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캠핑이 쉬어가는 시간들
2018년 마지막 캠핑
동계 캠핑은 가지 않는다. 우리의 암묵적인 룰이다. 아직 2년 차 초보 캠퍼인 우리에게 동계 캠핑은 일종의 넘어야 할 산이다. 동계 캠핑은 보통 장박으로 캠핑장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고, 실내 공간에서 주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리빙쉘이 있는 텐트나 타프 스크린이 필요하다. 또, 추위를 막아줄 난로 등의 방한용품도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없는 장비들을 새로이 장만해야 하는 금전적+심리적 부담감과, 지금도 맥시멈 하게 캠핑을 다니는 우리의 스타일로 미루어보아 동계 캠핑은 맥시멀 캠핑의 확장판 느낌이 될 것 같아서,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시도하지 않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시도하게 될지도 미지수다.)
때문에 우리는 주로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캠핑을 다니는데, 10월 초에 떠난 이번 캠핑은 2018년을 마무리하는 우리의 마지막 캠핑이 됐다.
쌀쌀한 공기와 따뜻한 장작불의 조화
10월 초 대관령은 밤공기가 제법 쌀쌀했다. 그래서 전기요를 두둑하게 깔아 따뜻한 잠자리를 만들었다.
이 곳 솔내음 캠핑장은 사실 하룻밤만 짧게 머물고 와서 그런지 특별히 좋았던 부분도 없었고, 특별히 나빴던 부분도 없었던 무난한 캠핑장이었다.
다만 이 날의 캠핑이 유독 기억에 남는 건 '불멍'을 처음 시도해봤기 때문이다. 이모부에게 그릴을 하나 받고부터는 평소 고기 굽는 용도로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하는 중이다. 특별히 이 날은 장작을 구입해 그릴에 처음으로 장작불을 피워봤다.
쌀쌀한 공기에 가을 노래들을 잔뜩 깔아놓고(예를 들면 성식이형의 곡들) 불을 바라보면서 맥주를 마시니까 왠지 진짜 캠핑 중인 느낌이어서 혼자 맥주를 과음해버린 바람에 다음날 숙취도 덤으로 얻었다...
가을은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
대관령 캠핑장에 도착하기 전, 남편 친구 부부와 같이 여행도 겸했다. 10월의 강원도는 다채로운 축제들이 많았다. 주문진 오징어 축제도 구경가보고, 강릉 커피 축제도 다녀왔다. 횡성 한우 축제도 가고 싶었는데, 거리 상 갈 수가 없어서 각종 소고기 퍼레이드로 대신했다.
축제가 가득했던 강원도를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왔다. 지난 한 해 이것저것 바빴던 일정 탓에 캠핑을 생각만큼 자주 갈 수는 없었지만, 그 와중에도 가는 곳마다 즐거운 추억만 남겨왔다.
앞으로 우리의 날들은 무수히 많기에 더 좋은 곳들로 부지런히 떠나보자고 약속하며, 기나긴 겨울이 흐른 뒤 다시 찾아올 따뜻한 봄날에 만날 캠핑을 기대하며 그렇게 우리는 2018년의 가을에 안녕을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