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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 Apr 12. 2019

그 아이는 왜 지각을 할까

양말이 신을 게 없어



아침 둘째 녀석이 잔뜩   학교에 갔다.


"양말이 신을 게 없잖아!"

" 있는 건 양말 아니 신발이야!"


오전 7시가 훌쩍 넘어버린 시간.

역시, 늘도 어제와 비슷한, 내일도 별반 르지 않을  같은 우리 집의 아침 풍경이. 아이마다 이렇게 제각각이다.   언니는 뭐든 무난하게 넘어가는데, 둘째 녀석은 아침마다 아무 말 대잔치로 나와 신경전을 벌인다. 어쩌다 찾는 양말이 없으면, 씩씩씩 거리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소리로 엄마를 다그친다. 하루 이틀 이러진 았다.  도는  깜짝도  할 만큼 어느 정도의 내공 였다.  넷인데, 그만한 내공이 없어서야. 


"없는 양말이 짜증 낸다고 어디서 생겨. 학교 지각하겠다. 어서 준비!" 


그렇다.

엄마인 내가 정말 걱정하는 건, 학교에 지각하는 . 양말 아니면 복이 항상 문제.   매일  아침 공들이는 화장 머리도.. 복장과 화장에 신경 쓰는 것이 못은 아니다. 다만 이런저런 이유로 늦장을 부리다 지각을  , 학교 벌점 쌓인다는 것이다. 교내나 교외 봉사로 벌 점수를 낮추지 않으면, 상급학교 진학 때  여러 불이익을 하게 된다. 엄마 지켜줄 수 있는 건, 어른들이 정해놓은 울타리 안에서만 가능하다. 아이는,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울타리가 전혀 달갑지 않은, 울타리 밖이 궁금한 일탈 꿈꾸는 15살 소녀이다.




내가 지각하는 것도 아닌데,

 벌점 받는 것도 아닌데, 아이의 잘못  어느새  잘못이 되어있다.


양말이나 교복일랑은 대충 신고 입었으면...

바르 칠하지 않아도 그대로 너무 이쁜데, 

하얀 분칠은 안 했으면....

사춘기 외모에 민감한 시기라는 걸 모르는바 아닌데도, 막상 내 눈앞에서  늦장을 피우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초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아이의 시선은, 타인이 보는 자신의 외모에 있는데, 엄마의 시선은 어른들이 정해놓은 규칙에 머물고 있다.   경계를 넘어서 아이가 다치는 걸 보는 게 괴롭다. 견딜 수가 없다. 


아이는  품을 떠난 지 래인, 

 아직도 아이  품 안에 두고 싶어 한다.


시간이 없다. 

나가 바로 버스를 타지 못하면 지각이다.

지갑에 만원을 꺼내 들었다.


"버스 바로 안 오면 택시 타고 가"





전날 비가 내렸다.

 마르지 못한 양말  마르라고, 따뜻한 어머님 방에 널어둔걸, 못난 엄마는 깜박하고 말았다. 진즉에 양말 칸에  양말 짝 맞춰   넣어 두었더, 실랑이하느라 시간을 벌이지 않았을 텐데.....

아이 제시간에 나설 수 있었을 텐데. 

  만원을 아낄 수 있었을 텐데.

그러고 보니, 모든 게 나의 부족함 때문 같다.


아이  정신적 성숙을 위한 걸음마를  시작했다. 자라면서 수많은 크고 작은 실패와 시행착오를 거칠 것이다. 

넘어질 것을 염려해,

아이를 유모차에만 태우고 다니는 

어리석은 엄마 되지 말아야.

넘어졌다 다그치거나 비난하지 말고,

격려하 다독여주는 엄마가 되어야지.


아장아장 걸음마를 떼던 아기는

작은 돌멩이 하나에도, 연약하게 넘어졌구나.

괜찮아, 괜찮아 일어나 아기야.

넘어져 다시 일어나면 .

엄마  잡아줄게. 너의  뒤에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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