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은 최근 각 부문 대표들을 중심으로 앞으로 회사가 가고자 하는 길, 즉 방향성을 공유했다. 그 메시지 중 일부는 이지스운용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국 부동산 시장, 나아가 한국 사회에 큰 울림이 될 수 있는 내용이다. 이지스운용은 단순히 메시지를 공유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를 실천하기 위해 회사 차원에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구성원들이 이를 적극적으로 실천할 수 있도록 성과 평가에도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최근 이지스운용 경영진이 공유한 메시지다.
"획일적인 고정 임대료와 비탄력적이고 확정적인 임대차 기간 및 임대 면적의 시대는 이제 곧 과거의 전유물이 될 것이다. 즉, 노출되는 모든 리스크를 임차인에게 전가시키는 임대인의 우월적 임대차 계약 관행은 깨질 것이다. 획일적인 고정 임대료와 비탄력적인 임대차 기간 및 면적은 생산성, 효율성과 반비례 할 뿐만 아니라 공간 사용자와 같이 동행하지 못하는 시장 비친화적인 구조다. 이런 비효율적이고 시장 비친화적인 임대차 구조는 공유 오피스 또는 공유 주거 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되어 공간에 대한 탄력적이고 시장 친화적이며,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임차인 중심으로 변할 것이다. 즉, 임차인의 성장과 함께하는 새로운 임대차 구조가 나와 기존의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던 우월적인 임대인 위주의 관행에 도전하고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제 우리의 고객에 대한 인식을 투자가에서 공간에서 일어나는 다이나믹한 비즈니스 현장으로까지 확장하고, 그 속에서 새로운 수익 구조를 만들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이를 PM사에 위탁해 놓고 공간에서 일어나는 비즈니스에는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았다. 이제 시장 친화적이고 탄력성과 효율성이 가미된 임대 구조가 적용될 경우 공간 사용자가 누구냐에 따라 건물의 가치가 달라진다. 위치나 건물의 스펙이 아니라 사용자의 비즈니스 역량에 따라 임대료가 달라지는 것이다. 공간에 대한 효율적인 사용 시간 배치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하여 임대료를 높게 받을 수 있는 임차인을 찾아내고 지속적인 관리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위해 같이 노력해야 한다. 즉, 공간 운영 역량을 잘 갖춘 운용사가 시장을 지배할 것이며 운용수수료도 공간 사용자의 수익과 연동되어 책정될 것이고 우리의 수수료도 공간의 사용자에게 받게 될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이지스운용의 메시지는 ESG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투자업계에서도 ESG를 중요한 투자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런데 아직까지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투자업계에서 주로 강조하는 것은 'E', 즉 환경(Environment)과 관련된 부분이다. 블랙스톤이나 브룩필드, 캐피탈랜드 등 해외 유수의 상업용 부동산 투자회사들이 최근 ESG 관련해서 구체적인 목표치를 설정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대부분 E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이번 이지스의 메시지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이지스운용은 이번 메시지를 통해 'S', 즉 사회적 책임(Social)을 다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채용에 있어서 다양성을 강화하겠다는 식의 메시지를 던지는 곳은 있다. 하지만 이지스의 메시지는 그와는 다른 차원의 메시지다. 한국을 넘어 전 세계 운용사 중에서도 이런 차원의 메시지를 전사적으로 공유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경우는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사실 그간 '부동산'이라는 단어에는 늘 부정적인 이미지가 따라 붙었다. 과거에는 부동산과 연관된 업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프롭테크 회사에 VC가 투자를 하는 것 조차 막혀 있었다. 부동산으로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좋은 소리를 듣기 힘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 업계가 정치인들의 질타를 받았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물론, 정치인들의 무지몽매함도 문제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비판을 하는 측면도 있었다. 오해도 있다.
다만 한국에서 부동산업, 부동산과 관련된 산업이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주변에 부동산 운용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지난해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는데 죄책감이 든다'고 토로한 적도 있다. 사회 구성원들이 부동산업에 대해 지지를 하지 않는 것은 그간 부동산업이 사회 구성원들에게 사회적인 효용을 주지 못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지스운용의 메시지에 담긴 것처럼 그간 부동산업계는 공간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면서 정작 그 공간의 가치를 높이는 임차인이나 그 공간을 사용하는 이용자들에게는 무신경 했던 측면이 있다.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시대가 됐다. 단지 저성장 시대이고,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시장이 바뀌고 있어서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지지를 받지 못하는 기업이나 산업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는 시대가 됐다. 요즘 뜨고 지는 기업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적인 책임을 하지 못하는 기업은 한순간에 무너지고,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기업들은 계속해서 성장하는 시대다. 이지스의 이번 메시지가 반가운 것은 그 때문이기도 하다. 이지스가 가고자 하는 길은 이지스를 위한 길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상업용 부동산 업계와 뒤를 이을 후배들을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한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크게 10년을 주기로 큰 변곡점을 맞이했다. IMF 외환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열리고 리츠가 도입되면서 시장이 형성됐다. 그리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1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해외 투자가 확대되고 부동산 펀드 시장도 성장했다. 그리고, 2021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또 다른 변곡점에 서 있다. 몇 년 전부터 공모 상장 리츠가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그간 기관투자자들의 전유물이었던 상업용 부동산 투자의 과실을 개인투자자들도 같이 향유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제 상업용 부동산 업계와 투자자들을 넘어 사회 구성원 전체의 지지를 받는 업으로 거듭나고, 이를 통해 더 크고 많은 꿈을 꿀 수 있는 중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