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무더위를 식혀줄 자연으로의 피서
전라남도, 가깝고도 먼 그곳
서울 토박이로 자라난 나는 명절이라고 해도 늘 서울에 있었고, 지방에 가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대학 시절, 내일로 기차를 타고 처음으로 전라도 광주에 가봤었고, 결혼을 하고 나서 시댁인 충북 제천에 처음 가봤다.
반면 남편은 충청도에서 태어나 경상도에서 학교를 다녔고, 군 시절 운전병 보직을 맡아 전국 각지를 이곳저곳 다녀봤다고 했다. 그래서 어쩌면 내가 상상하는 서울에서 전라도까지의 거리와 남편이 체감하는 거리는 조금 달랐을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대부분 수도권과 근접한 캠핑지를 주로 찾는다. 서울에서부터 이동시간을 최소화해야 캠핑장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동시간을 고민했던 게 무색해질 만큼 우뚝 솟아있는 편백 나무들 사진 한 장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이번에는 한 없이도 멀게 느껴왔던 전라도로 한 번 떠나봐야겠다!
여기가 바로 피톤치드 맛집
우리가 도착한 캠핑장은 전라남도 장성에 위치한 편백힐 치유의 숲 캠핑장이다. '아무래도 너무 먼 것 아닌가?' 했던 걱정과는 달리 전라남도 장성은 의외로, 생각보다 서울에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캠핑장은 편백나무들로 가득 차 있어 공기가 단연 압권이었다. 피톤치드를 뿜어내는 나무들 사이에서 콧구멍을 힘껏 넓혀 숨을 가득 들이쉬어본다. 괜스레 폐가 정화되는 느낌이 든다. (플라세보 효과...?)
시설적인 측면에서는 조금 낙후된 감이 있었지만, 지내기 불편한 정도는 아니었다. 캠핑장 주변에 작은 계곡 같은 것이 하나 있었는데 아이들이 놀기도 적당하고, 발 담그고 가볍게 맥주 먹기에도 좋았다.
에어컨 없는 8월의 오후 3시
유난히 더웠던 지난해 여름, 에어컨들은 집집마다 밤낮없이 열일을 했다. 매년 이렇게 더우면, 아니 이것보다 더 더워지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싶었던 걱정은 자연 속에서 와르르 무너졌다.
캠핑장에서 조금만 나가면 전라남도 담양과 연결 되는데, 우리는 가장 더운 오후 시간대에 맞춰 계곡에 놀러 갔다. 발만 잠깐 담그고 있었을 뿐인데 언제 더웠냐는 듯 금세 시원해졌다.
새삼 곁에 있어 고마워지는 자연이다. 아무리 시대가 변한 들 자연은 영락없이 고마운 '피서지'가 되어주고, 그렇게 사람은 자연을 벗 삼아 살아가게 되는 건가 싶다.
8월, 땡볕의 대낮을 에어컨 없이 보낼 수 있다니! 심지어 열대야에 에어컨 없이 숙면을 취할 수 있다니!
자연이 가지고 있는 힘은 실로 위대하다. 그리고 우리의 캠핑은 그 자연의 매력을 찾아 떠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