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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May 25. 2019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5_박래익 그레이프 대표

팟캐스트 '고병기 기자가 들려주는 상업용 부동산 이야기'가 만난 사람


#박래익 그레이프 대표님과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를 나눈 것은 2016년 2월이다. 직접 만난 건 아니고 컨퍼런스콜을 통해 처음으로 박 대표님을 만났다. 2016년 2~3월 약 열흘 간 '리츠르 은퇴월급 만들기'라는 기사를 쓰기 위해 호주와 싱가포르 출장을 간 적이 있었다. 당시 박 대표님은 싱가포르투자청(GIC)의 한국 대표로 계셨다. 출장을 가기 전 박 대표님꼐 싱가포르에서 GIC를 만날 수 있냐고 문의를 드렸고, 고맙게도 박 대표님꼐서 연결을 시켜주셨다. 그렇게 해서 나는 싱가포르 탄종파가역 근처 캐피탈타워에 있는 GIC 본사에서 당시 GIC의 대체투자를 총괄하는 로와이컹과 마주 보며 앉았고, 박 대표님도 컨퍼런스콜을 통해 그 대화에 같이 참여했다. 한국에서 박 대표님을 볼 수 없었던 이유는 GIC가 언론과의 만남을 엄격하게 통제하기 때문이었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 만남 이후로는 박 대표님을 종종 볼 기회가 있었다. 이후 로와이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박 대표님과 같이 점심을 하기도 했고, 로와이컹 후임인 리곡선이 한국을 찾았을 때도 박 대표님 주선으로 같이 이약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물론 이런 자리 외에도 가끔씩 점심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박 대표님이 GIC를 나와 그레이프를 설립한 이후에는 더 자주, 편하게 뵙고 있다. 팟캐스트도 GIC에 있었으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박 대표님과는 무려 두 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다. 듣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전반부는 주로 박 대표님의 커리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현대건설에서부터 시작해 GE, 코람코, GIC를 거친 박 대표님의 커리어가 업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후반부는 공유주거 사업을 하는 그레이프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레이프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너무나도 행복한 표정을 짓고 계시던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들을 나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못 다한 이야기들이 많다. 박 대표님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고 하는 이유다.


지난 2017년 서울경제신문이 영국계 대체투자 전문지 PERE와 연 포럼에서 박래익(가운데) 대표님이 발표를 하고 있다.


건축학도에서 부동산금융 전문가로_박 대표님은 건축을 전공했다. 박 대표님이 대학교를 다녔던 1980년대는 건축을 전공한 이유는 당시 건축가가 많은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이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건축가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박 대표님은 영화 ‘타워링’의 주인공 ‘폴 뉴먼’을 예로 들었다. 박 대표님의 첫 직장은 현대건설이었다. 현대건설에서는 15년을 근무하면서 다양한 일들을 경험했다. 특히 대부분 새로 만든 팀에서 건설과는 다소 거리가 먼 일을 했다고 한다.  창립 멤버로 일했던 팀만 하더라도 해외부동산개발팀, 마케팅팀, 리츠TF팀이 있다. 팟캐스트에도 얘길 했지만 당시 현대건설 리츠TF 팀에는 조갑주 이지스자산운용 대표님과 김재찬 MDM플러스 전무님도 같이 있었다. 박 대표님의 커리어가 부동산 전문가로 바뀌게 된 것은 입사 후 6년 정도 되었을 때다.  박 대표님은 사내에 만들어진 ‘해외부동산개발팀’의 창립멤버로 근무를 하게 됐다.  그때 부동산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고 한다.


"해외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면서 여러 외국 회사들과 일을 같이할 기회가 있었는 데 이 때의 경험을 통해 건축시공보다는 훨씬 창의적이고 부가가치가 높은 일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커리어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도 이때 경험했다. 박 대표님은 현대건설 해외부동산개발팀에 있을 때 추진했던 중국 북경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본사 빌딩 개발사업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현대그룹에서 투자해서 추진한 오피스 개발사업으로 IMF 이후 소유권이 미국부동산회사인 하인즈(Hines)로 넘어 갔다가 현대자동차가 다시 사들여 현재 현대자동차 북경본사로 쓰고 있는 건물이다.


