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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들레 Apr 17. 2019

아이가 넷

엄마표 김밥


막내가 손꼽아 기다리던 소풍날.

일기예보에 비소식이 있었지만, 다행히 오후부터 내린다 해서 일단 가슴을 쓸어내렸다. 초밥과 김밥중 고민하던 아이에게 참치김밥을 싸주기로 했다. 갓지은 고슬고슬한 밥을 김위에 고루 펴놓고,깻잎,계란지단,오이,당근,참치, 단무지등을 취향껏 엊으면 된다.  최대한 동그랗게 말아야 한다. 밥은 적당히 식히는게 좋다. 잘못하면 옆구리 터진  김밥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소풍날 아이의 최대 관심사이자 6살 꼬마들의 자존심이 걸린 엄마표 도시락.  그날 도시락을 최대한 예쁘고 맛있고 풍성하게  보이고 싶은건 아마 모든 엄마의 바램이 아닐까.  

"엄마, 나두 쏘세지 문어 싸줘"

바램은 커도 아기자기 한거랑은 거리가 먼 나에게, 아이는 쏘세지 문어를 주문했다. 비엔나 쏘세지에 칼집을 십자로 넣어 구우면, 문어다리가 달린 형태의  쏘세지가 된다. 대충 칼집을 넣어 굽기는 했어도 ,눈이 실종된 문어가 김밥옆에 대충 누워있는 어설픈 모양새가 되었다.

"와~엄마가 만든거야? 엄마 최고!"

아이는  쏘세지를 보고 엄청 신기해하며, 나의 수고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내주었다.  에궁~엄마가 솜씨가 없구나.

담에 더 노력하도록 할께. 



6살 유치원생이  소풍을 가서 뭘 그리 많이 먹을까 싶다가도 , 장을 보다보면 금새 몇만원이 훌쩍 넘어가는건 어쩔수 없다. 가벼운 장바구니에 비해  턱없이 높아진 물가지만, 소풍가는 아이에게 인색한 엄마가 되기 싫어 과일도,과자도,아낌없이 담게 된다. 4000원짜리 도시락 하나만 사면 될 것을 굳이 장을 보면, 몇배나 많은 돈이 지출된다. 소득없고 실속없는 일....그럼에도 지난 18년간, 소풍때마다  아이넷의 김밥을 손수 말아온 이유는 뭘까?   엄마의 요리는 , 아이들에게 늘 0순위이다. 엄마의 손을 거친 요리는 이미  음식의 경계를 뛰어넘는다. 이 세상에서 단 한사람, 오직 내 아이만을 위한 특별한 요리가 되기 때문이다.


문득 떠오르는 풍경이 있다. 소풍이라해도 선택의 여지없이 오로지 김밥이 전부였던 어린시절.   작은가슴 콩닥이며, 다섯손가락 꼽아가며 그날을 기다렸었다. 소풍날 아침이면  김밥이 탑처럼 쌓여있었다. 넉넉하게  말아서 이웃과 나눠먹던  엄마김밥 속에는  노란 단무지와 시금치, 계란이 전부였다. 하지만 어린 나에겐 최고의 도시락이였고 지금도 변함없이 참기름향 고소하게 풍기던 엄마 김밥이 단연 최고다. 우리 아이들이 내가 싸준 김밥이 최고라 엄지척을 하는것처럼.  


엄마의 김밥속에는 보이지 않는  플러스알파가 있다.  돈으로 살수 없는, 물리적으로 설명 안되는  그 어떤맛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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