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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Mar 19. 2021

모빌리티의 시작과 끝

클럽하우스 '주차 비즈니스의 세계' 후기

지난 18일 밤 9시부터 11시 30분까지 '주차 비즈니스의 세계'로 클럽하우스를 열었다. 김근영 AJ파크 본부장님, 김용환 마스턴투자운용 이사님, 복준호 이지스자산운용 대표님, 신정은 카카오 모빌리티 차장님, 임채욱 GHP 대표님, 전경돈 리판 대표님 등 주차 관련 비즈니스를 하는 회사와 상업용 부동산 업계에서 경험이 풍부한 분들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눴다.


주차 비즈니스의 진화


한국에서 주차 관련 비즈니스가 태동한 시기는 1990년대 초반이다. 통상적으로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사이를 주차 관련 비즈니스 1세대로 꼽는데 이때는 주차 장비를 만드는 제조업체들이 주차장 운영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전개됐다. 그리고 2000년대 중반에 호주계 주차장 회사 윌슨 파킹이 한국에 진출하고, GS가 일본 파크24와 합작해서 만든 GS파크24, AJ파크 등 주자장 운영 전문 회사들이 등장했다. 이때가 주차 관련 비즈니스 2세대다. 이후 사모펀드 운용사인 VIG파트너스가 하이파킹을 인수하고, 이후 하이파킹이 윌슨파킹을 인수하는 등 M&A가 일어나면서 지각변동이 나타났다. 이 때를 2.5세대 정도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최근 들어서는 카카오 모빌리티, T맵(ADT캡스), 휴맥스 등 모빌리티 플랫폼 업체들이 주차 관련 비즈니스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3세대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클럽하우스에서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참여를 했는데 현재 코엑스와 에버랜드 주차장 운영을 맡고 있다. 에버랜드의 경우 카카오 모빌리티가 운영을 맡으면서 무료에서 유료로 전환했고, 카카오네비와 연계해 만차 예측을 하는 등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고 한다. 코엑스 역시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동시에 개선하는 작업을 했다. 재밌는 부분 중에 하나는 카카오의 친근한 이미지가 주차장 운영에 도움을 준다는 발언이었다.


https://brunch.co.kr/@skip101/431


모빌리티의 시작과 끝


모빌리티 플랫폼 기업들이 주차 비즈니스에 뛰어드는 건 단순히 주차장 운영 사업을 하거나 장비를 팔기 위해서가 아니다. 물론 카카오 모빌리티와 같은 기업이 기술을 활용해 주차장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수익성을 높일 수 있지만 이는 기존 주차 비즈니스의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어제 클럽하우스에서 카카오 모빌리티는 주차장을 "모빌리티의 시작과 끝"이라고 표현했다. 모빌리티 비즈니스를 전개하기 위해서는 주차장이라는 오프라인 플랫폼이 핵심이라는 말이다. 모빌리티 플랫폼의 중심에 주차장이 있고, 주차장을 통해 연결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부가가치가 중요하다. 주차장을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비즈니스가 어떤 식으로 전개, 확장될지는 아직 명확하게 예측하기 어려워 보인다. 관련해서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카카오 모빌리티 조차도 "일단 시도를 해보고,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주차장이라는 공간은 카쉐어링과 같은 모빌리티 거점, 라스트마일 물류센터 허브 등 다양한 형태로 활용되고 진화되면서 과거와는 전혀 다른 공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차장이 개발 사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울러 주차장에서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지도 관건이다. 주차장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권 분석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이다.


https://brunch.co.kr/@skip101/335


현장 경험의 중요성


주차장 비즈니스, 그리고 주차장을 기반으로 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을 함에 있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현장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과 경험이다. 최근 업계에서는 주차장이 모빌리티 거점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주차장 비즈니스의 본질을 잊고 너무 빨리 모빌리티로 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어제 클럽하우스에서 카카오 모빌리티도 시간이 갈수록 현장 운영 경험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 경험이 풍부한 인력을 계속해서 채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과 데이터는 있지만 현장 경험이 풍부한 운영자 관점에서 고민을 하지 않으면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극복해야 할 점


주차장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비즈니스가 등장하고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아직은 제도적으로 극복해야 할 점들이 많다. 전기차 충전소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현재 한국에서는 전기 판매권을 한국전력만 가지고 있다. 주차장 운영 업체들이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수 있지만 설치, 운영, 유지 및 보수만 가능하고 전기 판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울러 공동주택의 경우에도 주차장 운영 업체 입장에서는 데이터 확보 등의 광점에서 아주 엄청 중요한 현장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수익성, 제도적 한계 등으로 인해 진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또한 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오프라인 플랫폼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한다. 일본의 경우에도 오프라인 플랫폼을 대거 확보한 사업자가 빠르게 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한 사례가 있다. 일본의 파크24는 카세어링(TIMES CAR) 사업을 하고 있는데 현재 독보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파크24의 카세어링 스테이션은 1만 3,377개소, 2위인 미쓰이 리파크의 카세어링 스테이션은 2,614개소에 불과하다. 이러한 차이가 벌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오프라인 플랫폼의 차이 때문이다. 파크24는 카세어링 서비스를 시작할 당시 주차장을 9,000개소 운영하고 있었으며, 미쓰이 리파크는 절반 수준인 4,500개소의 주차장을 가지고 카세어링을 시작했다.


미래의 주차장


아직 구체적인 미래를 그리긴 어렵지만 미래의 주차장은 지금과는 크게 다른 모습으로 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제 클럽하우스에서 여러 인상적인 표현들이 있었는데 그 중 "사용자들의 경험이 개선되는 현장", "주차장  이용의 편리성"과 같은 얘기들이 나왔다. 자율주행과 같은 기술의 발전으로 차량이 변하고 있고, 주차장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달라지고 있다. 아울러 주차장을 기반으로 한 모빌리티 비즈니스, 플랫폼 비즈니스, 데이터 비즈니스 등도 날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주차장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서울 프라퍼티 인사이트(SPI)에서 앞으로 관심을 가지고 계속해서 지켜볼 예정이다.  


미국 Parking Magazine에 실린 미래의 주차장 'Mobility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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