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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May 11. 2019

도시를 만드는 사람들#4_배수현 공공그라운드 대표

팟캐스트 '고병기 기자가 들려주는 상업용 부동산 이야기'가 만난 사람

#배수현 공공그라운드 대표님을 처음 만난 건 2018년 2월 27일 공공일호(옛 샘터 사옥) 오프닝 파티에서였다. 공공그라운드 설립 때 대표를 맡았던 제현주 옐로우독 대표님으로부터 소개를 받았다.  제 대표님이나 배 대표님 모두 그간 부동산 업계에서 일을 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시간 안에 공공그라운드라는 회사가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부동산 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기사로도 많이 소개가 됐지만 공공그라운드는 부동산 시장에서 임팩트 투자를 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큰 흐름이 되고 있는 투자 방식이다. 임팩트 투자란 투자 활동을 통하여 재무적 수익 뿐 아니라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임팩트를 창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의도성과 명시성이 강력히 반영된 투자 활동이다.

 

실제로 부동산 분야의 유명한 임팩트 펀드인 영국의 브릿지스 펀드 매니지먼트(Bridges Fund Management)는 큰 규모의 프라퍼티 펀드(부동산 펀드)를 운용하며 도시 재생형 주거 및 상업 단지의 개발, 저소득층 및 취약 계층을 위한 주거 제공, 중소기업을 위한 공유 공장 및 오피스 개발 등 다양한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하여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고 있다.


공공그라운드가 첫 투자 대상으로 주목한 것은 대학로 샘터 사옥이었다. 샘터 사옥은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건물이다. 부동산부에 있던 시절 건축과 도시를 통해 다룬 적이 있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 서울경제신문 2015년 12월 19일자

시를 젊게 만드는 오래된 건축, 대학로 샘터 사옥_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2777745

샘터 사옥이 매물로 나온 것은 건물주인 김재순 전 국회의장 별세 후 자녀들이 상속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서다.  

*관련기사 : 서울경제신문 2017년 3월 13일자

대학로 '터줏대감' 샘터 사옥 매물로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2991116

시 많은 투자자들이 샘터 사옥 인수를 검토했다. 부동산자산운용업계 1위인 이지스자산운용 역시 샘터 사옥에 관심을 가졌다. 다만 실제 투자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았다. 샘터 사옥을 현재 형태로 보존하면서 투자자들 요구하는 수익률을 맞춰주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때 나선 것이 바로 공공그라운드다.


공공그라운드에 인수되기 전 샘터 사옥

 

참고로 올해는 샘터 사옥(현 공공일호)이 준공된 지 40년이 되는 해다.




영학도, 그리고 경영 컨설팅 회사_배 대표의 전공은 경영학이다. 특히 대학에서 여러 경영학 과목들을 수강하다가 경영 전략 과목에 흥미를 느꼈다고 한다. 기업에서 당면한 복잡다단한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정의하고, 논리적으로 차근차근 해결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재미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영 전략 학술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다양한 경영 이슈에 대해서 분석하고 가설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과정들을 연습하기도 했다고 한다. 배 대표는 이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기업 경영 전략에 대해 자문을 제공하는 경영 컨설팅 회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배 대표는 대학 졸업 후 경영 컨설팅 회사에서 애널리스트로 2년 반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그 당시에는 전자제품, 해운, 뷰티, 유통, 에너지와 온실가스에 관련된 정부 프로젝트 등 다양한 산업분야 및 영역을 망라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경영컨설팅 업무는 논리적 사고와 분석적 사고능력,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르기에 커리어 시작의 가장 좋은 첫 단추가 되어 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복잡한 글로벌 경영 이슈들에 대해서 최고경영자(CEO)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풀어나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이후 대기업에서 2년 정도를 보내고 미국에서 경영대학원 석사과정(MBA)을 거친 후 다시 맥킨지에 입사했다. 맥킨지에서는 3년 반 정도의 시간을 보냈다. 주로 글로벌 컨슈머(소비재) 및 리테일 산업의 클라이언트들과 함께 일을 했다. 컨슈머(소비재) 클라이언트들과도 주로 유통, 특히 리테일(점포 운영 및 관리, 머천다이징 등)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했다. 특히 디지털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유통 현장에서 오프라인 유통의 점포망은 어떠한 역할로 변화해야 하는지, 밀레니얼 소비자들을 위한 점포, 온-오프라인을 아우를 수 있는 옴니채널형 점포, 체험과 경험이 강조된 형태의 점포 등 급변하는 시장에서 유통 전략이 어떻게 변화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했다.


