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아이와 갱년기엄마 너의 마음이 보고 싶어
이 녀석, 지금이 몇 시인데 아직 오지 않고.... 괘씸한 마음으로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 뚜----뚜----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메시지로 넘어갑니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뚜-----뚜----아이가 전 화를 받 는 다 . "응, 엄마... 왜?" '왜' 라 니 어이가 없다. 엄마가 왜 전화했는지 모르진 않을 텐데, 내가 화난 것도 충분히 알고 있을 법한데 능청스럽게 왜라니, 왜라는 말이 이렇게 얄미운 말이었나. 하지만 , 이 런 얄미운 상황에 도 나는 아이를 더 이상 다그칠 수 없 었 다 . 15 살 , 아이는 대한민국의 중2 , 맨몸으로 비바람 몰아 치는 바다를 헤엄치 듯 , 위태위태 한 아이의 일상 은 고스란히 엄마의 일상이 되었다 . " 어디야 ? " 걱정되는 말투가 아 니다 . 올라오는 감정을 가까스로 누르고 , 뱉어내고 싶은 수많은 말들을 삼 키고 건져 올린 말이다 . 엄마 왜라는 말만큼이나, 아이의 입장에선 건조한 말이 될 수도 있으리라 생각 을 못했다 . 가령 . . . . -늦었네. 배고플 텐데 무슨 일 있 어 ? - 오늘 저녁 네가 좋아하는 장조림 했는데, 우리 딸 언제 와? 이런 다정함도 , 친절함도 찾아볼 수 없는 나의 건조한 한마디 가 , 아이의 한마디와 닮아있음을 깨닫지 못 했다 . " 열심히 가는 중, 마을에 거의 다 왔어 " 엄마의 마음을 알지도, 알려고도 않는 아이의 대답 이 무심한 듯 해맑 기까지 하다 . 귀가시간 지키기 를 무척 힘들어하는 둘째 녀석은, 친구들 과 어울리기를 좋아 해 사 흘이 멀다 하고 늦 는다 . 30분에서 많게는 한두 시간을 초과하는 게, 점점 횟 수가 늘어 간다 . 아 이는 시간이 갈수록 대범해 졌다 . 매번 훈육과 양육 , 당근과 채찍의 사이에서 오락가 락 , 갈팡질팡 , 그 가운데서 내 마음 추스리기 는 엄청난 내공 이 필요했다 . 내 마음 에 일어 나는 소용돌이를 감당치 못하 는 엄마 에게 아이의 마음이 보였을 리 없다 . 난 아이 마음을 알려고 하지 않으면서 아이에겐 엄마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다고 섭섭해했다. 친구들과 노는 게 얼마나 좋았으면 . . . 단 한 번도,늦게 귀가하는 아이의 마음 을 들여다보려 한 적이 없었던 나였다 . 도무 지 보이지 않는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그러기 위해선 한없이 높아져 있는 나의 눈높이를 낮춰야 했다 . 아이처 럼 10 대 가 되어, 그 입장에서 생각해보지 않으면 멀어져 가는 아 이 와 나 사 이 의 거리를 다시 좁힌다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 공 감 , 수용 , 이해 . . . . 이런 종류의 감정들은 책에서 배 워 익힐 수 있는 게 아니다 . 자라나는 과정에 서 자연스럽게 체화되어야, 성인이 되었을 때도 사회적 관계 속에서 배여 져 나오는 것이다 . 우 리 부모님 세대 의 양육방식을 통해 우리 마음에 새겨진 건, ( 극히 소수를 제외하고) 강압과 권위에 대한 무조건식 복종이었다. 부모님 의 권위, 선생님의 권위 앞에, 내방식 내 생각을 자유 롭 게 주장하고 표현하는 것에 우리 또래 는 익숙지 않다 . 공감과 수 용이 아닌 강압과 복종 이 우리 안에 학습되어 있다 . 내 가 배우지 못한걸 , 내 아이들에게 실천하 려니 당연히 힘들 수밖에. 하지만 희망은 있다 . 스스로의 문제 를 보지 못하던 나는 이제 문제 가 뭔지 볼 수 있게 되었다 . 내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 엄마 도 아이처럼 날마다 자라는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