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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병기 Oct 02. 2022

IFC와 미디어 전략

2016년에 IFC가 처음으로 매각될 때다. 서울시 투자유치과로부터 전화가 왔다. IFC 관련 기사를 내려달라는 전화였다. 이유를 물었는데 당시 IFC 소유주였던 AIG의 홍보대행사인 '버슨마스텔러'가 서울시에 공문을 보내 IFC 매각 관련 기사가 오보이니 내려달라고 했다는 거다. 기사는 내리지 않았다. 오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2016년 말에 IFC가 매각됐으니 굳이 부연 설명을 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버슨마스텔러는 그렇다 치고 투자유치과 담당자가 왜 그렇게 믿었는지, 아니 믿고 싶었는지는 모르겠다. 이유를 알 것 같지만 추측일 뿐이다. 이후 AIG는 홍보대행사를 버슨마스텔러에서 한국 회사 '뉴스컴'으로 교체됐다. 기자라는 직업상 홍보하는 이들을 많이 알고 지낸다. 그들이 하는 업무를 100% 이해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직간접적으로 많은 경험을 할 수 밖에 없다. 홍보대행사의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기자들과 만나는 일도 주 업무 중에 하나이기에 기자들의 평가도 홍보대행사의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면 당시 버슨마스텔러의 역량은 수준 이하였다. 솔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버슨마스텔러라는 회사가 글로벌에서 얼마나 영향력 있는 회사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솔직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특징과 언론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것과 달리 IFC와 같이 정치, 사회, 경제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다룰 역량이 있다는 판단은 들지 않았다.

이후 AIG가 홍보대행사를 교체한 것도 그런 이유로 추측된다. 확실히 뉴스컴으로 달라진 후 AIG의 미디어 대응은 달라졌다. 뉴스컴의 경우 그 당시 꽤나 홍보를 잘 하는 회사로 꼽혔다. 물론, 그들의 일하는 방식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기도 했다. 뉴스컴은 클라이언트의 깊숙한 이슈에까지 개입을 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밖에서 보기에는 홍보대행사를 넘어 일종의 로비스트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비춰지기도 했다. IFC와는 무관한 이슈지만 그게 결국 문제(대우조선해양과 조선일보 주필의 유착관계)가 됐고, 대표가 구속되기도 했다. 



이번에도 6년 전과 마찬가지로 홍보대행사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매각이 무산되면서 매도자인 브룩필드자산운용사과 우선협상대상자인 미래에셋자산운용 간의 갈등이 불거졌고 크게 이슈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브룩필드에서는 미디어 대응을 위해 에델만을 쓰고 있다. 2016년과 마찬가지로 우려되는 지점이 있다. 우선 에델만에서 이 복잡한 사안을 정확하게 이해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홍보대행사의 잘못된 판단과 미디어 대응이 오히려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이 크다. 또한 버슨마스텔러와 마찬가지로 한국 미디어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IFC와 관련해서는 사실관계가 맞지 않은 기사들이 많이 나온다. 홍보대행사가 그 기사들의 진위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까. 특히 특정 언론사는 의도를 가지고 지속적으로 틀린 기사를 내기도 하는데 그런 기사를 내는 언론사를 브룩필드 본사에 '한국의 블룸버그'라고 보고하면 어떻게 될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는 게 된다. 상황과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않고 일을 하다 보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로 홍보대행사나 홍보팀의 대응이 일을 더 키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IFC의 경우에도 그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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