"부동산 커리어 초기에 참여한 해외부동산 개발사업이고 토지매입부터 타당성 조사, 개발 기획까지 참여했으며,  현재도 좋은 오피스 빌딩중에 하나로 잘 자리잡고 있어서 애착이 가는 개발사업입니다.


현대자동차 북경 본사


언젠가 박 대표님께 부동산금융투자업이 좋은 이유가 무엇인지 물은 적이 있다. 당시 박 대표님은 도시를 걸으면서 본인이 참여했던 프로젝트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점이 정말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부동산금융은 부동산이라는 자산을 대상으로 합니다. 주식이나 채권에 비해 투자기간이 길고 실물에 투자하기에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으며 전문적인 자산관리를 통해 가치를 증진시킬 수 있습니다."


고되지만 즐거웠던 유학 생활_박 대표님은 현대건설에서 근무할 당시 회사의 지원을 받아 미국 MIT에서 부동산개발과 도시계획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 당시 경험이 박 대표님의 커리어에 많은 영향을 줬다고 한다.

다만 유학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특히 아내와 어린 아이 둘을 둔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 낯선 나라에서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 공부하고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은행에서 계좌 하나 만드는 것 조차 쉽지 않았다. 낯선 생활 환경과 익숙하지 않은 제도로 자신이 마치 초등학생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수업을 받고, 시험답안을 적고, 동기들과 팀작업을 하는 등 모든 학업 및 활동을 영어로 해야 하는 점도 그전까지 한국에서만 교육을 받았던 박 대표님에게는 상당히 도전적인 일이었다.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유학 초기 6개월간은 ‘내가 편히 살수 있는 길을 박차고 왜 이렇게 힘든 길을 선택헀나’라고 후회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학 생활은 박 대표님의 인생에 있어서 황금 같은 시기였다. 유학생활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열심히 공부를 한 시기였고,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즐거움의 연속이었다. 리츠와 부동산유동화 등 최신 부동산 금융기법을 배우고, 부동산 경제를 바라보는 프레임을 만들었던 시기였다. 또 부동산 시장을 분석할 수 있는 방법도 경험할 수 있었다.


"결론적으로 유학은 참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유학을 통해 부동산 금융업으로 전직을 수 있었고, 또한 많은 인맥을 쌓을 수 있었던 인생의 전환점 이었습니다. 아울러 제 인생의 지평을 넓혀준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수익율이 높은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GE에서 코람코, 그리고 GIC까지_부동산금융 업계에서는 박 대표님을 두고 직업이 '대표님'이라고 말을 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 실제 박 대표님은 미국계 GE부터 시작해서 코람코자산운용, 그리고 GIC 등을 대표를 지냈다. 이들 회사는 모두 한국 부동산금융업계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김 곳이다. 박 대표님은 그 중에서도 GE가 가장 만족도가 높은 회사라고 말했다.


"일을 했다기 보다는 돈을 받으면서 좋은 경험과 공부를 한 것 같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회사를 만든 긍정적이고 배려해 주는 기업문화는 뛰어난 인재들을 모이게 했고 명확하고 체계적인 프로세스를 통해 좋은 성과를 많이 냈습니다. 체계적이고 적절한 교육을 통해 좋은 리더들을 많이 배출했으며, 개인적으로도 좋은 경영자가 되기 위한 지식을 배우고 경험을 할수 있었습니다."


실제 부동산금융 업계에는 GE 출신들이 많다.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들 중에서도 GE 출신들이 꽤 있었는데 다 기억은 안나지만 이호길 전 아센다스 대표님, 윤정규 이지스자산운용 상무님도 GE 출신이다. GE 출신들은 지금도 모임을 가진다고 한다.


2008년에 찍은 GE 부동산 한국팀


GE에 있을 당시 인상적이었던 점 중에 하나는 한국팀의 제안을 본사에서 수용한 것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사의 투자여력이 줄자 한국팀은 본사에 다른 투자자들의 돈을 운용할 수 있게 자산운용사를 설립하자는 제안을 했다고 한다. 실제 본사가 이 같은 한국팀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리츠 자산관리회사(AMC)를 'GE자산관리코리아'를 설립할 수 있었다. 코레이트투자운용의 전신이 바로 GE자산관리코리아다. 한국토지신탁은 지난 2014년 GE자산관리코리아 지분을 100%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하고 사명을 변경했다.


