같았다. 만약 텐트를 치는 과정이 짜증나고 스트레스가 된다면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쏟아가며 캠핑을 갈 이유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두 번째는 패킹된 상태가 너무 크거나 무겁지 않을 것. 우리 차량의 경우 트렁크 적재공간이 작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차가 그렇게 큰 건 아니라(티볼리 에어) 트렁크에 싣기 좋은 사이즈와 무게면 좋을 것 같다. 텐트 외에도 실어야 할 짐들이 많으니 어떤 물건이든 부피를 적게 차지하면 고마울 따름이다.
세 번째, 예산에 맞아야 할 것. 대략 50만 원 내로 우리가 세운 예산 내에서 구입할 수 있으면 좋겠다. 캠핑을 지속적으로 다닌다는 가정 하에 어차피 캠핑용품이란 장비를 계속해서 바꾸게 되어있고, 텐트 역시 쓰다 보면 점점 업그레이드를 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너무 비싼 텐트를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 외 디자인은 가급적 전실이 있는 터널형 텐트를 선호했고, 색상이나 브랜드, 중고 혹은 새 제품 여부 등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삼자 택일을 위한 고민
우리가 최종적으로 후보 리스트에 올린 텐트들은 다음과 같았다.
캠프타운은 배진산업이라는 국내 업체에서 제조 및 생산하고 있는 브랜드로, 텐트 종류가 생각보다 굉장히 많다. 가격대가 높지 않아서 입문용 텐트로 접근하기 좋고, 인천에 매장이 있어서 직접 방문하여 텐트를 확인해볼 수 있는 것이 이점이다.
우리가 염두에 둔 모델은 네팔 270이었는데 가격대는 약 38만 원 정도로 저렴한 편이라 리빙쉘 입문용 텐트를 고려하는 우리에게 적당한 가격대였다. 네팔 270을 생각했던 건 가격대뿐만 아니라 이너텐트가 면 혼방인 점에도 혹했다. 면텐트라면 아무래도 습기가 덜 찰 테니 자는 공간이 뽀송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제로 본 네팔 270은 이너텐트 공간은 넉넉해서 괜찮았으나 전실이 너무 좁았고, 천장이 낮아서 좁은 전실이 더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여러 가지 장점을 뒤로하고 아쉽지만 후보에서 제하기로 했다.
코베아는 워낙 잘 알려진 브랜드이니 어떤 텐트를 사도 실패할 일은 없을 것 같았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고려했던 아이거는 일단 색상이 밝고 예뻐서 디자인 요소가 아무래도 제일 큰 장점이었다. 왠지 우리도 갬성 캠핑 대열에 들어설 수 있을 것만 같고..?
단점이라고 한다면 매장에서 본 가격은 62만 원이었는데, 우리가 세운 예산에서 살짝 오버되는 범위다. 또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아이거는 이너텐트 입구가 기울어진 모양이라 지퍼로 여닫을 때 불편한 감이 있다는 글을 봤는데 실제로 여닫아보니 약간 불편했다.
코베아 매장에 가서 아이거 말고도 다른 전시된 텐트를 여러 가지 봤는데, 같은 가격이라면 다른 모델도 좋아 보이는 것들이 많아서 ‘왜 아이거를 사야 하지?’라는 최초의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꼭 사야 할 것 같은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사지 말자고 단박에 결정하자니 아쉬운 감이 있어서 일단 보류 옵션으로 남겨뒀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우리는 결국 새턴패밀리를 구입했다. 스노우라인의 새턴패밀리나 새턴2 제품은 사람들이 많이 사용하는 모델이다 보니 적어도 실패는 없을 것 같아서 정해놓은 후보군이었다.
매장에 전시된 새턴패밀리를 보자마자 마음에 들었다. 창문을 다 열어놔서인지 개방감도 좋아 보였고, 이너텐트 공간이나 전실 사이즈도 셋이 생활하기에 알맞아 보였다. 그리고 생각지 못하게 좋았던 점은 이너텐트가 검은색이라 어느 정도 암막 기능이 돼서 아이가 자기 좋은 환경일 것 같았다.
가격은 할인가 44만 원으로 우리가 세운 예산 내에 들어맞는 가격이었고, 거기에 피칭이 쉽다고 하고, 패킹된 부피 또한 크지 않아서 고려하던 조건에 전부 부합했다. 망설일 필요 없이 매장에서 곧바로 구입해 집으로 돌아왔다.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는 캠핑의 일장일단
새로 구입한 새턴패밀리를 들고 총 세 번의 캠핑을 다녀왔다. 텐트를 피칭하는 시간은 30분 내외로 남편 혼자서도 오래 걸리지 않고 크게 힘들이지 않아서 만족스럽다. 또 블랙과 화이트의 기본 색상이라 어느 캠핑장에 가건 여기저기 잘 어울려서 좋다.
다만 실제로 사용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었던 단점들도 있었다. 이너텐트가 사다리꼴 모양이라서 직사각형의 매트를 두장 붙여 깔면 구석 부분이 살짝 뜬다. 크게 불편한 건 아니지만 애매한 공간이 약간 거슬려서 아쉽다. 또 옆으로 나있는 문이 생각보다 낮아서 불편한 감이 있다. 특히 신장이 큰 사람이라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게 더 불편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러 단점이 있다한들 아마 어떤 텐트를 샀어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직접 경험해봐야 알 수 있는 일장일단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래서 새로운 텐트, 새로운 캠핑용품을 구입한다는 건 어떠한 요소들이 우리의 캠핑 스타일에 적합하고, 우리는 어떤 단점까지 커버할 수 있을지 알아가는 과정을 모두 포함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옆 사이트에서 단둘이 캠핑 중인 커플을 힐끔 쳐다보며 ‘우리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하고 과거를 회상하는 우리는 아이와 함께 가족 캠핑을 시작하면서 다시 ‘캠린이’가 됐다. 앞으로 우리의 캠핑은 ‘아이에게 괜찮은가’를 기준으로 무언가를 결정하기도, 캠핑용품을 사기도 팔기도 할 것이다. 그렇게 우리가 몰랐던 캠핑의 새로운 영역을 하나하나 알아가다 보면 아이는 언젠가 훌쩍 자라 있을 테고, 우리의 캠핑도 그만큼 같이 성장해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