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
캠핑하는 2박 3일 내내 비가 왔다. 잠시 후 철수를 해야 하는데 비가 흩날린다. 바닥이 마르는 건 고사하고 텐트나 집기류들이 마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습기가 많아서 마르는데 시간이 걸린다. 캠핑을 다니기 시작한 지 15년 정도 되었는데 캠핑일정 내내 비가 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하다. 비가 오더라도 걷는 날에는 해가 나서 집기류들을 말리는데 불편함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15년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서 아이들도 많이 자랐다. 이제는 시험공부를 해야 한다고 하며 따라나서지 않는 경우도 많다. 각자의 사정이 있겠지만 캠핑을 아이들 어렸을 때부터 다녀서 조금 불편하더라도 감수하고 지내는 것은 아닌가 싶다. 사실 캠핑은 불편하다. 혹자는 멀쩡한 집을 놔두고 길바닥에 나앉아서 뭐 하는 거냐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불편함을 알아야 편한 것도 아는 법이다.
느낌은 누가 알려주지 않는다. 스스로 깨우쳐야 한다. 느낌은 경험에서 나온다. 경험하지 않으면 느낌을 알 수 없다.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느낌이 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아야 세상을 살아가면서 유연하게 대처하는 방법도 터득하게 된다. 스스로에게 가르침을 주고 싶거든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경험보다 더 좋은 스승은 찾기 힘들다.
경험하지 않고 깨달음을 얻으려면 책을 읽어야 한다. 독서를 하면 다양한 지식을 얻을 수 있다. 책은 저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 둔 글 모음집이다. 저자와 충분히 교감하면서 책을 읽어나가면 경험한 것과 유사하게 느낌을 얻을 수 있다. 독서를 많이 한 사람들이 세상을 더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고전을 읽어보면 사람들의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캠핑할 때에도 책을 읽어볼 요량으로 전자책을 준비했다. 쉴 때는 정확히 쉬어야 한다. 쉼을 준비하면서 일을 하려고 준비한 것과 같다. 이번 캠핑은 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결국 준비한 전자책은 꺼내지도 않았다. 캠핑장에 공부할 책을 여러 가지 들고 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는데 말이다. 온전히 쉼에 집중하려거든 어떻게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집중하는 것이 옳다.
< 오늘의 한 마디 >
이제 접어야 하는데 텐트가 마르질 않네요.
물기부터 털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