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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목 May 26. 2021

퇴사요?

회사에서 도망나온게 대순가? 맞다. 대수다. 회사라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기둥뿌리인데 그것을 박차고 나올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인생에 큰 결단인 것이다. 태어나서 스스로 결정한 가장 큰 일일수도 있고 가장 오래 숙고한 시간일수도 있다. 나름의 이유와 당위성을 일일이 열거해가면서까지 그곳을 빠져나오기 위해 자신을 설득하고 설득한다. 그리고 용기를 낸다. "퇴사하겠습니다." 굿. 좋은 결정이다. 그게 맞는지 틀리는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지만 그 결정은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자기 인생을 스스로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만들어줄 가장 강력한 한방이 되기 때문이다. 스스로 문고리를 걸어잠근걸수도 있다. 배수의 진을 치는 심정으로다가 내가 확 마 사표 던져뿐다 그런걸 수도 있다. 그렇게 나도 스물아홉 되던 해에 사표를 던졌다. 


회사에서 도망나온게 대순가? 아니다. 이제는 퇴사했다고 떠벌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너무  흔하다. 주위를 돌아보면 다 퇴사자들이다. 누군 퇴사 안 했나? 할 정도로 퇴사자들이 많다. 사회에서는 퇴사자들을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사람, 선이 굵고 자신이 하고자하는 바를 관철할 줄 아는 의식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점에 퇴사에 관한 이야기들이 가득차면서부터가 아닐까. 덕분에 퇴사의 값어치가 땅에 떨어진지 오래다. 그것은 자신 스스로가 퇴사에 의미부여한 결과일 뿐이다. 퇴사라는 결정은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결정중에 하나인데 너도나도 퇴사에 열을 올리면서부터 퇴사의 의미가 더욱 부각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퇴사의 의미가 더욱 쇠퇴했다. 


퇴사는 목적이 아니다. 다음 스텝을 위해 발생하는 필연적 부산물일 뿐이다. 하지만 이 시대는 왜 퇴사에 집중이 되어 있을까. 회사를 떠나는 일 자체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회사에는 우리의, 혹은 우리 가족의 생계가 달려있기 때문이다. 여러가지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삶의 비전이나 방향성과도 연관이 되어 있다. 그 어려운 마음의 고민을 이겨내고 퇴사를 결정한 당신에게 박수를! 이러한 모양새인 것이다. 


퇴사는 종착점이 아니다. 퇴사는 과정일뿐 용기낸 나의 모습에 칭찬하고 싶은 것일뿐 그 다음은 두 가지 밖에 없다. 다시 다른 (더 좋은) 회사에 들어가거나 아니면 자신만의 일을 하거나. 따라서 퇴사는 자신의 인생을 선택하여 자기 손에 쥐고 흔들 수 있는 사람이라는 증명을 하기 위한 첫 시작이다. 그래서 넥스트가 준비되지 않은 퇴사는 그냥 겉멋일지도 모른다. 퇴사하는 행위 자체만으로는 너무 흔해빠진 일이기 때문에 자신을 개척해 나간다는 것을 증명하기 어렵다. 


퇴사를 위대하게 여겨서는 안 된다. 당연히 중대한 결정일 수 있지만, 그 다음의 스텝에 더 집중을 해야한다. 그리고 그 다음 스텝으로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퇴사하는데 나름의 이유를 줄줄이 적어대는데 그런 군더더기로 자신에게 최면을 걸지 말자. 증명에 구차한 변명따위는 필요없다. 수학에서는 깔끔한 수식으로 증명하듯 우리도 삶의 궤적으로 나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고 증명하면 된다. 삶의 비전에 맞춰 자신의 길을 가는 것이 퇴사를 빛내는 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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