"궁극적으로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바탕으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제 전공이기도 했었던 경영학적 사고를 기반으로 기초적인 역량을 쌓은 후에 본격적으로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마음을 흔든 두 가지, 부동산업계에 발을 들여놓 계기_이후 배 대표는 그동안 경험해보지 않았던 새로운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바로 부동산 업계다. 두 가지가 배 대표의 마음을 흔들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공간을 가진 오래된 건축물을 보존하고 재생시키는 것', 그리고 '새로운 형태를 통한 부동산 투자 실험'이다. 원래부터 배 대표는 공간의 새로운 구성이나 오래된 건축물들을 좋아했다. 또한 기존의 부동산 투자라는 단어에서 느낄 수 있는 투기, 젠트리피케이션 등 부정적인 측면을 넘어 공간이 주는 아름다움과 그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아있는 오래된 건물의 가치를 지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공공그라운드가 샘터 사옥을 인수한 초기 당시 제현주 대표의 인터뷰 기사를 참고

https://n.news.naver.com/article/011/0003171991


대학로에 위치한 공공일호(옛 샘터 사옥). 계절 마다 다른 얼굴을 하는 담쟁이덩굴이 인상적인 건축물이다.

"제가 여행을 좋아하는데, 세계 여러 곳에 남아 있는 오래된 도시의 건축물들을 훌륭하게 사용하고 있는 공간들을 특히 좋아했고, 그런 공간들이 한국에도 오래 살아남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맥락으로 공공그라운드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실제로 배 대표는 일을 하면 할수록 부동산은 냉혹한 자본이 움직이는 세계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됐다고 한다. 큰 규모의 자금이 선투자 되어야 하기 때문에 자본 조달 방법 및 조달 비용이 굉장히 중요하다고도 더욱 느끼게 되었고, 자본 시장과 부동산 시장을 이해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경영 컨설팅 회사에 근무할 당시 리테일 전략을 검토하며 다뤘던 상권과 유동인구, 리테일의 흐름을 이해하고 있던 것이 상당히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다.



대학로 공공일호(옛 샘터 사옥)


다음은 배 대표가 공공그라운드로 옮긴 후 느낀 변화에 대한 생각이다.


"부동산을 크게 움직이는 것은 자본일 수 있으나, 부동산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것은 훌륭한 임차인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저희가 임차인으로 함께 하고 있는 미래교실네트워크와 거꾸로캠퍼스의 경우, 50명이 넘는 학생들이 저희 공간을 더욱 다채롭고 풍요롭게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교육자를 위한 라이브러리인 온더레코드를 통해서 교육과 새로운 실험을 하시는 분들도 지속적으로 방문해 주시고 계십니다. 공공그라운드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공간을 의미있게 만들어 주시는 것은 역시 그 공간을 이용해 주시는 분들인 것 같습니다.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던 떄에는 논리적인 사고를 중시하는 좌뇌를 많이 사용하였다면, 현재는 공간과 사람에 대한 집중을 통해서 우뇌를 더욱 많이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대학로 혜화역 2번 출구 근처에 위치한 공공일호


공공그라운드는_공공그라운드는 역사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의미있는 건축물을 보존하고, 그 공간을 새로운 실험을 하는 혁신적인 조직들을 위한 플랫폼으로 만들어 나가려는 목적 아래 2017년에 설립되었다. 부동산을 통한 임팩트 투자를 구현하겠다는 목적으로 첫번째 매입한 자산은 40년 역사를 지닌 대학로의 구 샘터 사옥이다. 1979년 지어진 김수근 건축가의 건물로, 여름이면 붉은 벽돌 건물을 뒤덮는 초록색 담쟁이가 매우 인상적이다. 공공그라운드는 2017년 샘터 사옥을 매입한 후 2018년 2월, 교육과 미디어/컨텐츠 라는 테마를 가지고 리모델링 후 공공일호라는 이름으르 재오픈 했다. 현재 공공일호 4층에는 약 70석 규모의 공유 오피스 공간이 조성되어 있고, 3층에는 60명의 학생을 비롯하여 다양한 교육 관련 콘텐츠를 만들어는 사람들과 또 새로운 콘텐츠를 접하기를 원하는는 사람들이 오고간다. 공공그라운드는 공공일호라는 공간을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이 만나고 또 새로운 프로젝트가 만들어져 나가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전체 건물에 입주한 사람들이 어울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앞으로 공공일호 건물 뿐만 아니라 대학로, 혜화 등으로 커뮤니티를 넓혀 나가면서 보다 많은, 그리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플랫폼적 공간을 구축할 계획이다. 5월 중에 리모델링을 통해 재개관 하게 될 파랑새 극장 역시 대학로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 중 음악 영역을 담당하며 새로운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공공일호에서 바라본 대학로

공공일호 일층은 필로티 형태로 비어 있는 공간이 있는데 대로변과 이면도로를 이어주는 동시에 공공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사람들은 이 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거나 비를 피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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