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끝나는 시점인 1953년 9월부터 황순원은 『문예』에 새 장편 『카인의 후예』를 연재하기 시작했으나 5회 연재 후 중단되었고, 1954년 12월에 중앙문화사에서 김환기의 장정으로 단행본으로 상재했다고 한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설의 시대적 배경과 장소이다. 이 소설은 해방이 된 후, 북조선에서 토지개혁이 실행되는 시기를 다루고 있다. 황순원은 실제 지주 계급에 속해 토지개혁은 자신이 속한 사회적 집단의 운명을 좌우한 사건이 되었다. 황순원이 속한 사회 집단의 입장에서는 이 토지개혁이 한국전쟁이나 해방보다 더욱 중요한 역사적 사건이었다. (박은태(2006),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 연구」, 『현대문학의 연구』, 한국문학연구학회, 1쪽)
북한은 토지개혁으로서 기존의 정치세력을 전복하고 농민들의 지지를 얻음으로써 공산주의 세력의 기득권을 확보해야 했다. 토지개혁의 정치·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하여 ‘3·7제 투쟁’과 ‘청원운동’ 등을 펼치고, 그 운동이 ‘3·1 운동 제27주년’을 기하여 절정에 도달하면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농림국’은 평양에서 ‘전국농조북조선연맹대표대회’(1946. 3. 3.)를 소집하여 당면한 토지개혁 문제에 관하여 토의하게 하고는 ‘종합보고’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9개항을 제안하는 형식의 과정을 밟았다. 9개항 중 첫 번째로 “지주의 압박에서 해방하여 농민으로 하여금 지주에 예속되지 않게 개인경영에 의거하도록 소작제를 철폐할 것”, 세 번째는 “친일파, 인민의 반역자였던 조선인의 전 토지를 몰수할 것”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친일파, 인민의 반역자들보다 지주를 먼저 언급했다. 이로써 지주를 친일파 그리고 반역자와 동일 선상으로 바라보았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당시 정권을 바로 잡기 위해 지주들에 대한 공포감을 조성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당시 황순원이 살던 시대상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토지개혁과 같은 외재적인 역사적 관점을 통해 『카인의 후예』를 살펴볼 수 있다. 더 나아가 내재적인 요인, 당시 남성중심주의적 세계관의 입장에서 『카인의 후예』에 나타난 인물들의 관계 또한 살펴볼 가치가 있다. 이는 도섭영감과 오작녀의 어머니의 관계와 박훈과 오작녀의 관계를 비교함으로써 당시 남성중심주의적 세계관이라는 점을 고려해 박훈과 오작녀의 관계를 분석하고자 한다.
‘토지개혁’, ‘지주가 느낄만한 공포감’, ‘남성중심주의적 세계관’이라는 크게 3가지로 황순원이 『카인의 후예』를 집필한 시대적 배경과 소설 속 시대적 배경을 제대로 비교하여 비평하기 위해서는 역사주의 비평 방법이 적절하다고 본다. 그리고 황순원의 자전적 요소가 박훈이란 인물을 통해 드러난다. 이는 황순원의 생애와 연관 지어 작품이 쓰인 시대적, 역사적인 관점에서 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2.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에 대한 역사주의 비평
문학은 시대적인 조건과 역사적인 상황을 떠나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역사주의 방법의 핵심이라고 한다. 황순원이 『카인의 후예』라는 소설의 제목을 선정한 것도 의의가 있다고 본다. 구약성서 창세기 4장에 등장하는 카인은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하와의 첫아들로서 땅을 갈아 농사를 짓는 농부이자 살인자이다. (김효순(2006),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와 아리시마 다케오(有島武郞)의 『카인의 후예(カインの末裔)』에 나타난 “카인” 표상, 『比較文學』, 한국비교문학회, 79쪽 ) 이어서 김효순(2006)이 정리한 카인의 이미지 중 6가지를 보면 ①인류최초의 농경자 ②질투나 분노를 도덕의식이나 관습에 의한 여과 과정 없이 그대로 노출시키는 본능을 추구하는 인간. ③최초의 살인자. ④신(자연)으로부터 버림받는 존재, ⑤땅을 떠나 평생 떠돌아다니는 유랑인, ⑥자신이 만나게 되는 타인들이 자신을 해칠 것이라고 생각하고 불안해한다는 점에서 타인에 대한 불신과 공포를 품고 있는 존재 등이 있다.
이러한 6가지의 카인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부합하는 『카인의 후예』 속 등장인물은 찾기 어렵다. 각각의 카인의 이미지와 부합하는 등장인물을 간략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카인의 첫 번째 이미지는 농경 일을 직접적으로 했던 인물이 적합한 듯 보여 소작인들이라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이미지는 박훈의 할아버지 송덕비를 도끼로 내리찍어 분노를 표출하였던 도섭영감이 해당한다. 세 번째는 소설 줄거리 속 최초의 살인자, 지주 계급인 명구와 명구를 도운 불출이, 네 번째는 신(자연)을 권력자로 본다면, 소설 속 권력자는 토지개혁을 강행한 정부라고 볼 수 있다. 고로 이로부터 버림받은 박훈과 같은 지주들이다. 그리고 지주를 몰락하기 위한 도구로 쓰였던 도섭영감도 마찬가지이다. 다섯째는 토지문서를 태우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돌아다니는 박훈, 여섯째는 자신이 누군가로부터 쫓기고 있다고 생각하는 박훈과 면인민위원회로부터 자신이 버림받지 않을까 누구보다 솔선수범하는 도섭영감이 해당한다. 이로써 『카인의 후예』 속 카인은 토지개혁이라는 정부의 압박으로 변해가는 현실에 적응해 이기주의적 본심이 작용을 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것이 아닐까. 즉 토지개혁이라는 역사적 현실 앞에서 추한 본성을 드러내는 복수의 인간들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서론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카인의 후예』 속 황순원이 겪은 시대적 배경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세 가지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