2008년 GE 부동산 연례임원에서 한국팀이 최우수팀으로 선정되어 수상하는 장면


GIC 한국 대표로 지낸 3년도 잊지 못할 기억이다. GIC는 전 셰게적으로 인정받는 투자자다. 박 대표님도 아시아에 있는 국부펀드가 세계적으로 존경받는 투자자의 위상을 갖춘 것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특히 전세계 주요 투자지역에 사무소를 두고 현지 전문가들을 고용하여 최상의 투자 기회를 발굴하고 체계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인으로서 부러운 마음도 들었다고 한다. 참고로 GIC의 경우 한국에서 부동산뿐만 아니라 주식, 채권 등 여러 자산에 투자하고 있는데 부동산 부문만 한국에 사무소를 두고 있다. GIC는 서울파이낸스센터와 강남파이낸스센터, 콘코디언빌딩(옛 금호아시아나 광화문 사옥) 등 서울 주요 권역의 오피스 빌딩을 비롯해 물류센터, 리테일 등 다양한 부동산 자산에 투자한 큰 손이다.


*GIC의 투자 사례

물류,오피스,리테일...싱가포르투자청,국내 부동산 시장 큰 손으로(서울경제신문 2016년 7월 11일자)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1&aid=0002853891


[건축과 도시] 서울 도심 프라임빌딩의 효시 ‘서울파이낸스센터’(서울경제신문 2016년 8월 6일자)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1&aid=0002867063


[건축과 도시]외환위기의 역사를 기억하는 ‘강남파이낸스센터’(서울경제신문 2017년 4월 30일자)


https://m.news.naver.com/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11&aid=0003024704



공유주거업계의 애플을 꿈꾸는 '그레이프'_ 현재 박 대표님은 두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다. 하나는 GIC를 나온 후 직접 주도해서 설립한 공유 주거 서비스 회사 '그레이프(Grape)'다. 박 대표님의 최근 관심사는 공유경제와 부동산, 그리고 프롭테크(PropTech)다. 그레이프를 창업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레이프는 급증하는 1, 2인 가구의 주거의 질을 향상시키고 더불어 사는 주거문화를 만드는 매개역할을 하고자 하는 회사다. 공유주거 개발 및 운영 사업을 하고 있다. 그레이프는 현재 시행사와 자산운용사 등과 같이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검토하고 있으며 조만간 프로젝트가 구체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그레이프는 주거 업계의 애플이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지은 사명이라고 한다.


"창업을 한 이유는 의미있는 일을 의미있는 사람들과 같이 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었고 이를 위해서는 급여생활자보다는 창업을 통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사를 새로 창업하고 나서는 세월이 흐르면서 사업내용이 여러 번 바뀐다고 합니다. 그레이프가 어떤 모습의 회사로 성장할 지 무척 기대됩니다.


*그레이프 홈페이지_https://www.grape.co.kr/


2018년 7월 그레이프를 창립하면서 주주들과 같이 찍은 사진


박 대표님은 현재 그레이프 외에 코어밸류라는 PM회사의 대표도 겸하고 있다. 코어밸류는 지스자산운용의 자회사로 설립한 회사인며 2018년 말 통합관리전문 운영 및 프로젝트 매니지먼트회사인 이도가 1대주주가 되면서 박 대표님을 대표이사로 영입했다.


신뢰가 가장 큰 브랜드, 오랜 일할 수 있는 매력적인 직업_박 대표님은 투자금융업계에서 지속적으로 일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를 받는 것이며 신뢰가 개인의 가장 큰 브랜드라고 말했다. 부동산금융은 기관이나 개인 등 투자자들로부터 큰 돈을 조달해야 하며 신뢰를 잃어버리는 순간 금융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커리어를 길게 생각하고 눈앞의 작은 이익을 탐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박 대표님은 부동산금융업예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로 경험이 웊부함 사람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점을 꼽는다. 박 대표님이 눈앞의 일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부동산시장은 사이클이 깁니다. 한 사이클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십여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기에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 오래 일할 수 있는 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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