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찾아온 민성이

꾸러기들 중에 한 명이 찾아왔습니다.

by 날아라후니쌤

오후 수업을 끝내고 돌아오는데 페이스북 메신저로 연락이 왔습니다. 16년도에 담임했던 학생 중에 한 명입니다. 언젠가 제가 말씀드린 적 있죠? 19명의 꾸러기들이 모인 반 담임이었다고요. 학교 근처를 지나가는데 커피를 사들고 찾아오겠다고 합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양손을 무겁게 해오라고 했더니 정말로 00 커피를 4잔이나 사들고 왔습니다.


그런데 학교가 난리가 났습니다. 굉음을 내는 오토바이를 타고 중앙현관 앞에 주차를 했군요. 학생부에 들어온 민성이는 온몸에 문신이 가득합니다. 덩치도 커서 웬만한 사람들이 보았을 때 겁을 먹을만한 비주얼입니다. 그런 민성이가 학생부 문을 열고 해맑게 인사를 합니다.


반가웠습니다. 다만 학교에 들어올 때의 상황이 다른 학생들이나 선생님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었습니다. 몇 년 만에 방문한 학교는 민성이가 다닐 때의 학교가 아니었습니다. 여러 가지 건물들이 세워졌고, 새로운 실습실과 리모델링된 매점이 있습니다. 선생님들도 저와 몇 분을 제외하고는 다른 분들이고요.


사람들은 서로 저마다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갑니다. 민성이는 요즘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을 하기 시작한 지 3년 정도 되어서 급여도 괜찮게 받는다고 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지게차 운전이나 굴삭기 운전을 배워둘걸 후회가 된다고도 했습니다. 고3 때 그렇게 배워두라고 해도 듣지도 않던 녀석이었습니다. 한 시간여 민성이를 만났습니다. 다음에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찾아오겠다고 합니다. 밥이라도 먹자고 했는데 저녁시간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있어 다음을 기약하며 돌아갔습니다.


그래도 기특하게 찾아오기도 하고 인사를 건네기까지 하니 고마웠습니다. 같은 반이었던 다른 학생들의 안부를 물었습니다. 다들 잘 지내고 있다고 하네요. 언제 한번 연락해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그때가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시 한번 완전체가 모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모든 선생님이 수업을 들어가기 싫어했던 반, 수업이 끝나면 담임이 남아 교실 청소를 했던. 유급이 하루 남아 매일같이 학생의 등하교를 챙기고 수업시간마다 찾아다녔던 이이도 있습니다. 그것이 열정이었는지 책임감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래도 버텼던 담임이었습니다.


얼마 전 초등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생활지도 특강을 나갔을 때 부탁드렸던 것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가능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한 번씩이라도 칭찬을 더해달라고 말입니다. 학습된 무력감으로 인해 생기는 누적된 피로감이 선생님들과의 관계를 틀어지게 만들고 자기 자신을 놓아버리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치며 거칠어지는 학생들에게도 꿈이 있고 희망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면에서 도움을 주었으면 합니다.


선생님들도 저마다의 학교환경에서 학생들을 만나겠지요. 오늘 있었던 일이 스트레스일 때도 있고 기쁨이 되기도 합니다. 학생들이 말을 잘 들어주어서 고맙기도 하고, 어떤 날은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힘들게 해서 괴롭기도 합니다. 하루하루를 긍정적으로 볼 수 있는 그런 힘을 기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기는 하지만 다른 환경들이 도와주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만 힘든 것 아니다. 모두가 이렇다. 그런데 이건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환경이 이렇게 만든 거다라고 생각하는 것도 마음에 위안이 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부분은 책임회피가 아니라 나의 삶에 그릇된 신념이 생기지 않도록 마인드 컨트롤하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이니 오해하지는 않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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