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시골집 뒤에는 내 나이보다 나이가 많은 밤나무가 있다. 생각보다 밤이 꽤 많이 떨어진다. 시골집이라 담장을 쌓아두지 않았다. 덕분에 집에 사람이 없으면 지나가던 사람들이 마당 앞에까지 들어와 밤을 주워간다. 심지어 집안에 사람이 있어도 인기척이 없거나 차량이 세워져 있지 않으면 들어와서 가져간다. 아침에 4시 반에 일어나서 책도 보고 글을 쓰고 있다. 이때 집안의 전등은 다 켜두고 기다리고 있다. 씻기 전에 밤을 줍기 위해서다. 아침부터 눈물겹다.
하루는 퇴근하고 들어갔는데 모르는 사람이 집안에서 나오며 밤을 주웠다고 했다. "가지고 가세요"라고 이야기했다. "고맙다"는 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아버지한테 허락받았다는 엉뚱한 소리에 기분이 확 상했다. 그날 아침에도 퇴근하면 떨어진 밤 주워두라는 전화통화를 한 이후였다. 아버지와 전화통화를 했다. 예상대로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사과하면 될 일을 거짓말을 붙여서 시시비비를 가리게 만든다.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기도 하지만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될 것을 일을 크게 만든다.
추석이다. 한가위라고도 한다. 중국에서는 중추절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미국도 '추수감사절'이 있다. 세계 여러 곳에서 한 해의 농사를 수확하고 조상님들이나 신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추석은 음력 8월 15일이다. 보름달이 뜬다. 한가위라고 하는 말은 8월 한가운데 큰 날이라는 뜻이다. 추석은 큰 명절이다.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고 협력할 수 있는 날이다. 아이들에게도 이 날의 깊은 의미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
명절만 되면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 건네는 한마디에 상처를 받는다. 특히 결혼은 언제 하냐? 취업은 어떻게 되어가냐? 하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고 한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다가 명절에 만난 친척들이 갑자기 물으니 답하기도 어렵거니와 왜 답을 해야 하는지도 의문이 들게 마련이다. 당연히 거부감이 들고 상처만 받게 된다. 친척이기에 싫은 소리를 하기도 어려우니 말이다.
덕분에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추석연휴가 6 일가량 되니 벌이도 제법 쏠쏠하다. 대학생들이나 취업준비생들은 명절 잔소리를 듣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물가도 많이 올랐다. 고속도로 휴게소의 간식이나 음식가격도 많이 올랐다. 5천 원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기도 하다. 사과나 배가 2개에 만원씩 하는 세상이니 나의 월급만 빼고 모든 가격이 다 올랐다.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추석이 되면 좋겠다. 풍성한 한가위 보내시기 바란다.
< 결론 >
지난겨울 충남 공주에 간 적이 있다.
길거리에서 밤을 구워서 판다.
강원지역에서 옥수수, 감자 팔듯이 말이다.
옥수수, 감자를 누가 사 먹나? 장사가 되니까 팔겠지? 했는데
공주를 가보니까 알겠다.
어느새 차를 세우고 밤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