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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Oct 23. 2020

[팟캐스트의 여운]편의점의 미래

지속가능하지 않은 한국 편의점 업계의 현주소


금요일 저녁. 독립계 편의점 '레몬비'를 운영하는 박현수 바구니 대표님, 신지혜 STS개발 상무님과 팟캐스트에서 편의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근데 때마침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니혼게이자이신문을 보는데 편의점에 대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일본 편의점 미니스톱이 완전 무인점포를 선보인다는 내용이다. 무인점포에 적합한 과자나 음료 등의 상품을 카드로만 결제하는 무인점포다. 출점 비용은 일반 편의점에 1% 이하 수준. 오피스 건물 등을 중심으로 일단 1,000개 출점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편의점 왕국으로 불리는 일본 편의점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다. 저출산, 고령화로 일손 부족이 심각한데다 경쟁 심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세븐일레븐·패밀리마트·로손 등 대형 편의점 프랜차이즈들이 이미 24시간 영업 원칙을 포기했으며, 작년에는 사상 처음으로 점포 수가 감소했다. 이에 무인화, 외국인 노동자 채용, 공동 물류 등을 통해 활로를 찾고 있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또한 미국과 같이 아직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에서 M&A를 통해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 예로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유통회사 세븐앤드아이홀딩스가 올해 미국 정유회사 마라톤페트롤리엄 소유의 편의점형 주유소 스피드웨이를 210억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최근 국내 편의점 업계는 점포 수가 계속 늘어나고 성장하고 있다는 기사가 많이 나왔다. 리테일 위기가 심각한데 편의점만 홀로 독야청청하고 있다는 기사도 많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대기업 본사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는 건 맞다. 출점 경쟁 가속화로 계속해서 점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점포가 늘어날수록 본사 매출은 늘어난다. 한국 언론사는 출입처 제도가 확고하고, 기자들이 주로 대기업 편의점 본사에서 자료를 받아 기사를 쓰다 보니 반쪽짜리 기사가 나온다.


실제 편의점주들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편의점주들이 가장 고민하는 게 경쟁 업체다. 그런데 대기업 계열의 편의점 회사들의 출점 경쟁 가속화로 요즘은 반경 100m 안에도 편의점이 여러 개 눈에 띌 정도다. 서로 파이를 갉아먹다 보니 갈수록 매출이 떨어지고 있다. 무섭게 확장하던 까페베네가 왜 망했는지 잊은걸까.

점주들이 본사에 내는 로얄티가 매출의 40%에 달한다고 한다. 여기에 임대료는 오르고, 인건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편의점 업계에서는 올해가 전환점이 거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올해 폐점하는 점포들이 늘어나고, 편의점 업계의 점포 손바뀜도 늘어날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결론적으로, 지금과 같은 한국 편의점 업계의 시장 구조는 지속가능하기 어려울 것 같다. 본사와 점주들이 같이 지속가능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상생이라는 게 그저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꼭 필요한 시대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비단 편의점 업계만의 얘기는 아니다.


참고로, 오늘 녹음한 레몬비는 점주들로부터 로얄티를 전혀 안 받는다고 한다. 편의점 업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본사와 점주들이 다 같이 행복한 사업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자세한 건 팟캐스트에서...


덧, 오늘 나눈 이야기 중에 흥미로운 얘기를 하나 공유한다. 요즘 취업난이 심각해 취직을 하지 못한 자녀들에게 부모들이 편의점을 열어주는 경우가 있다고. 그런데 취직을 하는 순간 폐점한다고 한다. 편의점 이 폐점하는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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